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기후위기/살리는 식습관

잘 하고 있나? (채식 후 몸의 변화에 대해...)

베푸 2021. 4. 30.

 

 

30대 부터 새로운걸 배우는 일에 돈을 아끼지 않게되었다. 이전의 나는 배우는데 들이는 돈에 매우 인색했다. 책사는 돈은 안아까운데, 카페에 가거나 옷 사는것도 안아까운데, (정규교육을 제외하고) 유난히 뭘 배우는데 쓰는 돈에 인색했다. 가지고 있는 돈의 문제가 아니었다.(20대에 돈을 더 잘벌었다.) 아마도 돈을 지불했을때 내 손에 들어오는 물질적인 어떤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던듯하다.

 

결혼하고 요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한식조리사 자격증도 따고, 약선요리 지도사 자격증도 따고, 김치도 1년 정도 배우고, 건강빵, 전통식초, 자연식물식도 배웠는데 그때 들인 돈이 아깝지 않았다. 배우면서 점점 무형의 것이 더 오래도록 남고 다른 곳에 적용도 가능하며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채식에 시작하고 2019년 겨울부터 비건 요리를 배우고 있었다. 오랫동안 비건생활을한 일본인 선생님께 배우는 요리는 특별했다.

튀긴음식을 좋아하고 가공식품에 길들여진 내 입에 엄청 맛있는 요리는 아니었지만 맛없는데 참고 먹어야하는 음식도 아니었다. 오묘한 맛이, 쨍하지 않은데 맛있는 맛이 있었다. 채소에서만 맛을 끌어냈는데 닭육수 같은 맛이 나기도 하고 고기대신 넣은 오트밀이 식감을 제대로 내기도 했다. 평소 잘 쓰지않던 식재료를 접하는 것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무엇보다도 음식을 대하는 철학이 너무 좋았다. 베이킹엔 별 관심이 없지만 음식철학을 듣고싶어 베이킹 수업도 다 들었다. 그러다 코로나가 터지고 수업 일체가 다 무산되었다. 좀 더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는 전문코스도 개설되기로 했는데 무기한 연기됐다.

 

그 사이 나는 음식철학에서 멀어지기도, 정크채식으로 유지하기도, 또 맑은 채식으로 돌아오기도 하면서 어쨋든 그 끈은 놓지 않고 있었다.

 

평소 이런건 어르신들이나 읽는거 아니냐고 생각했던 건강관련 책들도 탐독했다.

 

 

다이어트 불변의 법칙

왜 야생동물은 병과 비만이 없는가뉴욕타임즈 40주 연속 1위를 기록한 책, 스테디셀러 『다이어트 불변의 법칙』이 개정된 내용과 깔끔한 새표지로 개정증보판을 선보인다. ‘봄여름가을겨울’

book.naver.com

제목에서 거부감이 들었지만 알고보면 자연식에 대한 내용인 <다이어트 불변의 법칙>을 읽고는 첫끼로 과일로만 배불리 먹는 과일식을 몇달했다.

 

이미 아무거나 먹은 세월이 있어서 처음엔 몸이 더 안좋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한달이상 하면 괜찮아질거라는 책내용만 믿고 몇달동안 지속했는데 결과는 이상했다. 물만 마셔도 머리가 아프고, 평소 위가 안좋은 나도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증상들이 나타났다. 몸의 냉증으로 인한 소화불량이란다. 위염이 생긴것도 아니고 몸이 너무도 차가워져서 장에서 소화흡수를 못시킬정도라고 했다.

유기농 제철과일 위주로 먹고, 상온에 보관한 과일을 먹었지만 첫끼를 과일로만 먹는건 내 체질에 맞지 않는 일이었던 것이다.

 

밀가루 끊고, 커피와 술 끊고, 채소도 익혀먹고, 찹쌀을 주식으로 먹고, 생강차 수시로 마시고, 꿀에 잰 인삼먹으며 식이요법으로 치료하고 과일은 체온이 충분히 올라온 점심 이후에 먹었다.

 

같이 과일식을 했지만 아무런 증상이 없는 곰을 보니 좋은식이요법도 각 개인의 몸상태에 맞춰 해야하는것 같다. 그리고 하필 과일식을 시작한때가 가을겨울이라 계절을 잘 못맞춘 탓도 있다.

