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돋우다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 - 에코페미니즘을 말하다.

베푸 2021. 4. 28.

 

 

알맹상점 공동대표 금숙님의 책이다. 출간된지 좀 됐는데 e-book이라 그런건지 최근 내용까지 담겨있어 놀랐다.

 

이 책은 시종일관 유쾌하고 솔직한 글이 좋다.

책을 읽고 있는게 아니라 친구랑 한바탕 뒷담화를 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이런 기업~ xx, 나쁜 정부~ 하는 꼬라지 하고는 .. ‘ 하면서 맥주병 하나씩 들고 욕도 오가는 느낌이었다.

 

<나는 쓰레기 없이 살기로 했다>의 비존슨이나, <우리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의 산드라 크라우트 바슐은 각각 미국과 독일에서 제로웨이스트 운동을 한다. 둘 다 매우 훌륭하고 대단한 실천가지만 내 생활에 적용하기엔 맞지않는 어떤 지점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금숙님이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로 ‘밀양 송전탑’ 이나 ‘광우병 소고기’ 사태때 활동했던 이야기, ‘발암물질 생리대’ 등 경험했고 또 바꾼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 더 와닿았다. 환경단체활동가를 그만두고 망원시장에서 알맹활동을 할 때의 에피소드는 지금 우리 현실이라 더 답답하기도, 더 기쁘기도 했다.

 

플라스틱이 왜 이지경까지 문제가 됐는지, 얼마나 유해하고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 좋은 내용이 너무 많지만 그중에서도 이 책이 다른 환경책과는 다르다고 생각되는 점, 제일 인상깊었던건 환경문제와 여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213p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는 한평생 결혼하지 않고 모친과 살았다. 심지어 그가 관세 위원으로 에든버러로 발령받자 어머니가 따라갈 정도였다. 아마 고전 반열에 든 <국부론>을 집필할 때도 어머니가 그의 밥상을 차렸을테다. 그는 이기심에 근거란 ‘보이지 않는 손’이 농부 제분업자 빵집 주인 등을 움직여 우리의 일용할 양식을 마련해준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밥상을 차려준 그의 어머니와 밀을 키워준 자연은 경제학에서 쏙 뺐다. 모친의 노고는 자식에 대한 사랑이고 밀이 자라난 자연은 응당 인간을 위해 좀재하는 배경으로 여겼기 때문일 거다. 그래서 여성과 자연은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도 주류 경제학에 단 한 줄도 오르지 못했다.

 

내가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여기저기 이렇게 해야한다고 오지랖을 부리고 다닐때였다.

생수병에 붙어있는 비닐 라벨을 다 떼고 새들의 목에 걸려있다는 페트병 뚜껑과 고리까지 잘라내 버리는 모습을 본 우리 조카가

“우리엄마는 이렇게 안한다” 며 장난섞어 내게 일렀다.

 

나는 대답없이 그냥 웃었는데 옆에서 듣고있던 엄마가 “엄마는 그렇게까지 할 수가 없다.” 라고 매우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그렇게까지 자세하게 분리수거에 노동을 들일만큼의 여유도 시간도 의지도 없다. 이미 독박육아로 두 아이를 키우고 있으며 시아버지까지 돌보게 된 상황에, 집에서는 손가락 하나 까닥않고 생수병을 버리기는 커녕 생수를 사다놓지도 않는 남자와 사는 사람에게 ‘비닐을 떼서 분리배출’ 하라는 말은 환경이고 자시고 노동을 하나 추가할 뿐이다.

 

또 사무실에서나 회사에서 일회용컵을 대신해 다회용컵을 사용하면 누구 하나는 그 컵을 씻고 말리고 준비해야한다. 대부분 제일 막내나 계약직등 힘없는 사람이 맡을 것이다. 조교생활을 꽤 오래한 내 경험에 비추어 그 노동을 하는 사람은 별거도 아니지 않냐는 사람들의 생각 속에서 매우 자주 발생하는 잡일을 무상으로 하게된다.

 

환경문제는 분명 중요한 문제지만 그것이 누군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해결되어선 안된다.

제대로된 분리배출을 하는것이 대부분의 집안일을 도맡는 여성 한 사람의 책임이 되어선 안되고, 일회용대신 다회용 컵을 쓰는 일이 막내 하나가 책임질 잡일이 되어선 안된다.

 

215p 생활을 유지하는 누구나 자신의 살림을 수행하고, 서로 돌보는 관계를 삶의 중심에 놓는 실천이 맞살림의 의의다. (...) 한국에서는 여성이 맞벌이를 해도 남성임금의 70%이하를 받고 집에서는 남성보다 4배 더 많은 가사노동을 한다.

 

216p 흔히 쓰이는 검정 비닐봉지는 살림하는 남자를 향한 사회의 그릇된 시선을 보여준다. 상인들은 콩나물이나 두부 등을 투명한 비닐봉지에 싸 주면 남자 손님들이 부끄러워해서 내용물이 안 보이게 검정봉지를 줘야 한단다. 남자가 장을 보다니 모양 빠진다는 사회적 압력이 이토록 강하다. 비닐봉지를 쓰지 말자는 권유에 이런 생각지도 못한 답변이 치고 들어오자 더는 상인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217p 맞살림으로 남성들을 끌어들이고 우리 사회 전반에 퍼진 성 역할 고정관념이 사라져야 플라스틱 문제가 해결되려나. 검정 비닐봉지만 해도 환경과 페미니즘이 칡넝쿨처럼 얽혀있다.

 

야생환경보호론자 존 뮤어는 "어떤 것이든 그것 하나만 꺼내려해도 우주의 다른 모든 것이 함께 당겨져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라고 했는데 새로운 사실을 알면 알수록 공부하면 할수록 환경문제는 정말 모든 사회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것을 느낀다.

 

환경에 관심을 가지는일은 그럼으로 매우 중요하다. 단지 플라스틱 쓰레기문제에 관심갖고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했던 나는 노인과 여성, 아동, 인권, 제3세계, 동물, 노동 등 문어발 뻗듯이 인식이 확장되었다. 내가 실천해야할 일이 텀블러 들고다니는 것에 그치면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인식의 확장은 간디의 말처럼 ‘나 스스로가 이 세상에서 보고자 하는 그 변화가 되어야 한다.’는 걸 알게 만든다.

 

그래서 더 나은 세상에 ‘자기 자신’을 두고 싶은 모두에게 환경에 관심을 가질것을,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할것을 권한다.

 

218p 세상 모든 것과 연결되어 내 삶과 사유를 통째로 바꿔낸 플라스틱 프리 만세.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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