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레시피/채식하면 뭐먹고 살아요?

지구를위한 채식일기(9. 6.~9.12)

베푸 2021. 9. 13.

 

어묵우동

 

또 비가온다. 반짝 이틀 맑더니 또 비. 이제 뜨끈한 국물이 생각날 때라 어묵우동 끓였다. 밥은 없으니 혹시나 모자랄까봐 메추리알도 넣고 버섯도 듬뿍넣고 국물은 건표고우린물로 끓여서 아주 시원했다.

비건 마라샹궈

 

자투리채소, 얼린두부, 건두부면, 버섯 등 냉장&냉동 재료들 다 총집합해서 비건 마라샹궈 만들었다. 두부를 얼려서 수분이 나간 곳에 스펀지같이 구멍이 생기고 그 안에 간이 쏙 배서 맛있었다.

냉털요리로 좋은것이 또 마라샹궈인것 같다.


 

순두부 수제비

 

비가 계속 온다. 종일 어둡더니 많이 내린다.

순두부찌개에 물을 많이 넣고 양념도 넉넉히 넣어 냉동실에 수제비 반죽 한덩이 뜯어넣었다. 짬뽕같기도 한 맛에 순두부의 보드라움과 수제비의 보드라움이 더해져 호로록 잘 넘어가는 음식이었다. 비오는 날과도 잘 어울리는 순두부 수제비.


계속 어둡고 또 비가 많이왔다. 최고치로 우울하고 무기력한 날이었다. 종일 아무것도 안먹고 있다가 저녁은 곰이 퇴근해 와서 치킨을 시켰다.

따로 뭘 차리기도 싫고 사먹기도 싫어서 옆에서 몇 조각 집어먹는데 먹을때부터 기분이 나쁘더니 먹고 난 후에도 안좋았다. 별로 안먹었는데 빈속에 기름진 육류를 먹은것에다 심리적인 것까지 겹쳐서 속이 안좋았다. 밤 늦도록 소화가 안돼서 소화제까지 먹고도 고생했다. 다시는 느끼고싶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중화식 가지볶음, 나또밥, 메추리알장, 김

 

계속 우울하고 무기력해 있으니 곰이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자주 말해주었다. ‘쳇’ 하고 넘겼지만 그 말들이 참 힘이되었다. 고마운 마음에 중화풍으로 가지를 볶아 아침 차려주고 남은가지에 장아찌간장을 재활용한 메추리알장, 새밥까지 해서 오랜만에 나만을 위한 점심상을 차렸다. 낫또도 올려 주고 풋귤에이드 곁들여서 기분좋게 맛있게 먹었다. 억지로라도 힘을 내야지.

 

버섯 김치 어묵탕

 

저녁으로 버섯김치 어묵탕을 끓였다. 맑은 국물로 많이 끓이는 어묵탕에 김치와 버섯을 넣으면 김치찌개 같기도 하고 매콤한 것이 색다른 맛이다.

곰이 아주 좋아한다.

 

두메부추는 일반 부추와 다르게 알로에나 마처럼 끈적한 성분이 많다. 뮤신 성분으로 위에 좋다고 한다. 생으로 먹었을때 효과가 좋다고해서 밑부분을 잘라 반찬으로 쌈장에 찍어먹었는데 맛있었다. 이맘때만 먹을 수 있는 풋땅콩도 삶아서 간식으로 먹었다.

 

마음이 안좋아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제일먼저 식생활이 망가진다. 망가진 식생활은 소화도 배변도 어렵게 만든다. 답답한 속은 더욱 짜증과 우울감이 되어 돌아온다. 악순환이다. 장과 뇌가 연결되어 있다는건 최근 여러 연구를 통해 드러난 사실이다. 반대로 식생활이 회복되면 몸도 개운해지고 따라서 마음도 나아진다.

억지로라도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빠져나와야하는 이유다.


 

콩나물국, 굴비구이, 장떡, 두메부추, 김치, 메추리알장, 오이고추된장무침, 땅콩밥

 

간만에 진수성찬을 차려보았다. 추석선물 받은 굴비(선물보다 쓰레기가 훨씬 많았지만) 처음으로 구워보고, 두메부추로 장떡도 만들고, 콩나물국에 땅콩밥, 오이고추 무침도 했다.

 

저녁을 잘 먹고 공원도 한바퀴 돌고왔더니 몸에 에너지가 도는 느낌이들었다. 생각이 많을수록 몸을 움직여야한다. 그 단순한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닌데도 실천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생각해보면 내가 좋아하는 일들, 취미나 특기도 전부 정적인 것이다. 몸을 움직여 하는 일에 정을 붙여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솥비빔밥, 콩나물국, 열무김치, 감자조림, 잡채, 묵

 

날씨가 너무 좋았다. 집에 밥이 잔뜩 있었지만 나가고 싶었다. 곰이랑 돌솥비빔밥 사먹고, 새로생긴 동네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산책도 하고 돌아왔다.

