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돋우다

<태도에 관하여> - 달콤한 위로보다 도움이 되는 현실조언

베푸 2021. 5. 29.

 

 

이 책을 읽는 내내 뭔가 불편했다.

 

보고 싶지 않고 들키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을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여러번 책을 덮었고 여러번 다시 시작했다.

 

독립적이면서 동시에 매우 의지적인 나와 다르게 뭐든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는 책임감있고 냉정한 작가에 뭔지모를 반감도 생겼다.

 

이 책은 작가가 15년동안 신문과 라디오, 오디오클립에서 상담해온 내용을 바탕으로 인생을 살아가며 필요한 태도에 대해 쓴 단행본이다. 그래서 현재 우리가 겪고있는 시의성 있는 문제들이 등장한다.

 

(임경선이) 언제나 그렇듯 ‘나는 이렇게 했는데 너는 왜 못해?’ 따위의 꼰대질이 아니라 좋았지만 한편으론 ‘힘들다는 사람들, 버텨보려는 사람들, 그냥 위로해 주면 어때서..’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15p 세상에서 가장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으면서 가장 알기 어려운 것이 나다.

 

17p 자신의 수준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나한테는 이것이 최선이야, 라고 현실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큰 용기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행동을 일으킨 다음 자신에게 맞는 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얻는 깨달음이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머릿속에서 선만 긋는 것과는 다르다.

 

26p 절대적으로 즐겁고 보람찬 일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일의 재미는 스스로 찾아야 하는 주관적인 문제다. 일이 내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탓하기 전에 내가 먼저 일의 가능성에 기회를 줄 생각을 해보면 안 되는 것일까.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나를 위해서 말이다.

 

36p 상대는 오로지 내가 먼저 변해야만 변할 수가 있다.

 

134p 잘될지 잘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젊은 시절 온힘을 다해 노력했거나 몰두한 경험 없이 성장해버리면 ‘헐렁한’ 어른이 되고, 만약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 ‘이건 나의 최선이 아니었으니까’라며 마치 어딘가에 자신의 최선이 있다고 착각하면서 스스로에게 도망갈 여지를 준다.

 

167p 질투나 비교를 하기로 결정했다면 그것들을 극복할 나의 행동이 잇따라야 하는데, 그것을 하지 못하면 대개 상대를 어떻게든 흠집 내거나 나 자신을 공격하며 자학하게 된다

 

그가 말하는 태도는 대부분 옳다. 아니 옳다기 보다 바람직하다. 그게 삶에대한, 일에대한,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그걸 알기에 정곡만 콕콕찝어 이야기하는것이 더 얄밉기도했다.

 

부부관계, 동료들과의 관계, 시가와의 관계등 인간관계에서 필요한 태도에 대해서도 좋은 부분이 많다.( 가사 노동에 관한 부분은 특히 동의한다.)

 

53p 모든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지혜롭고 관용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나이 들수록 점점 고집스러워지고 이기적이 된다.

 

70p 처음 남편에게 가사일을 시킬 때 남편이 순순히 내가 원하는 대로 따라주지 않으면 답답하거나 싸울까 봐 ‘에잇, 시키느니 내가 그냥 하고 말지’ 싶겠지만 부디 그 순간의 불편함을 견뎌내주기를 바란다. 내 마음이 불편하느니 차라리 몸이 힘들겠다라고 생각해서 그 순간을 참지 못하면 시간이 지나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가사 분담은 한 가정에 대해 부부로서 책임을 함께 지는 문제이자 가정 자체가 불행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기에 내가 남편을 개선시키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71p 우리 가정은 남편과 나, 둘이 같이 구축한 세계다. 우리가 더럽힌 것, 먹는 것, 우리가 낳은 것, 모두 우리가 직접 앞가림과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노동력을 빌리기보다 우리는 우리대로 효율성을 기해보기로 한다.

 

77p 혼자서 잘 서 있을 수 있어야 타인과 함께 있을 때도 더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고, 마음이 통하지도 않는 누군가로 공허함을 가짜로 채우기보단 차라리 그 비어 있는 시간들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는 것이 낫다.

 

143p 세상의 여러 가지 일들은 회색 지대에 놓여 있다. 나만이 무조건 맞다고 생각하기 전에 스스로 먼저 회의할 줄 아는 자세를 가지며 타인의 말을 경청해야 할 것 같다. 그런 후 생각의 중심이 세워져 무리 짓지 않을 정도가 되면, 타인의 개인성과 존엄성도 나의 그것만큼 존중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얄밉지만 그 어떤 위로보다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조언을 안고 책을 덮으려는데 책의 끝부분 개정판에 덧붙인 <슬픔의 공동체>라는 글에서 나는 무너졌다.

 

쓰러진 아버지가 투병하던 시절에 대한 솔직한 심정이 담긴 글이었는데 말할 수 없이 깊은 공감과 비애와 연민을 느꼈다.

 

방금전까지 냉정하게 조언하던,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나올것 같은 작가의 여리고 말랑한 속살을 본 느낌이었다.

 

225p 흔히들 결혼하고 자식을 낳아봐야 철이 든다고 하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자식을 낳아 기르는 일은 얼마간의 인내심을 키워줄 뿐이고 정작 우리는 부모의 ‘로-병-사’를 겪으면서 처음으로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게 아닐까. 내 존재의 원형이 소멸을 향해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보는 일 말이다.

 

이 말에도 격하게 공감했다.

돌아가신 우리 아빠가 오버랩되며 눈물도 나왔다.

 

여튼 이 책은 쎈척하는 여린언니가 삶을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에 대해 겪고, 읽고 , 느낀것을 바탕으로 매우 고심해서 던지는 질문같은 책이다.

한번쯤 읽고 자기와 타인의 태도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상황이나 타인이나 조건들을 탓하기 이전에 나를 먼저 살피는 기본태도는 꼭 배우고 싶다.

 

8p 몇 살이 되었든, 지금 있는 자리에서 더 나아지려고 노력할 수 있었으면 한다. 노력이라는 행위에는 필연적으로 고통이 따르겠지만 그 고통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간단히 결론 나지 않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서둘러 결론을 내려는 대신 그 문제에 대해 충분히 시간을 들여 생각해볼 수 있는 인내심을 가지기를 바란다. 또한 어느 쪽을 선택하든 잃는 것이 반드시 있음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아량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이런 삶의 태도를 가진 사람이고 싶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