 

위가 너무 아픈 덕분에 차가운 음료나 물을 좋아하고 거기에 얼음까지 넣어먹던 습관도 바꿨다. 물은 상온에 보관해서 그대로 마시거나 냉장고에 보관한 차를 데워마신다.

 

아침은 잘 먹지 않아서 따뜻한 차 한잔 마시고 너무 배고플땐 누룽지나 고구마 하나, 바나나 하나 정도 먹는다. (소화에 들이는 에너지는 생각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자기 소화력을 고려하지 않고 삼시세끼를 꼬박 챙기는것도 몸에 무리가 된다고 한다.)

 

위가 회복되면서 점차 채소와 과일, 통곡물을 먹는 비율을 늘렸고 무엇보다 몸에 나쁜걸 먹지 말자고 생각했다. 습관처럼 집어먹던 과자나 아이스크림 초코렛 등을 드라마틱하게 줄였다. 눈에 보이지 않도록 장볼때도 사다두지 않았다.

안먹다보니 과자나 빵이 먹고싶은 생각도 줄어든다.

 

신기한것은 음식과 마음의 관계다. 곰이랑 싸우거나 스트레스 받거나 화가나는 일이 생기면 너무도 과자가 땡겼다. 영어로 단게 땡기는 걸 Craving for sugar(chocolate)... 라고 표현하는게 실감날 정도였다. 정말로 ‘craving’ 갈구했다. 참지못해 먹고나면 속이 안좋고, 더부룩한 속 때문에 기분도 안좋았다. 기분이 안좋으니 움직이지 않고 누워있게되고 그러면 몸은 더 가라앉았다.

악순환이다.

 

아무리 몸에 좋은 유기농 제철식품으로 채식을 해도 마음을 챙기지 않으면 허사라는 걸 그때마다 깨닫는다.

 

지금은 위도 다 낫고, 채소나 섬유질 섭취도 늘어서 아침에 화장실도 참 잘간다. 나는 학창시절부터 오래도록 변비로 고생했다. 과민성대장증후군도 변비로 생기는 체질이라 제때에 화장실을 못가면 배가 아프고 소화도 안되고 종일 아무것에도 의욕이 없고 짜증이 솟구쳤다. 병원에도 한의원에도 다녀봤지만 원인도 모르고 약이없으니 평생 잘 다스리며 살아야 한다는 소리만 들어왔는데 꼬박꼬박 쾌변을 하니 컨디션도 좋다. 채식하고 제일 좋은 점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또 몸에 이상한 점이 느껴졌다.

 

그동안엔 커피를 먹자마자 속이쓰리고 위가 너무 아파서 못먹었다면 이젠 가스가 너무 차서 못먹겠다. 커피뿐만이 아니라 알콜도 그랬다. 술마셔도 얼굴색 하나 안변하고 취하지도 않는다고 대학원시절 주당으로 불렸던 내가 맥주 한잔에도 속이 부글거려 고생한다니 믿기지 않았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이 더 심해진건가.. 늙어서 그런가? 체질이 바뀌었나? 왜이러지.. 궁금했지만 속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그냥 커피는 디카페인으로 마시고 술은 아주 조금(맥주 반병, 와인 한 잔 등) 분위기만 느낄정도로 마셨다.

 

뭘 잘못하고 있는건가?

비건이 아니라 페스코 채식이라 그런가?

나름 잘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몸이 반응하니 또 고민이 되었다.

 

내가 배우던 일본샘의 요리 클라스는 언제 다시 개설될지 알 수 없고 나는 채식을 더 잘 해보고 싶어서 마크로비오틱을 배우기로했다.

 

채식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마크로비오틱의 원리에 대해도 배우고 제철 자기 땅에서 난 음식을 먹는것이 왜 중요한지도 이야기 나누는 일이 재미있다. 이미 10년이상 채식을 한 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 이야기를 했다. 페스코 채식 한지 1년 반이 지나고 있는데 카페인과 알코올을 못먹게 됐다고. 선생님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스가 차지요?” 라고 되물었다.

 

너무 놀라고 또 기뻤다.

선생님은 평소에 뭘 먹는지 내 식습관에 대해 이것저것 묻더니 그건 몸이 맑아져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괜찮다고 했다. 샘은 커피가 아니라 차를 마셔도 배가 부글거린다고.. 차도 안마실때 몸상태가 가장 좋다고 한다.

