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푸 에세이

홈메이드 포도주 만들기 실험

베푸 2021. 9. 4.

 

 

친구가 아버지가 직접 키우신 유기농 포도를 줬다. 포도는 안그래도 씻으면서 늘 찝찝했는데 유기농포도라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그런데 날도 덥고 직접 키우신거라 특별히 완충제를 쓰지 않아서 그런지 배송도중에 다 터졌다.

 

받자마자 술이 될 것 같은 느낌

기왕 술이 될 것 같은 포도라면 정말 술로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ㅎㅎ 포도주 만들때 효모가 들어가지만 집에 없고 이미 술냄새가 나는 포도이므로 효모를 빼고도 술이 될것 같아서 무작정 시도해보기로했다.

 

어릴때 우리집엔 앵두나무 세 그루가 있었는데 바구니 그득그득 앵두를 따서 동네사람들 다 나눠먹고도 남아서 술을 잔뜩 담갔던 생각이 난다.

 

거실 한쪽에 장식처럼 쪼로록 놓여있던 앵두주는 지금도 옛날 사진에 배경으로 존재한다.

 

그 앵두주를 담글때 엄마는 설탕에 잰 앵두를 그냥 유리병에 넣었던걸로 기억한다. 달달하니 맛있는 냄새가 났는데 나만 그 앵두주를 못먹게 해서 속상했었는데…ㅎㅎ

 

3년전 앵두주, 5년전 앵두주, 하면서 아빠는 앵두주 컬렉션을 뿌듯해 했었다.

그것처럼 담그면 되지 않을까?

 

해보는거지 뭐.

포도를 깨끗이 씻고

 

물기가 없도록 행주로 잘 닦았다. 뭐든 장기 보관하는 음식엔 물이 들어가면 안된다.

 

 

설탕은 홈메이드 포도주 레시피대로 10%만 넣고

손으로 조물조물 터뜨렸다.

 

이걸 터뜨리는게 은근 재미지다. 톡톡 터지는 느낌도 좋고, 향도 좋고, 그 언젠가 티비에서 봤던 전통방식으로 술을 만드는 와이너리에서 거대한 오크통에 포도를 가득담고 발로 밟는 장면도 생각 났다.

 

유리병을 소주로 소독하고 터트린 포도를 담았다. 향이 너무 좋다. 조금 찍어먹어보니 맛도 좋다.

혹시라도 이 포도주가 실패하게 되면 이대로 그냥 마실걸 그랬다고 생각하게 될 것 같다.

 

 

1차 발효가 되는 초기엔 공기가 잘 통하는게 좋다고 했으니 얇은 유기농 면보로 덮어두고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곳에 두었다.

 

‘아~ 벌써 맛있겠당 ㅎㅎㅎ’

‘효모를 안 넣었는데 발효가 되려나?’

‘술맛이 나려나?’

‘포도 알갱이랑 껍질을 거르고 나면 양은 얼마 안되겠네.’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친구 아버지가 피부가 새까맣게 타도록 열심히 농사지으신 포도를 맛있는 포도주로 꼭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5일 후에 거르고 다시 숙성시켜서 먹어봐야지.

식초배울때 당도로 알콜도수 계산하는 법도 배웠었는데… 음~ 기억이…

 

도수고 뭐고 술이나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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