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돋우다

어린이의 품위를 지켜주는 품위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어린이라는 세계>

베푸 2021. 3. 12.

 

너무 읽고 싶은 게 아니라면 베스트셀러는 잘 사지 않는다.

 

태생이 아웃사이더 인지 ‘나 아니어도 사는 사람 많은데 굳이 하나 더 보태’ 하는 마음이 있다.

베스트셀러를 읽고 좋았던 기억이 별로 없어서 이기도 하다. 안좋은 책이 많이 팔렸다는 뜻이 아니라 나랑 결이 잘 맞지 않았다.

 

이 책도 베스트셀러란다.

더구나 ‘어린이’ 에 관한 책이라니...

‘나랑 무슨 상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던게 사실이다.

 

작가는 양육자도 아니고 학교 선생님도 아니라 어린이에 대한 말을 해도 되나? 고민했다고 하던데 나야말로 그 옛날 초등학생을 가르쳤을때와 교회에서 유년부 교사를 했을때, 그리고 조카들을 1년에 몇 번 만나는게 다인지라 정말 어린이와는 상관이 없는 줄 알았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마지막 책장을 덮을때, 수업중에 내용이 참 좋아서 찍어뒀던 모의고사 지문 하나가 생각났다.

사랑스런 소녀가 양손에 하나씩 사과를 쥐고있다. 엄마가 다가와 미소를 지으며 딸에게 부드럽게 물었다. “우리 아가, 네 사과 하나 엄마한테 줄래?”

소녀는 엄마를 잠시 올려다 보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사과 하나를 한 입 베어물고 이윽고 다른 하나도 한 입 베어물었다. 미소짓고있던 얼굴이 굳었지만, 엄마는 실망감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때, 자기가 한입 베어문 사과중 하나를 내밀면서 소녀가 말했다. “엄마. 여기요. 이게 더 달아요.”

거기서 엄마는 깨달았다.

자신이 누구든, 얼마나 경험이 많든, 아는것이 얼마나 많든 상관없이 언제나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된다는걸. )

 

엄마가 달라고 하니까 욕심을 부려 두 개 다 먹어치우는 줄 알았더니 아이는 둘 중 더 달콤한 사과를 엄마에게 주려고 한입 베어문 것이었다.

지문을 다 읽고나서 이 사랑스러운 아이의 행동을 잠시라도 오해한 내가 부끄러웠다. 그리고 중간에 엄마가 ‘실망감을 드러내지 않기위해 애쓴건’ 참 잘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맞는데, 지금도 묶을 수 있어요. 어른은 빨리 할 수 있고, 어린이는 시간이 걸리는 것만 달라요.” 라는 현성이.

“이 책이 선생님한테 있잖아요? 하지만 다 똑같은 책이어도 이 책엔 제 마음이 있어요.” 라는 자람이.

“초콜릿요. 이거 손에 들고 집에가면 녹을까요? 엄마 아빠랑 먹으려고요.” 라는 연두.

 

<어린이라는 세계> 를 읽고 나서도 생각했다.

나 스스로 어린이였던적이 있으면서도 어린이에 대해 상당히 오해하고 있었구나.

 

어린이는 어른이 되기 이전의 불완전한 과도기 단계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완전한 인격체다. 아직 미숙하고 약해서 홀로 설 수 있을때까지 보호하고 돌봐줘야 하는 건 맞지만 어른들의 말을 무조건 따라야하는 뭘 모르는 존재로 인식하는것은 옳지않다.

 

모든게 어른 중심인 세상에서 어린이가 얼마나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이 책을 통해 알게되었다.

자동차의 바퀴가 내 키만하고,

손을 씻으려면 세면대에 겨드랑이까지 걸쳐야하며,

마트 계산대에서 내 물건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알 길이 없고,

어휘를 고르고 감정도 조절해야하는 어려운 존댓말*까지 하느라 참 고생이 많다.