식생활을 클린하게 하면 몸이 예민해진다고 나쁜것이 아니라고 했다. 커피와 술은 극 음성 식품이라 몸을 차게하고 수축시키기 때문에 가급적 지양해야하는데 그걸 몸이 먼저알고 반응하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몸은 끊임없이 힘의균형을 유지하고 중성의 상태로 향하고 싶어한다. 현대인들이 극 양성인 육식과 가공육, 밀가루를 주식으로 살다보니 균형을 맞추기위해 극 음성인 카페인 술과 단것(설탕) 약을 자연히 많이 섭취하게 된거라고 극과 극을 오가는 식생활은 결국 몸을 무너지게 한다고 했다.

 

인터넷 검색을 해도 안나오고 혼자 고민하던 일에답을 들어서 속이 너무 시원하고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했다.

 

‘나 커피 참 좋아하는데... 매일은 아니어도 가끔 한잔은 마시고 싶은데.. 술도 어울리는 음식이랑 곁들이는거 참 좋은데....’

 

그러다 또 생각이 들었다.

 

‘어, 그럼 나 잘하고 있나?’ ㅎㅎㅎ

 

조울증처럼 이랬다 저랬다하는 마음을 붙들고 혹시나 나처럼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까해서 이 글을 남기기로 했다.

 

 

여러분~~~~!!

식생활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채소와 통곡물 위주로 클린하게 먹고 있는데 몸이 이상 반응을 한다면 그건 잘 하고 있다는 신호랍니다!

몸이 맑아져서 예민하게 반응하는 거라네요~!!

그리고 자기한테 잘 맞는 식생활은 개인의 생활과 체질에 따라서 모두 다릅니다~!!

무조건 따라하지 말고 내 상황과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세요.

 

내 몸도 지구도, 살아있는 다른 생명도 건강하게

살리는 식습관 만들어봐요!!

 


덧,

내가 생각하는 채식을 하고나서 좋은 점

 

1. 아침에 쉽게 눈을 뜬다.

억지로 겨우겨우 눈을 뜨던 나는 ‘어? 왜 일찍 일어나지지?’ 할 정도로 모닝스트레스(?)가 줄었다.

 

2. 쾌변을 한다.

채식을 적극 권하고 싶은 장점이다.

장과 뇌, 장과 건강에 관한 책이나 논문이 엄청나오는 걸 보면 알수있듯이 쾌변은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기분도 좋고 의욕도 생긴다.

 

3. 살이 빠진다.

나는 원래도 살찐 체질은 아니라서 크게 변화가 없지만 전형적인 태음인의 체격인 울곰을 보면 알 수있다(울곰은 채식을 당하고 있지만 ㅎㅎ). 키도 똑같고 두 살 차이인 곰 동생과 점점 격차가 느껴질정도로 체중관리가 된다.

 

4. 혈액순환이 좋아진다.

손발이 무지하게 차가운 나는 발이 시려워서 잠을 못자는 사람이었는데 그 증상이 조금씩 좋아진다. 아직 완전히 괜찮아지지는 않았지만 다른 운동을 한것도 아니고 잠자리가 바뀐것도 아닌데 크게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개선되었다.

 

5. 생리통이 드라마틱하게 좋아졌다.

이건 따로 포스팅을 해야한다. 할 말이 많다.

 

6. 소화가 잘된다.

잘 체하고 토하고 그러는 체질인데 소화가 어려웠던 적이 없다. 밤에 감자전 부쳐먹고 바로 자서 고생한 1번을 제외하면 체한적이 없다. (나에겐 정말 대단한 변화다.)

 

7. 안티에이징과 치아에 좋다.

채식을 18년한 친한 외쿡언니가 안티에이징에 최고라고 했다. 웰컴 투 채식월드라며... 피부도 좋아지고 치아에도 좋단다. 하지만 나는 그건 아직 모르겠는걸로.....

 

채식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채식간편식도 많이 나오고 패스트푸드도 나온다. 동물권이나 환경을 위해서야 좋은 선택이겠지만 이왕이면 내 몸에도 좋은 음식을 선택하면 좋겠다.

 

간단하게라도 집에서 만든 요리를 먹고, 제철 유기농 식품을 먹는것. 그리고 무엇보다 가공식품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계속 내 몸의 소리와 변화에 반응해서 맘도 몸도 건강한 채식생활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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