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기후위기

팔자에도 없는 채식주의자가 되기까지....

베푸 2021. 1. 26.

 

채식에 처음 관심이 생긴건 이 한마디 말 때문이었다.

 

"플라스틱 안쓰고 텀블러 사용하는것보다 고기 한번 덜 먹는게 환경에 더 좋다."

 

 

내가 플라스틱 하나, 비닐 한 장 안써보겠다고 시장 상인분들이랑 씨름하고, 텀블러 안가지고 외출하면 아예 음료를 사먹지 않고, 장볼때 살것을 미리 고심해서 용기를 이것저것 무겁게 챙겨나가며 얼마나 열심히 제로웨이스트 하고 있었는데 고기 한번 덜 먹는게 낫다니...

 

 

그 말이 너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넷플릭스에서 영화 ‘옥자’ 를 봤다. 옥자(미자가 키우는 유전자변형 슈퍼돼지)를 곧 고기가 될 식재료, 재산('my property')으로만 보고 옥자와 미자의 우정따위는 아랑곳않는 사람들이 싫었고, 홀로코스트를 연상케하는 전기철망 안에 갇혀있다가 전기총을 맞고 최후를 맞이하는 슈퍼돼지들이 불쌍했다.

 

출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옥자' 중에서

 

 

 

 

 

그 무렵 내가 평소 이용하는 한살림에서 황윤감독의 강연이 있다는 문자를 받았다. 휴가 날짜와 겹쳐서 참석하진 못했지만 그 일을 계기로 나는 황윤감독의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 를 보게되었다. 돼지의 사육환경과 사육방식이 충격적이었고 맘 한켠에 걸렸다.

그리고는 다음날, 집에 손님이오기로해서 나는 삼겹살을.... 제로웨이스트로...... 샀다.......

 

 

 


 

 

여름휴가로간 군산의 동네서점에서 ‘아무튼 비건’ 이란 책을 사오게 됐다.

더운 여름 카페에 앉아 책을 다 읽고난 그 시기, 아마존에서 3주넘게 불이 나고 있는데도 메인 언론사 그 누구도 이 심각한 상황을 다루고 있지 않다는 기사를 보았다. 아마존은 습도가 높아 자연적으론 거의 불이 나지 않고 또 불이나더라도 그렇게 오래 지속되지도 않는다고 한다.

내가 기사를 본 후로도 몇 주나 더 산불은 지속됐고 여기저기 국지적인 산불도 계속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출처: 그린피스코리아 인스타그램

 

 

그런데 화재의 원인이 ‘공장식 축산’이란다.

산불이 난 것이 아니라 산 불을 '낸' 것이었다. 아마존이 있는 브라질은 대표적인 소고기 수출국이다. 고기의 수요가 늘면서 더 많은 가축사육지가 필요했고 그 소를 먹일 gmo작물을 심을 경작지도 필요했다. 그러나 이미 대부분의 땅은 포화상태라 땅을 만들기 위해 원시림인 아마존에 불을 낸다는 것이었다.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에 그런짓을 하다니....

불을 내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할 때 내 머리를 가격하는 그림 한 장을 보았다.

맥도날드에 앉아 햄버거를 먹으면서 sns에 있는#prayforamazonia 피드를 보며 슬퍼하는 한 사람을 묘사한 그림.

 

충격적이었다.

그건 내 모습이 아니던가... 모순을 느꼈다.

 

당장에 채식주의자가 되진 못하더라도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린피스에서 하는 ‘채소한끼 최소한끼’ 일주일간 고기 먹지않기 캠페인에 참여했다. 그리고 캠페인이 끝났을땐 여성환경연합에서 하는 하루 한끼 채식인증 100일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나는 자연히 공장식축산과 기후위기의 연관성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내가 먹는 모든것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전의 나는 플라스틱 포장없이 장을 보는 것에 초점을 맞췄었다면, 이제 포장이 되어있더라도 유기농을 먹고 유기농 제품을 쓰는데 무게를 두었다.

 

출처 : 애니 레너드 <물건 이야기>중

 

농약과 화학비료가 우리몸과 환경을 얼마나 파괴하는지 알게되었으며 세상의 모든것이 다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기를 싫어하지도, 그렇다고 동물을 엄청 사랑하지도 않았지만 더 이상 고기를 먹을 순 없었다.

처음엔 전혀 먹고싶지 않았다.

채식 쉽다고 생각할정도로 할만했다.

 

하지만 사람은 자고로 모든일에 단정짓거나 장담을 해선 안된다.

 

코로나로 하던일을 그만두고 집에 있는시간이 많아졌다. 티비나 넷플릭스를 보는 시간도 더불어 많아졌다. 나는 맛집소개나 먹는게 나오는 프로그램은 좋아하지 않는다. 남이먹는걸 왜 보고 있는건지도 이해가 안간다. 그런 프로그램을 피했음에도 티비는 뭔가를 끊임없이 보여주며 나를 유혹했다. 고기를 평생 안먹던 사람도 아니고 아는맛이 무섭다고 먹고 싶었다.

[위고] 아무튼 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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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기가 먹고 싶어 힘든 베지테리언이다. 매일 고기 생각이 난다. 돼지고기도, 소고기도, 닭고기도, 오리고기도, 양고기도 먹고 싶다. 순대국, 해장국, 다양한 고기육수를 들이켜고 싶다. 생선도 우유도 계란도 요거트도 진짜 원 없이 먹고 싶다.