(*존비법의 체계는 인간관계가 원활하게 굴러가는 데 필요한 감정노동을 ‘아랫사람’ 몫으로 떠넘기는 문화와 연결되어 있다.-191p)

 

작아도 한 명은 한 명!!!

어린이를 어른의 1/2쯤으로 생각하지 말고 존중해야 한다는 말에 매우 동의했다.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누린 사람이 잘 모르고 경험없는 사람을 참고 기다려 주는것. 용기와 관용이 필요하지만 인간으로서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다.
212p

정중한 대접을 받는 어린이는 점잖게 행동한다.

우리는 어른의 권위를 내세워 그들을 나무라는데 초첨을 두지만 어른이라면 서투른 아이들을 참고 기다려 주는것이 맞는것 같았다.

 

나는 어린이 고객에게 존댓말을 듣는 대신, 낯선 어린이에게는 상황 불문하고 존댓말을 쓴다. 상대가 어른이라면 하지 않을 말이나 행동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
어린이에게 존댓말을 써보면 자기 목소리가 얼마나 어른스럽게 들리는지 알게 된다.
(...)
어린이를 존중한다는 의지가 명확히 표현되는 순간, 어른의 여유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그런것을 진짜 권위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193-194p

이제 김소영 선생님처럼 어린이를 만나면 반말을 하지않고 존중해야겠다. 어른의 말을 무조건 따라야하고 가르쳐야할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아야겠다. 의견을 묻고, 선택할 기회를 더 줘야겠다.

 

환대받은 아이들이 자라서 타인을 환대할 수 있다. 존중받은 사람이 존중할 수 있고, 배려받은 사람이 배려할 수 있다. 그런어른이 되게하려면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어린이를 환대하고,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어린이는 공공장소에서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배워야한다. 어디서 배워야 할까? 당연하게도 공공장소에서 배워야한다. 다른 손님들의 행동을 보고, 잘못된 행동을 제지당하면서 배워야한다. 좋은 곳에서 좋은 대접을 받으면서 그에 걸맞은 행동을 배워야 한다. 어린이가 어른보다 빨리 배운다는 것은 우리 모두 아는 사실이다.
(....)
우리나라 출산률이 곤두박질친다고 뉴스에서는 ‘다급히’ 외치고 있다. 그런데 어린이를 환영하지 않는 곳에 어린이가 찾아올까? 너무 쉬운 문제다.
213p

이 책을 읽게돼서 다행이다.

이제 어디에서건 좀 시끄럽고 활달한 그들을 환대할 마음이 생겼다.

내가 식당이나 카페에서 마주치는 어린이들, 설사 마구 뛰어다니고 소리를 지르더라도 눈쌀을 찌푸리는 대신에 내가 조용히 예의를 지킴으로써 그들이 공공예절을 따라 배울수 있도록 해야겠다. 한번 더 어린이 입장에서 이해해보고 부탁해봐야겠다고 (저기 친구, 조금만 조용히 해줄수있어요?)생각했다.

 

어린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기 때문에 소수자라기보다는 과도기에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런데 나 자신을 노인이 될 과도기에 있는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는 것처럼, 어린이도 미래가 아니라 현재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이 맞다.
또 어린이가 청소년이 되고 어른이 되는 사이에 늘 새로운 어린이가 온다.
달리 표현하면 세상에는 늘 어린이가 있다. 어린이 문제는 한때 지나가는 이슈가 아니다. 오히려 누구나 거쳐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하는 일이다.
202p

 

내가 여성이 아니라고해서, 내가 노인이 아니라고해서, 내가 노동자가 아니라고해서 이 땅에 일어나는 여성문제, 노인문제, 노동문제에 무관심해도 되는것이 아니듯 내가 어린이가 아니고 어린이를 키우고 있지 않다고 해서 어린이와 상관없는 사람인것이 아니다. 어린이는 미래의 꿈나무이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이웃이자 사회의 한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를 한 인간으로 존중하고 그들의 품위를 지켜주는 품위있는 어른이 되어야겠다.

 

 

어린이라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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