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푸 에세이

내 인생 최초의 부각

베푸 2021. 11. 7.

 

 

오늘 드디어 내 인생 첫 부각이 완성 되었다.

 

인생의 타이밍이란 정말 신기한 듯.

 

채식을 한 뒤로 사찰음식에 관심이 갔다. 그래서 정관스님이나 선재스님의 책을 몇권 읽었다.

사찰에선 가을볕이 좋은 한로에서 상강 절기에 부각을 만드는것이 김장만큼이나 중요한 행사라기에 궁금한 마음이 있었다.

 

이번 추석에 아카시아꽃 방아꽃, 가죽나물부각까지 들어있는 부각세트를 비싸게 사먹었는데 그 부각과 튀각 만드는 법을 가을절기학교에서 배우게 된 것이다.

 

손 많이간다. 번거롭다. 말로만 들었지, 실제 내가 만들면서 부각이 왜 비싼지도 깨달았다.

 

찹쌀풀을 만들고, 풀을 바르고, 말리고, 튀기기까지 손도 많이 가지만 시간이 정~말 많이 드는 음식이었다. 내가 배운 방식은 석임풀이라고 찹쌀을 약간 썩혀서(삭혀서) 만드는 방법이라 더더욱 오래 걸리는데 맛이 일반 찹쌀가루풀 바르는것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올해 가을은 볕좋고 바람좋다고 하기에 비가 너무 자주오고 추웠다 더웠다 했지만 그래도 마당이 있는 집에서 가을볕에 부각을 말리고, 만들어 먹으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손으로 만든 부각을 (비록 자연건조는 아니지만) 건조기에 말려 오늘 드디어 튀겨냈는데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

 

 

기쁘고 뿌듯하고 여러 감정이 들었다.

 

매해 가을이되면 맘이 맞는 사람들과 모여 부각을 만들어 먹고싶다.


내 생애 첫 부각의 기록! 만드는법을 적어둔다.

1. 찹쌀을 5일~7일 담가 그대로 둔다. 거품도 생기고 쿰쿰한 냄새가 나게 된다. 석임풀 = 썩힌풀, 삭힌풀, 섞은 풀의 의미가 있다.

 

2. 그렇게 일주일간 불려둔 찹쌀을 헹궈 쌀 부피의(무게가 아님) 2.5배 의 물을 넣고 바닥이 두꺼운 냄비에 뚜껑없이 센 불로 끓인다.

 

3. 보글보글 끓어오르면 중약불로 뜸들이기를 충분히 한다. (오른쪽 사진의 농도가 되면 완성이다) 완전히 식힌다.

4. 김의 거친면이 위로 가도록 두고 반쪽에 석임풀을 골고루 바른다. (바를때는 알뜰주걱이 최고)

풀바른 김 위로 남은 김의 반을 접어 접힌면을 꼭꼭 누른뒤 석임풀을 다시 바른다.

 

5. 깻잎은 깨끗이 씻어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 뒤 김과 마찬가지로 반만 석임풀을 바르고 접어서 그 위에 다시 바른다. 이때 깻잎이 잘 붙도록 눌러주고 깻잎 꼭지부분까지 골고루 풀을 바른다. (깻잎은 어느면이(초록면, 잎맥면) 위로 가도 상관 없다. 나중에 마르고 튀기면 차이가 없어진다.)

 

이때 풀에 간장으로 간을 하면 부각에 간이 되어 맛있다.

 

6. 부각 위에 깨를 뿌린다.

 

7. (건조기의 경우) 55도에서 10시간 이상 말린다.

- 김의 경우 14시간 말리니 완전 말랐고

- 깻잎은 중간에 발린 석임풀이 덜말라 16시간 말린 뒤 자연바람에도 건조시켰다.

- 감자는 4-5시간이면 충분

- 고추부각이 2-3시간, 가장 빨리 마른다.

(고추부각은 옷이 잘 입도록 물을 뿌려가며 골고루 가루를 묻히는 것이 중요하다.

 

7. 튀길때는

 

7-1. (감자) 넣었다 바로 빼는 정도로 얼른 꺼낸다. 색이 나면 이미 탄 경우가 많다. 기름에 닿아 부풀어 오르면 꺼낸다. 1-2초

 

7-2. (깻잎) 넓은 후라이팬에 기름을 1cm 정도 올라올 정도로만 부어서 앞뒤로 뒤집는다. 찹쌀옷이 하얗게 변하면 바로 꺼낸다.

 

7-3. (김) 마르면서 오그라 들었던 김도 튀길때 누르면서 튀기면 예쁘게 튀길 수 있다. 김의 사방 귀퉁이를 젓가락으로 눌러 기름에 튀겨지며 뽀로록 하얗게 변하면 한번 뒤집어서 바로 꺼낸다.

 

 

지부에서 같이 한번 튀겨보며 경험했더니 이번엔 기름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도 예쁘게 튀길 수 있어서 좋았다.

 

샘이 말씀하신것처럼 부각은 수행하듯이 조용히 집중하며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야 하는것 같다. 풀을 바를때도 튀길때도 그렇다. 사찰에서 만드는 이유가 이건가 싶었다. 음식을 정성껏 만드는 것도 감사히 먹는것도 수행이다.

그래서 더욱 귀한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매년 가을이면 부각을 만들어 먹고 또 이 음식을 귀히 여겨줄 사람에게 선물도 해야지.

 

 

자연의 속도가 아닌 공장의 속도(계절을 넘어선 온열재배, 가공음식, 밀키트, 신제품 등)에 맞춰 살고 가격이 싼 음식, 어떻게 만들어져 어떻게 오는지도 모르고 모양만 따지는 음식 문맹자가 아니라 샘이 말씀하신대로 음식 시민으로 살도록 애써야겠다.

(음식 시민: 능동적인 자세로 음식에 대해 성찰하고 음식의 생산/유통/소비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사람)

 

 

 

마중물 자연음식 연구소, 김서진 샘 레시피

 

아 프리오리( a priori) : 네이버 블로그

나 자신이 막힘없이 열려 있는데 얻을 막힘없는 지혜가 또 어디에 있겠는가?! 내가 주관이고 객관인 것을...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리듬을 그대로 타되, 깨어있는 삶을 지향합니다. (2019.1.28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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