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기후위기/착한 소비는 없다

착한 ‘비우기’ 기술

베푸 2021. 4. 20.

 

 

폐기비용은 쓰레기봉투값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미니멀하게 살고자하면 제일먼저 해야하는 일은 ‘비우기’ 이다.

내가 안쓰는 것,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것들을 쌓아두지 않고 내보내는 건 좋은 일이지만

‘비우기 = 버리기’ 로 인식하는건 위험하다.

 

처음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했을때 플라스틱이 너무 싫어져서 집에있는 플라스틱이란 플라스틱은 다 갖다 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더피커 모임에서 아직 멀쩡한 물건을 플라스틱이라는 이유만으로 버린다면 오히려 새로운 쓰레기를 만드는 셈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지고 있던것, 사용하던것은 플라스틱이라 하더라도 수명이 다할때까지 쓰는것이 환경에 도움이 되는 행동이라는걸 그때 알게되었다.

 

에코백은 캔버스천으로 만든 하얗고 네모난 가방이 아니라 네가 가진 그 백을 오래쓰는 것이다.

 

친환경제품을 새로 사는것보다 원래 쓰던걸 오래 쓰는것이 환경에 좋은 일이란걸 알고부터 물건을 새로 들이는데 신중해진다. 생산은 환경을 소모한다.

 

‘비우기’ 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쓸모가 없다고 물건을 다 버린다면 괜한 쓰레기를 만들어 오염시키는 일이되어버린다.

내가 생각하는 물건의 이상적인 출구는 팔기, 물려주기, 끝까지 사용하기 중 어느 하나이다. 나쁜 출구는 '버리기'이며,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그냥 묵혀두기'도 비슷한 정도로 나쁜 출구다.
시부, <나는 미니멀리스트, 이기주의자입니다> 중

지금은 소강상태지만 미니멀하게 산다고 온집안을 뒤집어 놓았을때 가장 신경쓴것이 바로

‘그냥 버리지 않기!!’ 다.

 

값이 나갈것 같은 물건은 자연히 중고판매를 하게되지만 ‘이런걸 누가 쓸까?’ 싶은 것 또는 너무 자잘해서 나눔하기도 귀찮은 것들은 그냥 버리기 십상이다.

그런것들에 더 신경을 쓰기로 했다.

 

귀찮은건 사실이다.

 

하나씩 사진찍고 한줄이라도 글을 올리고, 약속잡고, 만나서 전해주려면 꽤 신경도 쓰이고 품도드는 일이다.

종량제봉투에 담아 내놓거나 수거함에 넣고 끝내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들기도했다.

 

그런데 당근마켓에 올렸더니 생각보다 나눔물건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났다. 마침 필요했는데 나눠줘서 고맙다거나 오래도록 잘 사용하겠다는 메세지를 받으면 보람도 느껴졌다.

 

 


얼마전 판매글 올린 물건들이 드디어 다 팔렸다. 무료나눔인데도 몇달이 지나도록 주인을 만나지 못한 것이었다. ‘아무에게도 쓸모가 없는건가?’ 싶었지만 꾸준히 끌어올리기를 하며 기다렸더니 새주인을 만나는데 성공했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상장케이스

 

판매글 0이 된 게시판을 살펴보았다.

지금까지 거래된 상품만 386개나 되었다. 좁은 집에 뭐가 그렇게나 있었을까?

 

비우면서 느끼는 것이 많았다.

중고가는 보통 50%이하로 책정되고 심한경우 10%에 거래가 되거나 위의 경우처럼 무료나눔해도 소식이 없는 품목도 생긴다. 그야말로 돈을 버리는 일이다. 소중한 지구의 자원을 들여 만들었고 내 노동과 시간으로 번 돈을 써서 구입한 물건인데 ‘안샀으면 이게 다 얼마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중고거래도 방향에 따라 꼭 좋은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없이 구매하고는 그 책임을 ‘떠넘기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내게 필요없는 물건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물건이 되는건 좋은일이지만 구입할때부터 ‘우선 사고 쓰다 별로면 당근마켓에 팔지뭐~ ‘ 하며 책임없는 소비를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쓰레기같은 물건을 사지 마세요. 그럼 기업도 그런물건을 만들어내지 않을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쉽게사고 쉽게 버리지 않는 것!!

값을 지불하더라도 신중하게 좋은 물건을 골라 끝까지 잘 쓰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은 값싼 물건을 살 여유가 없다는 말이 있다. 얼음을 몇 조각 갈자마자 타 버리는 값싼 믹서기를 사느니 오래 버틸 만한 품질을 가진 믹서기를 살 여유가 생길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다는 말이다. 오래 기다릴수록 허튼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이본쉬나드,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중에서

비우기의 핵심은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꼭 필요한 것만 남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을 통해 물건과 소비에 대한 관점이 달라진다.

 

나는 지난 1년여간 비우기를 통해 쓸데없는데 지출하는 돈을 줄이면 더 적게 벌더라도 하기 싫은 일을 하지않고 하고싶은 일을 더 많이하며 살 수 있을것 같은 용기가 조금 생겼다. (조금!!ㅎㅎ)

 

미국인들이 재화와 서비스에 쓰는 돈 가운데 생존에 필요한 것은 10~15퍼센트에 불과하다고 한다

 

대부분의 불만족은 내가 가지지 않은 것에 집중하는 데서 온다고 한다. 나는 미니멀도 이제 시작이고 아직도 가진물건이 많지만 비우기를 통해 새로 물건을 들이는 일 만큼은 매우 신중해졌다.

그리고 현혹당했던 광고가 불편해졌다.

 

행복한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되는 물건을 꼭 필요한 만큼만 가지고 살고싶다. 그걸 구분해 내는 판단력과 통찰을 계속 연습할 것이다.

소비에서 오는 즉흥적이고 단기적인 만족과 행복보다, 근본적이 기쁨을 주는 지속가능한 일이 무엇인지 찾으려고한다.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소비를 통해 타인과 나를 구별하고 불안과 조바심을 전염시키며 누리는 기쁨은 지속가능하지도 건강하지도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오래된 것, 내 손에 익은것을 사랑하고 계속 새로운 것을 찾지 않는 일부터 시작하기로 한다.

 

 

소비재를 삶의 대체물이나 대용품이 아닌 우리가 진짜 삶을 사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로 보게 된다면,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물건들은 훨씬 적어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좀 더 오래 사용하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면,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 우리를 먹여 주고, 보호하고, 살아가게 해 주는 지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이본 쉬나드,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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