베푸 에세이

한 해를 정리하며... 아듀 2020

베푸 2020. 12. 31.

올해는 그 어떤 해보다도 시간이 빨리 흐른 느낌이다. 연초에 세운 계획중에서 실행된것, 아니 실행할 수 있었던 것은 몇 되지 않았다.

한참 코로나 블루에 시달릴 쯤 올해는 통째로 없던일로하고 내년부터 다시 2020년이 시작됐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돌아보니 올해는 그 어떤 때보다 많은걸 깨닫게 된 해였던것같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안을 세세히 돌보게 되었다. 물건을 줄이고 식물을 키우며 집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집은 여름엔 대추나무 잎이 한창 푸른 안방베란다가 아름답고 가을엔 은행나무와 대추나무가 콜라보하는 거실창가가 아름답다. 겨울철엔 해가 쨍하게 안으로 깊숙히 드는 3시부터 해지기 직전까지가 제일 아름답다. (부끄럽지만 이 모든 걸 8년간 이집에 살면서 처음 발견한 사실이다)

생애 첫 텃밭도 가꾸며 내가 먹는 작물이 언제 심고 어떤 모양으로 자라는지 보고 느꼈다. 그 과정에서 기후위기와 농사의 밀접한 관계와 건강한 식재료를 선택하고 소비하는게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되었다.

 

야생환경보호론자 존 뮤어는 "어떤 것이든 그것 하나만 꺼내려해도 우주의 다른 모든 것이 함께 당겨져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라고 했다.

 

코로나는 생태파괴로 인해 발생한 인수공통 바이러스다. 자본과 욕심이 인간과 야생동물의 거리를 지키지 않아 생긴 일이다.

 

"결국 인간이 자꾸 자연에 침범해 들어가 생태계를 파괴하니, 자연 속 동물들 세계에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겨와 이런 일이 벌어졌다(...)

생태계 파괴, 인간의 자연 침범이 모든 것의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겠군요. 기후 변화도 영향이 클까요?

- 당연히 그렇습니다.

-<코로나 사피엔스> (최재천) 중에서"

의식하지 못했다해도 내 ‘소비’ 로 지지한 산업들이 일으킨 일이다. 누굴 탓할것도 없고, 책임이 없는 사람도 없다. 세상은 악당 몇몇과 그걸 보고만 있는 다수가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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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일이라고해서 나와 상관없는것이 아니고, 입국을 통제하고 교통편을 봉쇄한다고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것을 알았다. 내 이웃과 소외된 사람들, 세계시민을 같이 챙겨야 나 또한 안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체득했다.

 

나를 기쁘게 하는것, 내 삶을 자연스럽게 유지시켰던것은 거창하고 대단한 일이 아니라 작고 사소한 것들이었다. 서로 보듬고 껴안으며 인사하는 것, 카페에서 만나 커피한잔 할 수 있는 시간, 가족들이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며 밥한끼 하는 그 작은일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들이 멈추자 느꼈던 무력감을 기억하며 앞으로 모든일에 더 감사해야겠단 생각을 했다.

 

그리고 집콕 생활이라도 무리없이 유지할 수 있었던건 사회 곳곳의 필수 노동자들이 자기 영혼까지 갈아넣어 이 시스템을 유지시키고 있기 때문이라는것도 느끼게 되었다. 그 분들 없이는 이런 생활조차 불가능했을것이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돈 많이 받는 직업을 중요하게 보고 그렇지 않으면 낮춰봤습니다. 코로나 19 사태가 지나간 다음엔 정말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될 분야에서 일해왔지만 제대로 대우를 못 받는 분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야 할 겁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가사노동의 소중함도 느끼게 되었죠. 먹거리와 건강을 챙기는 일이 생존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된 거예요. 가사노동의 가치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하고요.

<코로나 사피엔스>,(장하준) 중에서"

앞으로는 노동자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보는 소비자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에도 마켓컬리같은 새벽배송은 이용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역사에서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무한히 긍정한 시대는, 절약은 구질구질한 것이고 소비를 미덕으로 여기는 건 현대문명밖에 없다.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경제발전을 최우선과제로 두고, 1년에 닭을 10억마리씩 죽이고, 새 시즌이 될때마다 유행따라 새로운 물건을 사고, 1년에 1-2 번씩 꼭 해외여행을 가는 이전과 같은 생활이 반복된다면 코로나 위기는 더 빨리 더 자주 반복될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여기서 우리가 살아온 방식도 바꿔볼 게 있을 겁니다. 우선 매년 한 번씩 해외로 여행을 가서 공기를 더럽히고 돈을 쓸 필요가 있을까요? 가서 피사의 사탑을 꼭 손으로 만져봐야 할까요? 지하수고 암반수고, 심지어 빙하 녹은 물까지 플라스틱 통에 담아서 도시에서 마셔야 하겠습니까? 덴마크 사람들도 우리도 농사 짓고 돼지 기르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단 몇백 원, 몇천 원이 더 싸다고 해서 우리 농산물을 덴마크로 보내고, 덴마크에서 돼지고기를 가져오다 보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요?

