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돋우다

불안과 공포를 파는 사회에서 독서는 무얼 의미하는가?

베푸 2021. 1. 20.

 

제가 어젯밤 읽은 책인데요.

같이 읽어보면 좋을것 같은 부분이 있어서 옮겨봅니다.

 

밀크북_2 읽기의 말들

COUPANG

www.coupang.com

우리의 힘을 송두리째 앗아 가는 공포에 대한 유일한 치료법, 그 시작은 그것을 바로 보는 것이다. 그 뿌리를 캐고 들어가는 것이다.
지그문트 바우만

 

한국인의 삶을 추동하는 것은 단연코 불안과 공포다. 피곤한 얼굴을 달고 바쁜 걸음으로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라. 카드빚은 늘어나는데 수입은 늘지 않는 공포, 치열한 경쟁 속에 점점 좁아지는 진학과 취업의 불안, 내세울 만한 대학과 직장 없이는 사람들 앞에 당당할 수 없다는 공포, 발버둥을 쳐도 내 인생이 더 나아지지 않을 것 같은 공포, 조금만 빈틈을 보이면 우습게 아는 이들 때문에 자신을 완벽한 것처럼 포장해야 하는 공포, 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 몸과 얼굴에 자신감을 잃어가는 공포, 나이는 먹어 가고 사람은 안 나타나고 영영 결혼할 기회를 놓치지 않을까 하는 공포, 자녀의 성적은 자꾸 떨어지고 이러다가 끝내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공포.... 어쩌면 우리는 다들 두려움에 빠져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교활한 자본은 이러한 공포를 이윤의 계기로 적극 활용하고, 없던 두려움까지 창조해 낸다. 타인과 비교함으로써 행복을 느끼도록 학습된 이 땅에는 유독 공포 마케팅이 난무한다. 자녀의 현재 성적이 평생을 좌우한다, 영어 못하면 취업도 못한다, 꾸준히 자기계발을 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보험을 들어놔야 든든하다, 명품 하나 없으면 주눅든다, 오래된 핸드폰은 내놓기가 두렵다, 탄력 없는 피부는 노화의 징표고 늘어나는 뱃살은 자기 관리의 실패다, 키 작고 돈 없고 차도 없으면 연애 따윈 꿈도 꾸지 말라... 인위적인 두려움을 조작, 유포하여 돈으로 안전을 구매하게 한다. 이런 상황을 두고 <감정은 사회를 어떻게 움직이는가>의 저자들은 “공포는 현대사회에서 ‘신’이 되었고 안전은 ‘신앙’이 되어 버렸다”고 진단한다.

죽는 날까지 거짓 공포와의 싸움에 평생을 소모하게 만드는 사회에서 책은 공포의 멸균상태 혹은 진공상태란 불가능함을 일깨운다. 알랭 드 보통이 <불안>에서 바로 짚었듯 “노력은 하더라도 우리의 목표들이 약속하는 수준의 불안 해소와 평안에 이를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불안과 공포를 벗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책은 속삭여준다.

 

독서는 마땅히 지녀야 할 공포를 품고 살도록 격려한다. 여린 영혼들과 미물들이 상처 받을까 졸이는 가슴을 주고, 사회적 약자가 팽팽한 생존의 줄을 ‘툭’ 끊어 버릴까 겁을 내게 해 준다. 입시전쟁, 취업전쟁, 출근전쟁이란 말에서 보듯 생활이 곧 전쟁인 야만의 사회, 나 살자고 하는 행동이 남의 생의 의지를 말살하는 사회에서, 책은 상처 주고 상처 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이 세상을 정글로 만들지 않는 방부제가 됨을 일러 준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