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세대가 다 그렇겠지만 우리엄마는 뭐하나 허투루 버리는 법이 없었다.
내가 밥을 남기면 보관해 두었다가 그 밥 위에 새밥을 얹어 주었고, 쌀 씻다가 쌀알이 물에 흘러내려가기라도 하면 이 쌀 한톨을 수확하려면 농부가 아흔아홉번 허리를 숙여야 한다며 모두 주워담았다. 남은 반찬을 이것저것 섞어 괴상한 요리를 만들어 줘서 인상을 찌푸리게 하기도 하고, 성공한 조합은 우리집 인기요리가 되기도 했다.
샐러드 하려고 양상추를 사왔는데 겉잎이 꽤 많았다. 겉잎도 물론 먹을 수 있는거지만 연두빛의 속잎에 비해 수분량이 적어 아삭한 식감이 없다.
샐러드로는 적합하지 않다.
떼어낸 겉잎을 보고있자니 엄마가 해주던 음식이 생각났다. ‘양상추 나물’
자투리 재료를 활용해서 만들어주는 음식중에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다. (다른 하나는 자꾸 데우고 끓여서 걸죽해진 김치찌개에 말아주는 소면)
엄마가 하던 방식대로 양상추 나물을 만들었다.
양상추 겉잎을 깨끗이 씻고 끓는 물에 숨이 죽을 정도로 살짝만 데친다.
먹기 적당한 크기로 잘라 아주 기본적인 나물양념(소금, 마늘, 파, 깨소금, 참기름) 에 무치면 완성.
아삭한 식감이 예술인 고소한 나물, 씹다보면 단맛이 올라오는 맛있는 채소반찬이 된다.
일반적인 나물의 식감과는 확연히 달라서 일부러 해달라고 하기도 했는데 양상추 속잎까지 들어가면 맛이 없었다.
겉잎만 모으자고 일부러 여러통을 살 수도 없고... 이 반찬은 샐러드를 대량으로 만들거나 양상추 겉잎이 많이 나오는 행운을 만났을때만 먹을 수 있는 반찬이었다.
데치기 전에 겉잎이 대여섯장 된것 같은데 무쳐놓으니 딱 한번 먹을만한 양이 나왔다.
물을 올린김에 콩나물도 데쳐서 콩나물 무침도 만들었다. 콩나물 씻은물, 야채 데치고 난 물(소금을 넣지 않은물 만)
쌀씻은 물, 헹구기만 한 물등은 버리지 않고 한쪽에 모아뒀다가 식물에게 물줄때나 설거지 할 때 사용한다.
수용성 비타민등이 녹아 있는 물이라 식물에게도 더 좋고, 설거지할 때 쓰면 기름때도 더 잘 닦인다.
지구는 97.5%가 물로 되어있지만 실제 사용가능한 담수는 1% 뿐이다.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은 지구상에 있는 물 중 1%정도다. 호수, 강, 저수지, 그리고 너무 깊지 않아서 퍼올리는 것이 기술적·경제적으로 가능한 지하수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비와 눈이 다시 채워줘서 우리가 지속 가능하게 쓸 수 있는 물은 이 1%뿐이다. 따라서 그 이상으로 많이 쓰면 문제가 된다.
애니레너드 <물건이야기> 중에서
우린 지구자원의 이자만 가지고 살아야 하는데 현실은 미래세대가 쓸 원금까지 다 까먹고 파산직전에 있다.
음식물쓰레기 또한 심각한 문제이다.
음식물쓰레기가 하나의 나라라고 한다면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탄소배출이 가장심한 세번째 국가가 된다고 한다.
한쪽에선 기아로 허덕이고 있는데 음식을 버리는 것도 안될일이지만 음식물 쓰레기 문제는 환경문제의 총체인(탄소배출, 에너지사용, 토양오염, 수질오염, 공기오염...)심각한 문제다.
4월 22일 오늘은 지구의 날!!
매끼 식사는 쌀 한톨, 물한방울 남기지 않고 요리할 때 나오는 부산물도 최대한으로 활용하기로 한다.
작은 실천 하나로 물과 에너지를 절약하고 땅과 공기를 살리며 탄소배출도 줄일 수 있다.
제철 국산 재료로 만든 음식과 유기농 채식을 선택해서 그 효과가 극대화되도록 애써보겠다.
( 햄버거 패티 하나에 사용되는 물 2350리터!!)
그리고 요리할때도 먹을때도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것이다.
이 밥은 숨 쉬는 대지와 강물의 핏줄, 태양의 자비와 바람의 손길로 빚은 모든 생명의 선물입니다. 이 밥으로 땅과 물이 나의 옛 몸이요, 불과 바람이 내 본체임을 알겠습니다. 이 밥으로 우주와 한 몸이 됩니다. 그리하여 공양입니다. 온몸 온 마음으로 온 생명을 섬기겠습니다.
수경스님의 ‘공양송’ , 최원형 <착한소비는 없다> 에서 재인용
자연이 곧 나임을 인식하고, 이미 망가진 지구 시스템이 회복되는 긴 시간동안 적어도 방해가 되도록 살지는 않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오늘 하루 뿐 아니라 매일매일이
지구의 날이 되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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