 

가장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삶의 질서는 무엇인가? 우리가 가진 욕구와 능력의 한계와 질서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유한한 인생인데 수십 년을 한없이 먹고 한없이 입다가 끝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바이러스는 미물이지만 우리에게 인간과 이웃과 자연이 함께 지복을 누리는 ‘좋은 삶’, 그걸 생각해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전령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코로나 사피엔스>, (장하준) 중에서"

우리가 코로나 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 진정 몰두해야 할 일은 백신을 빨리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나다움, 인간다움, 생태의 자연스러움을 회복하는 일일 것이다.

 

"이런 화학백신보다 더 좋은 백신이 있습니다.

 

그게 뭔가요?

 

행동백신과 생태백신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바로 행동백신의 일종입니다. 옮겨가지 못하게만 하면 바이러스는 아무 힘이 없거든요. 그리고 숲속에서 우리에게 건너오지 못하게 하는 게 생태백신입니다. 우리가 행동만 확실하게 하면 옮아가지 않습니다. 그게 훨씬 더 좋은 방법이죠.(...)

 

생태백신은 근본적으로 삶의 자세를 성찰하고 자연과 공존하고, 기후 변화를 줄이기 위해서 노력하는 등, 그동안 우리가 경각심을 갖자고 얘기했던 것들의 연장선이라 모두가 ‘아, 이번 기회에 나도 동참해야 겠다’ 할 것 같습니다.

<코로나사피엔스>, (최재천) 중에서"

 

새해에는 코로나 시대를 살며 느낀것 배운것들을 잊지 않고 생활에서 실천할것이다. 우선 ‘남들이 보는 나’ 가 아니라 ‘스스로 원하는나’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집중하는데 시간을 들일것이다.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꿈꾸는 것은 무엇이고 내가 사랑하는 이 아름다운 지구에서 더 건강하게 살아남으려면, 소중한 것들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 방법을 찾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싶다.

 

지구엔 우리가 건사해야할 아름다움이 너무도 많으니 말이다.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중에서

 

 

코로나 사피엔스

대한민국 대표 석학 6인이 제시하는 신인류의 미래놀랍도록 대담한 통찰, 확신과 경고, 전 지구의 삶을 관통하는 새로운 인사이트코로나19 이후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코로나 사파엔스』. 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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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사회적으로 원하는 걸 계속 추구하다 보면 훨씬 더 많이 벌어야 합니다. 훨씬 더 많이 가지고 훨씬 더 많이 빼앗아야 합니다. 그런데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걸 알아가면서 그에 대한 역량을 발전시켜가는 사회나 문화에서는 더 적은 걸 가지고 공존하면서도 다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겠죠.
<코로나사피엔스>, (김경일) 중에서

 

인정 투쟁에서 벗어나서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즐길 수 있는 예술적 경험, 미학적 경험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도움이 되는 보람, 그것이 행복의 척도가 되어야 한다
<코로나사피엔스>, (김경일) 중에서

 

지난 수만 년, 수십만 년 인류 역사를 되짚어보면 경쟁에서 남을 이기려는 능력을 가진 자보다 공존하고 포용하면서 윈윈하는 역량을 가진 사람이나 문화가 오래 살아남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개발하고 빼앗고, 착취하고 장악하려고 하는 강자중심주의나 패권이기주의에서 벗어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잘 공존해봐, 그런 과정에서 너희 인류들이 더 지혜롭고 효율적이고 스마트해질 거야, 그런 걸 가르쳐주는 거죠.
<코로나사피엔스>, (김경일)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를 생산을 중단하는 순간 넘어지는 자전거에 비유합니다. 수요가 없어 불필요할 때도 계속 생산을 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이 생산이라는 게 뭔가요? 모든 생산은 자연을 변형하거나 자연을 파괴하는 거잖아요. 끝없이 자연을 훼손한다는 거예요. 그럴 필요가 없을 때도 말이죠.
<코로나 사피엔스> (김누리) 중에서

 

우리가 지난 몇십 년 동안 최소한 주객이 전도된 시스템으로 살았거든요. 경제 발전이라는 건 수단이고 목표는 복지, 안전, 건강인데 말이죠. 이번 기회에 그 가치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코로나 사피엔스> (장하준) 중에서

 

이번 위기는 많은 사람에게 ‘인간의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그런 것을 이루기 위해 개인은 어떻게 인식과 행동을 바꾸고 사회는 어떻게 재조직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코로나사피엔스>, (장하준) 중에서

 

2020년 처음으로 시작한 블로그에서 만나고 소통했던 모든 이웃님들 감사합니다.

새해에 더 좋은 영향 많이 주시길 바라요~^^

그 어느때보다 무탈하고 무사하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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