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푸 에세이

잘익은 자두를 골라먹는 기쁨

베푸 2021. 7. 8.

 

처음 받았을때는 단단한 자두였다.

하나 먹어봤더니 시고 살짝 떫기까지 했다.

다음날, 말랑해진 자두를 하나 골라 먹었더니 전날 먹었던것과 완전히 달랐다.

향도 좋고 달고 맛있었다.

 

요즘 매일 자두를 확인한다.

 

말랑해져서 먹을 수 있는 자두를 골라내기 위해서다. 그날그날 다르지만 3-4개 정도 되기도 하고 예닐곱개가 되기도 한다. 욕심을 부려 좀 덜 말랑한걸 꺼내면 여지없이 신맛을 보게된다.

 

신기한 자두의 세계…

잘익은 자두를 한 입 베어물면 입 안에 퍼지는 향과 달콤함에 잠시 행복하다.

 

과일은 냉장보관 하는것이 좋지 않아 안방 베란다에 박스째 두었다. 요즘 날이 더워 베란다 쪽 문을 반쯤 열어뒀더니 자려고 누우면 달콤한 자두향이 솔솔 난다.

기분좋은 달콤한 향.

자두향을 맡으며 잠드는것도 기분좋은 일이다.

 

과일이 맛있으려면 나무에서 자연스럽게 익도록 놔두었다가 먹기 좋은때에 수확해야 한다고 한다. 지금은 여러 문제(유통, 소비자 반응, 수익성, 비용 등) 때문에 그 자연스러운 일을 하기가 제일 어렵게 되었다고했다.

 

도시에서 지금과 같이 살기위해 인위적으로 바꿔놓은게 참 많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자두를 먹는 기쁨을 누리며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익도록 두었다가 매일 자연스럽게 물렁해진것만 골라 먹는 기쁨.

억지로 하지도 욕심내지도 말고 그때그때 잘 익은 달콤함을 누리자고,

 

우리의 곰돌이 푸우가 말했듯이

매일이 행복하지는 않아도 행복한 일은 매일 있다고,

 

잘익은 자두를 골라먹는 것같은 인생의 작은 행복을 충실히 누리며 살자고 말이다.


마크로비오틱 수업 다녀오는 길에 빵을 사왔다.

이번엔 미리 사용했던 종이봉투를 챙겨갔다.

 

 

종이봉투가 비닐봉투보다 친환경이려면 무려 44번이나 사용해야 한다는 카드 뉴스를 본 이후로 뭐든 일회용으로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44번이나 다시쓰긴 어렵겠지만 최대한 미리 챙기고 준비해서 낭비도 쓰레기도 줄여야지.

 

겉은 테라로사 속에 든 건 아티장 빵, 겉과 속이다른 내 쭈글쭈글 종이봉투가 자랑스럽다.


(좌) 내가 챙겨온 두유팩, (우)카페에서 분리수거도 안하고 마구 섞어버린 자원들

 

아침에 너무 배가고파서 편의점에서 두유를 사먹었는데 빨대만 버리고 두유팩은 챙겨왔다. 매번은 못하더라도 여건이 되는 한에서 내가 만든 쓰레기는 끝까지 책임을 지려고 한다. 카페에서 플라스틱이랑 우유팩을 분리도 하지않고 그냥 버리는걸 보니 더욱 나라도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하루에 나오는 우유팩이 몇갠데 저걸.. ㅠㅠ)

 

요즘 기업신용평가에 ESG가 기준으로 들어간다던데 ESG를 생각하지 않는 이런 카페도 이용하지 않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버리면 쓰레기지만 잘 모으면 자원이된다.

집에 무사히 들고온 종이팩은 깨끗이 씻어 말려서 한살림에 갖다줄것이다.

 

내가 한 일들이 대단한 영향이 없다해도 내가 추구하는 가치들을 실행했다는 보람이 있다.

 

 

집에 돌아오니 우체통에 반가운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독일에 있는 베프한테 카드가 온것이다. 아날로그형 인간은 이럴때 기분이 너무 좋다 ㅎㅎ.

 

지난번엔 ‘보고싶은 친구.. ‘ 로 시작하는 첫마디만 읽고 울컥해서 카페에 앉아 청승은 다 떨었었는데 오늘은 끝까지 웃으며 읽었다.

 

얼른 코로나가 끝나서 친구도 만나고 손이 닿는 거리에서 얼굴보고 이야기하고 싶다.

 

유난히 더 보고싶은 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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