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비 없는 삶/제로웨이스트

아날로그 살림 - 가제수건 청소포(feat. 요코씨의 말, 즐거운 불편)

베푸 2021. 3. 31.

 

이전엔 밤에 늦게 들어와서 이웃집에 피해가 될까봐 청소기를 돌릴 수 없을때나 가제수건 청소포를 사용했지만 <플러그를 뽑으면 지구가 아름답다>를 읽은 뒤론 에너지효율 1/20000000 가전제품이라는 말이 생각이 나서 청소기 옆에있는 청소포를 집어들게 된다.

 

요 가제수건도 얼마 전 산책하면서 주운건데 이렇게 요긴하게 쓰일줄이야....

 

버린것 같지는 않고 유모차나 어디 끼워두었다가 바람에 날렸겠지? 그런데 섬유유연제 냄새가 너무 심하게 난다. 사용하면서 몇번이나 빨았는데 아직도 향이 가시지 않았다. 아기부모를 만나면 말해주고 싶었다. “섬유유연제 쓰지 마세요.~!! 아기한테도 환경에도 정말 안좋아요” ㅠㅠ

 

미세먼지가 최악인 요즘같은 날엔 청소기에서 나오는 먼지냄새도 맡기 싫어 가제수건 청소포에 기꺼이 손이간다. 청소기처럼 먼지를 쏙 빨아들이지는 않지만 청소기가 닿지 않는 부분에까지 들어가 먼지를 닦아내는건 기분좋다.

 

어느정도 닦아내고 청소포를 쏙 뒤집으면 얼마나 묻어나왔는지를 눈으로 확인하는것도 좋다.

 

 

‘창문열어뒀더니 오늘은 새까맣네 ~ ‘

‘어머 이 고추씨는 뭐야? 고추를 먹은적이 없는데.. 지난주에 떨어진게 아직 있나?’

‘둘이 사는데 머리카락은 왜 이렇게 많이 떨어질까?’

하며 혼잣말도 하게 된다.

 

닦아낸 먼지를 확인하는것이 은근 재미있어서 좀 변태같다는 생각도 했다.

 

먼지를 먼저 훔쳐낸 뒤 다른 가제수건에 물을 묻혀 끼워 걸레질도 한다. 집도 넓지않아 금방 끝난다.

 

 

실리콘 솔로 슥슥 먼지를 긁어내고 조물조물 몇번하면 빨래랄것도 없이 금방 빨린다.

탁탁 털어 널 때 제일 기분 좋다.

 

 

그런데 사노요코 할머니의 책을 다시 보고 있으니 비슷한 얘기가 나왔다.

 

 

오늘은 이만큼 먼지가 나왔구나 하며 눈에 보이는 결과물에 큰 보람을 느끼기도하고, 하루하루 생활하며 날린 먼지가 살포시 빗자루 안에 미안한 듯 얌전히 들어앉아 있는 모습이 사랑스럽기도 하다는 말에 ‘저도 그래요’ 하고 대답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현대는 더 강박적으로 청결과 위생에 집착하며 더러운 것은 더러운것을 두는 곳에 모아두자는 것처럼 환자도 노인도 비행청소년도 평소에는 눈에 안들어오게끔 못본척 한다는 말에도 동의했다.

 

 

<즐거운 불편>에도 그런 얘기가 있었다.

시게마츠: (중략) 나 자신도 연약하고 더러운 존재니까. 현대문명이라고 하는 것은 좋은 것만 좋아하고, 더러운 것 싫은 것은 전부 외면해버리고 있잖아요? 하지만 그런 더럽고 싫은 것 안에도 뭔가 구원이, 인간을 안심시켜주는 뭔가가 반드시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쓰레기나 배설물 같은 것, 더럽기 때문에 더욱 그렇죠!

후쿠오카: 더러운 것, 싫은 것을 생활에서 배제시킬 것이 아니라 순순히 받아들이고 자연순환의 구성원으로 인정함으로써, 자기 자신도 더러워도 좋다, 흠이 있어도 좋다고 생각하게 된다, 즉 자신을 긍정할 수 있게 된다는 말씀이시죠? (...)

시게마츠: 좋은 것만 취하고 산다면, 인간의 정신은 정화되지 않을 것 같아요. 이것은 좋은데 저것은 아니라고 부분적으로 평가된다면, 인간은 결국 분열되고 말 테니까요. 나는 이대로 좋다. 더러움이나 흠집까지 포함한 이대로의나라도 좋다고 생각할 수 있어야지요.

 

사람은 더럽기도 깨끗하기도 하다.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존재다. 그 자연스러움을 인정할 때 우리 스스로에게도 관대해지고 나와 다른 생명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다는 말이 와 닿았다.

 

청소기가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많은 전기를 사용하는(아날로그로 먼지를 옮기는 힘의 이천만배) 가전제품이라는 말을 곰에게 했을때 곰의 첫마디는

 

“그럼 우리 이제 좀 더럽게 살자!” 였다.

 

연애할때 혼자 사는 집에도 가봤고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알기 때문에 대꾸하지 않았지만 곰의 말이 맞다.

조금 더럽게 살면 어떤가? 그게 사람인데...

 

사노요코 할머니가 못한말

‘문틈에 먼지 좀 꼈다고 죽나? 그런게 다 쌓이고 쌓여 사람사는 흔적인거라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며 위생에 대해 강박적으로 생각하지는 말아야겠다.

 

가제수건 청소포가 청소기보다 시간도 품도 더 들고 깨끗이 청소되지 않는건 사실이다. 하지만 먼지 냄새도 안나고 에너지도 안쓰고 그때그때 내 먼지들을 눈으로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

 

어느순간 불편하게 느끼게 되어 다시 청소기만 찾게될지도 모르지만 재미를 느낄 때까진 이렇게 살아야지.... ☺️.

 

 

요코 씨의 말 2

베스트셀러 <100만 번 산 고양이>,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의 저자 사노 요코 씨의 심각한 고민도 어느새 훌훌 털어버리게 만드는 속 시원한 그림 에세이.

book.naver.com

 

즐거운 불편

경쟁과 속도의 삶에서 벗어나 느림의 삶을 살자!소비사회를 넘어서기 위한 한 인간의 자발적 실천기록『즐거운 불편』. 이 책은 일본 <마이니치신문>기자인 저자 후쿠오카 켄세이가 자신의 체

book.naver.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