그러나 나는 알고 말았다. 평생 새끼 낳는 일만 반복하면서 정작 자신의 새끼들과 교감할 시간은 조금도 허락되지 않는 어미 돼지들이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는 감금틀 안에 갇힌 채 거기서 용변을 보고 그 위에서 잠이 든다는 것을. 그저 인간이 먹기 좋은 고기가 서둘러 될 수 있도록 새끼 돼지들은 성기가 거세되고 이빨이 뽑히고 꼬리가 잘린다는 것을. 좁은 철창 안에서 닭들 역시 부리가 잘린 채 살아간다는 것을. 자연 상태에서 연간 삼십여 개의 알을 낳는 것이 정상인 닭들이 한 해에 강제적으로 낳는 알은 삼백여 개라는 것을. 그렇게 부화한 병아리 중 수평아리들은 알을 낳지 못해 상품성이 없다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갈려 죽는다는 것을. 살아남은 병아리들은 성장 촉진제 때문에 아직 병아리의 얼굴이면서 몸은 닭만큼 커진다는 것을. 소들은 절대 티브이에 나오는 우유 광고에서처럼 초원을 유유자적 누비며 키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오로지 우유와 고기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물건으로 참혹한 환경에서 사육되고 잔인하게 도살된다는 것을.

[....]

결국 도살되어 사람에게 먹힐 운명이라고 해서 이 모든 잔인하고 비윤리적인 행위들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아무리 고기를 좋아하더라도 내가 먹는 고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게 된 이상, 도저히 옛날처럼 기쁘고 신나게 먹을 수는 없다. 나는 죄책감 없는 육식을 원한다. 그것을 위해 베지테리언이 되는 것을 선택했고 그래서 매일 끙끙대며 징징댄다. “

- <아무튼, 떡볶이 : ‘이건 맛있는 떡볶이다’라는 확신이 왔다> (요조 (Yozoh) 지음)

 

나는 동물이 불쌍해서라거나 동물윤리 때문에 채식을 하진 않는다.

허나 내 강아지는 예뻐하면서, 개 식용문화를 야만이라고 생각하면서, 돼지고기나 소고기사료를 사먹이는 논리에 모순이 있다고는 생각한다.

그리고 고통을 느끼는 모든 생명에겐 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데엔 이성적으로 동의한다.

 

 

유발하라리 <호모데우스> 중에서

 

분명한건 현대의 공장식 축산은 매우 잘못되었다.

 

"만약 한 사람이 동물을 가혹하게 대하면 학대로 여겨진다. 그런데 산업이란 명목으로 동물을 가혹하게 대하면 용인된다. 나아가 정말정말 큰 돈이 걸리면 아주 똑똑한 사람들까지 나서서 동물을 가혹하게 대하는 것을 끝까지 옹호한다.

<동물기계>의 저자 ‘루스 해리슨’ 의 말,

정혜윤 <앞으로 올 사랑>에서 재인용"

 

매일, 거의 매끼니 고기를 먹게 되면서 인간은 제살 파먹기의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더 많은 공장식 축산을 위해 기후위기 시대의 마지막 보루인 원시림을 파괴하고, 더 많은 가축들이 먹을 곡물을 키우기 위해 숲에 불을 지르고, 밀집사육에도 병에 걸리지 않게하기 위해 항생제를 들이붓는다.

그로인한 탄소배출로 지구는 이상기후가 이상하지 않은 일상이되고, 원시림 파괴로 야생동물과 접촉이 늘어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에 자주 더 쉽게 노출되며, 내가 먹은 고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복용한 항생제로 내성이 생겨 바이러스를 방어할 수 없는 몸을 갖게된다.

 

육식이냐 채식이냐를 논하기 전에 위와 같은 일을 자행하는 공장식 축산업을 지지하진 말아야 하지 않을까?

 

나는 이런 산업을 보이콧하기 위해 채식을 한다.

 

더 많이, 더 빨리, 더 싸게 고기를 먹고 싶어하는 우리의 식습관이 이런 괴물같은 산업을 키웠고 참혹한 현실을 만들었다.

 

"‘그것을 먹고싶다’거나 ‘그 식당에서 먹고 싶다’는 욕구의 대부분은 외부에서 온다. 그것은 당신이 당신 자신으로 오롯이 있을 때 느끼는 근본적인 필요가 아니다.

이 욕구를 부추기는 것은 산업과 광고, 비즈니스이고, 결국 이윤의 추구이다.

이 ‘현혹하는 사회’에서 외부에 현혹되는 우리의 욕구 또한 끝이 없다.

전 세계의 소를 다 잡아먹어도 만족되지 않을 듯하다.

문숙, <문숙의 자연식> 중에서"

즐거운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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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불편>에서는 ‘오리농법’으로 키우던 벼를 수확할때쯤 농사를 도왔던 오리를 잡아 먹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때 저자는 오리 잡는일을 타인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한다. 생명을 거두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걸.. 고기를 먹는다는건 다른 생명에 고통을 주는 일이라는걸 체험하는 것이다.

그걸 옆에서 보고 또 함께한 아이들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오리고기를 먹으면서 오리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가진다.

 

육식이나 채식을 말하기 이전에 우리가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내 식습관을 돌아보는 것.

그리고 내가 먹는 음식과 내게 오기까지 수고한 모든 손길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다른 생명체의 삶을 취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어떤것이든 소중한 마음으로 대해야 하며 꼭 필요한 만큼만 취하고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문숙, <문숙의 자연식> 중에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먹거리에 나쁜짓을 하거나, 함부로 음식을 버리거나, 지나치게 많이 먹는걸 재미있게 지켜보거나, 내 혀의 즐거움을 누리자고 다른 생명에게 평생에 걸친 고통을 줄 수는 없을 것이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영양분만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이 담고있는 에너지와 주파수도 함께 섭취하는 것이다.

You are what you 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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