 

날씨가 좋으니 기분이 좋았다. 간만에 책도 많이 읽었다. 이제 내가 좋아하는 가을이다.

 

데리야끼삼치구이, 땅콩밥, 부추겉절이, 풋귤에이드

 

저녁엔 간단하게 삼치를 구워 데리야끼 소스에 살짝 조렸다. 아삭한 꽈리고추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짝꿍.

 

스텐팬에 생선도 잘 구워진다 ㅎㅎ 뿌듯

 

풋귤 한박스 또 사서 에이드 잘 해먹고 있다. 짜고 남은 과육을 생선요리에 올리면 색도 곱지만 맛이 참 잘어울린다. 부추와 삼잎국화나물 겉절이만 곁들여서 간단하고 만족스럽게 잘 먹었다.


 

땅콩죽, 매실장아찌, 오이지무침, 낙지젓갈

 

풋땅콩 알맹이만 발라 얼려둔걸로 땅콩죽 끓였다. 땅콩이랑 불린쌀을 갈아서 끓이기만 하면 되는 음식이라 얼마나 쉬운지… 오이지 새로 무쳐냈더니 둘의 궁합도 참 좋았다.

 

공기도 좋고 날이 좋아 야생화 자연학습장으로 산책갔다. 지금은 피어있는 꽃이 별로 없었지만 풀냄새 맡고, 나비와 벌이 날아다니는걸 보고, 벤치에 앉아만 있어도 좋았다.

아파트나 높은건물에 능선이 가리지 않고 시야가 탁 트이는게 얼마나 좋던지…

곰은 옆에서 인상을 쓰고 억지로 다니다가 간식을 사줬을때만 잠깐 좋아했지만 날이 좋으니 그정도는 넘어가도록 하자.

 

쭈꾸미 볶음, 부추무침, 도토리묵, 오이지무침, 쌈무

 

재난지원금으로 한살림에서 잔뜩 장을 봐왔다.

쭈꾸미도 플렉스!! ㅎㅎ 두 팩 사서 한끼에 다 볶았다. 콩나물도 맛나게 육수에 데치고, 쌈무랑 오이지, 부추무침도 곁들이고 상추랑 깻잎에 야무지게 싸 먹었다. 혹시나 매울까봐 도토리묵도 올렸는데 전혀 맵지는 않았다.

 

남은 양념에 밥까지 볶아서 풀코스로 먹었다.

역시 이럴땐 무쇠팬이다. 눌어붙은 밥알까지 맛있게 만들어준다. 자알~ 먹었다.


날이 맑아지면서 컨디션도 좀 회복이 되었다.

낮에 햇빛을 못받으면 밤에 잠도 안오고 밤에 잠을 깊에 자지 못하면 다시 컨디션이 좋지 못하다. 기후위기에 의한 날씨변화는 단지 재난이나 농사등에만 영향을 주는것이 아니다.

 

근미래를 예측한 영국 드라마 years and years 에 보면 기후위기로 80일 연속 비가 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작년에 이미 40일 넘게 지속된 장마를 겪었기 때문에 터무니없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날이 실제로 오면 비피해 뿐 아니라 정신적 피해도 엄청날거란 생각이 들었다.

 

스트레스가 쌓이는 시기엔 매일 15분가량 햇볕을 쬐는 것이 유익하다고 한다. 햇볕은 멜라토닌을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으로 변환시키는 촉매이다.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아침 햇살을 받으면서 걸어 보라고 권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효과있는 자연처방이다.

 

숨을 깊게 쉬는 심호흡도 세로토닌 분비를 증가시킨다. 걷기는 공인된 세로토닌 ‘발전소’다.

걸을 때의 진동이 뇌간을 자극하면 세로토닌이 분비된다. ‘내장 마사지’라는 웃음도 세로토닌의 분비를 돕는다. 웃을 일이 없는 때라도 이겨 내기 위해선 억지로라도 웃는 것이 낫다고 한다.

 

보기만해도 컨디션이 나아지는 맑은 날씨, 정말로 힘이나는 좋은 말, 억지로라도 걸으면 후려해진 느낌, 내 손으로 차린 소박한 한끼 식사의 효과.

이번주에 느낀 작고 좋은 것들을 힘이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에 집중하고 힘쓰는 에너지로 내가 당장 누릴 수 있는 작고 소중한 일들을 많이 하고 감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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