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돋우다

하루 5분의 초록 - 나무 이웃과 사귀다

베푸 2021. 4. 6.

 

‘하루 5분의 초록’은 내가 요즘 제일 자주 펼쳐드는 책이다.

 

봄이면 벚꽃구경이나 갈 줄 알았지 이렇게 우리 주변에도 많은 생명이 자라고 있는지 느끼지 못했다. (그 벚꽃조차도 꽃이지면 관심이 없었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단풍이나 은행나무도 가을에 단풍놀이가서 사진찍을때 말고 다른 계절엔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히 본 적이 없었다.

요즘 주변의 단풍잎와 은행잎이 어떤 모양으로 자라는지 관찰하는데 새로운것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오무린 손가락 같은 잎과 붉은 꽃이 달린 봄의 단풍나무
암꽃 수꽃이 다르고, 작아도 잎모양은 똑같은 봄의 은행나무

 

단풍과 은행은 처음 잎이 나오는 순간부터도 신기하고 울긋불긋 물들기 전에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그동안 자연을 있는 그대로의 생명으로 인정하지 않고 눈요기 거리로만 생각했던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짧게라도 시간을 가지고 서로 바라보고 대화를 나누는 일이죠. 스쳐 지난 순간을 만남이라고 하지는 않아요. 자연과도 마찬가지예요. 잠시나마 걸음을 멈추어 상태를 묻고 이해하고 바라보며 마음을 기울일 때, 비로소 만나게 되고 관계를 맺을 수 있지요.
25P

 

이 책은 문을 열자마자 만나는 집 앞 화단에도, 공원이나 길에도 이름도 몰랐던 나무와 꽃들이 자라고 있고 계절마다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산수유는 하나의 꽃눈에서 스무 송이가 넘는 꽃이 터져나온 모습이 라는 걸

 

빨간 줄기를 가진 나무의 이름이 어울리지 않게 흰말채나무 라는 걸

 

마치 나뭇가지에 누가 날개라도 달아 놓은듯한 이 나무의 이름은 화살나무 이고, 나무의 순은 나물로 먹을 수도 있다는 걸

 

산에가면 마구 굴러다니는 솔방울은 여무는데만 무려 2년이나 걸린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진달래는 먹을 수 있지만 철쭉은 먹을 수 없다는 점,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봄 꽃은 잎이 나기 전에 꽃을 먼저 피운다는 점, 커다란 한 뭉터기로 인식하던 꽃도 자세히 살펴보면 하나하나 예쁘게 따로 피어있고, 꽃인지도 몰랐던 회향목의 꽃에선 향도 난다는 점 등 느끼고 알게된 것이 많았다.

 

관찰을 통해 알게된 사실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풍요로워진다.

 

사진이 아닌 세밀화라서 책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고 요즘처럼 만물이 움트는 계절 들고다니면서 이 식물의 이름이 뭔지 열매나 꽃이 맺혔는지 확인하는 재미도 있다.(사이즈도 콤팩트해서 가방에 넣기도 딱이다)

 

우리가 도시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나무는 ‘공해에 강한 종’ 이라고한다. 플라타너스를 가로수로 많이 쓰는 것도 그래서라고.... 그럼에도 우리 편리에 따라 자꾸 잘라내기 때문에 도시에선 크고 멋진 나무를 만나기 어렵다고 한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이용만 하는것 같아 참 미안했다. 그리고 책에는 5월에 관찰하라고 했던 꽃이나 열매를 4월 초인 지금 벌써 관찰하게 돼서 또 미안했다.

지구가열화의 영향이겠지... 😭

이제 식물도감도 다 수정해야할지 모르겠구나...

 

이 책을 읽으며 평소 다니던 길도 다시보게 되었다. 바닥만 보며 걷던 길이었는데 땅에 떨어진 열매를 보고는 그 나무가 메타세콰이어라는것을 알았다.

 

주변의 생명들과 새로 관계맺음하게된 기분이다. 어디에 어떤 나무가 있는지 이름이 뭔지 알게되는건 참 기분좋은 일이다.

 

이제 도시에 살아도 계절을 더 민감하게 느낄 수 있을것 같다. 내 주위 나무이웃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충실히 보여줄테니 말이다.

 

나는 그 신비한 세계와 교감하는 일만 남았다.

앞으로의 계절이 기대된다.

 

 

자연이 보여주는 무궁무진한 색, 신비로운 구조, 수많은 질감을 느껴보셨나요? 그런것들을 발견하며 어떤 감정을 느끼셨나요?

그때의 감정은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것이어서 사람 사이에서 부대꼈던 마음을 치유해주는 것 같아요.

거창한 깨달음을 얻지 못했어도 괜찮아요. 내 주변에 있는 나무 한 그루와 친구가 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의미는 충분했다고 생각해요.

한 그루의 나무가 살아가는 1년을 바라보고 나면 계절과 자연의 흐름을 아주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돼요. 그리고 그 이해가 내 삶을 아주 조금, 어떤 경우엔 강력하게 바꿔놓기도 한답니다.

하루 5분의 초록을 위해

오늘도 함께 밖으로 나가볼까요?

263p

 

 

 

하루 5분의 초록

늘 멀리 있는 숲을 그리워하는 도시인들에게, 지금 당장 초록을 즐기는 법을 알려주는 책.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도시나무 30그루를 소개하면서 내 곁에 있는 나무부터 만나보길 제안한다.

boo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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