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비 없는 삶/제로웨이스트

바뀔 수 있다는 긍정적 경험(feat. 브리타 필터 수거 재활용)

베푸 2021. 1. 21.

‘브리타 어택!!!’ 에 성공해서 올해부터 필터를 수거한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플라스틱 어택’은 마트나 상점에서 플라스틱에 과대포장된 제품을 구입한 뒤 내용물은 빼고 플라스틱 포장재는 생산자에게 돌려주는 시민운동을 이르는 말이다.

 

사진출처: 파이낸셜뉴스

 

소비자가 사고 싶은건 내용물이지 이중 삼중으로 포장되어있는 플라스틱이 아니라는것을 드러내는 일종의 시위다.

 

브리타 어택은 그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다.

 

여행시 들고가기도 좋은 브리타 정수기

 

브리타 정수기는 주전자 모양의 간단한 정수기이다. 설치 정수기처럼 에너지를 쓰지않고, 가격도 저렴하고, 가벼워 여행용으로도 좋고, 통째로 냉장고에도 넣을 수 있어 생수를 사먹지 않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물을 담고 기다리면 야자수, 숯 등이 들어있는 필터를 통화하면서 염소나 불순물을 제거한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이 필터가 플라스틱이다.

브리타 필터

물론 생수를 사먹었을때와 비교도 되지않게 적은 양이지만 플라스틱을 피하려고 쓰는 제품인데 또 다른 플라스틱을 쓴다는 불편한 맘이 있었다.

 

더욱이 어이가 없는건 다른 나라에선 브리타 필터를 수거해 재활용하는 프로그램이 이미 운영중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뭐든 봉인가?)

 

소비자들이 힘을 합쳤다.

작년 가을부터 브리타 어택을 했다.

브리타 사용자들이 다 쓴 필터를 모아 한국지사에 보내는 것이다. 필터 수거후 재활용 하라는 온라인 서명도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 결과로 빠르면 올해안에 브리타 필터 ‘수거 후 재활용’ 서비스를 시행하겠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비슷한 사례도 있다.

 

두유같은 음료에 하나씩 붙어있는 빨대를 반환해 점차적으로 빨대가 필요없는 용기를 만들거나 별도 제공하겠다는 답변을 받았고 법으로도 금지하려고 의견수렴중에 있다.

또, 스팸의 경우에도 지난 추석 선물세트부터 불필요한 노란 뚜껑을 없애기 시작했다.

 

과도한 충전재

책을 샀어요. 번역본은 절판됐고(작년 3월 구입시점에 작성한 글이라... 지금은 번역본 있어요. 비 존슨 내한 이후 재발행 했어요.) 우리집 근처의 도서관엔 책이 없다고 나와서 해외배송 원서 주

vefu.tistory.com

인터넷 서점에 과대포장 항의를 한 뒤로 뽁뽁이도 테이프도 없이 박스로만 포장된 배송을 받는 감격적인 순간을 맞이하기도 한다.

테이프도 없이 풀로 내용물도 띠지만 둘러져있는 yes24 책포장

최근엔 소비주의의 나팔수, 티비 광고에서 조차도 #용기내 (개인용기 지참 포장) 를 실천하는 상무님이 나온다.

제로웨이스트를 하며 단순히 쓰레기를 줄였다는 뿌듯함보다 내가 움직이면 바꿀 수 있다는, 한 사람의 노력이 절대 헛되지 않다는,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긍정적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래서 귀찮고 불편한 이 길로 기꺼이, 더 깊게 들어가게 되는것같다.

나는 우리 사회에서 부족한 것이 이런 긍정적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 일제시대 목숨을 바쳐가며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워봐야 결국 남는건 내 후손들이 일본 앞잡이보다 가난하게 사는것이었다.

• 내부고발자가 되어 비리를 폭로해봐야 남는건 회사에서 짤리고 동료들로부터 고립되는 것이었다.

 불법은 아니지만 남들이 하는 편법 안해봐야 나만 손해보고 바보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일을 해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며 고정된 마인드가 지금 우리사회의 많은 문제를 만들고 더 썩고 곪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위법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또는 생명)에게 해를 끼치면 반드시 불이익을 당한다던지, 내가 좋은 뜻으로하는 작은 행동이 사회를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할 수 있다는 긍정적 경험을 했다면 분명 달랐을 것이다.

 

세상이 바뀌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뀌어야 할것 같지만 10%만 바뀌어도 사회의 주류 의견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언제나 한 사람, 나부터 이다.

 

"사회의 지배적인 시각이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처음에는 소수 의견으로 시작되는 생각이 점점 퍼지면서 사회전체의 9%에 이른다고 치자. 이때까지도 이렇다 할 변화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10%라는 임계점에 도달하면 그 의견은 어느새 주류 사회의 의견이 된다.

김한민, <아무튼, 비건>"

 

나는 한낱 소비자에, 딱 1표 행사할 수 있는 유권자지만 그 사이 힘을 실었던 이슈 중 몇가지나 제도적으로 바뀌는 경험을 했다.

 

환경호르몬이 나오는 감열지 종이영수증을 BPA free로 바꾼것도 우리 소비자가 일으킨 변화 중 하나이다.

 

정치적으로도 그동안 이렇다할 경험을 한적이 없는데 내가 찍은 우리시 ‘이소영 의원’은 국회에 나가 친환경 정책에 앞장서고 있다. 뿌듯해 죽겄당.(홧팅!!)

 

"변화를 믿는 사람들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근본적인 변화를 받아들여 일상에서 실천하는 이들도 있다. (...) 어떤 문제를 자각했을 때 “최소한 나라도 저 문제에 기여하고 싶지 않아”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다소 소심하게나마 변화를 믿는 사람들. 내가 매일 세 번 밥상에서, 식당에서, 마트에서 던지는 한 표 한표가 세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아는, 그래서 최소한 내가 악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공헌하는 습관만은 관두겠다고 결심한 사람들. (....)

이런 힘들이 모여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갈 것이라 믿는다.

김한민, <아무튼, 비건>"

 

긍정적 경험은 다시 동력이 된다.

그 동력이 모여 제도를 만들고 그 제도가 사회를, 세계를 변화시킬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에게 아무런 힘이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어리석음은 꽃피고 나쁜 일은 벌어진다.

정혜윤 <앞으로 올 사랑>"

 

세상은 반드시 바뀐다!!

내가 먼저 바뀌기만 한다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