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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삭아삭 식감이 예술인 총각김치 담그는 법(+ 맛있게 익히는 법)

베푸 2021. 11. 19.

 

 

정말 오랜만에 직거래 농부시장이 열렸어요.

그 동안엔 드라이브 스루로만 살 수 있었는데 걸어서 장을 보는 그 기분이란…^^

 

양쪽으로 농부님들이 쫘악~ 계시는 모습이 감격스럽더라고요.

 

지난주에 어머님이랑 김장했지만 이번주말엔 엄마김장이 예정되어 있어서 김장재료 구경하러 갔다왔어요.

 

총각김치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김치인데요.

집에 석박지가 있긴 하지만 둘은 엄연히 다른거잖아요. 그쵸?

 

그래서 간김에 총각김치 담을 알타리랑 재료를 사왔다지요. 그것도 무.포.장. 으로 말이죠!!!

알타리랑 쪽파는 시크하게 내 장바구니에 쏙 넣고요. 대파는 비닐 포장이 되어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돌려드렸더니 기쁘게 다시 받으셨어요.

농부님들 비닐 포장도 다 사야하는거잖아요. 돈들이고 환경 오염되고 ㅜㅜ 서로서로 안주고 안받으면 참 좋을텐데 말이죠.

 

향좋고 통통한 유기농 생강도 정말 싸게 내 주머니에 샀고요. (득템!)

 

 

심지어 버섯도 내 주머니에 사왔다죠. (아~ 눙물이… ) 표고버섯 세 개까지 덤으로 주셨어요. (장바구니 할인인가요? 😍)

 

보통은 비닐이 한가득 나오는데 다듬고 남은 푸성귀 몇개밖에 버릴 것이 없어서 어찌나 감동적이던지요….

 

엄마가 고추가루까지 믹서에 넣고 가는 바람에 뭔가 떡볶이 비주얼 양념이 됐지만, 맛은 훌륭한 총각김치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담그는 사람의 좋은 기분이 같이 들어가서 그렇겠지요? 생긴건 떡볶이같아도 맛좋은 총각김치 레시피 올려볼게요.

재료: 알타리무 2단, 소금, 찹쌀1/3컵, 새우젓, 사과1개, 고추가루1컵, 마늘(20톨) 생강 1개, 쪽파 한 줌, 통 깨.
 
 

1. 싱싱한 알타리무는 누렇고 안좋은 무청을 떼어내고 무 부분이 끝나고 줄기가 시작되는 지점(오른쪽 사진처럼)과 길게 뻗은 뿌리를 칼로 다듬어 줍니다.

*** 저는 무청이 많은걸 안좋아해서 무청은 좀 떼네어 따로 삶아뒀어요 ㅎㅎ

 

2. 다듬는 동안 찹쌀1/3컵과 물 10배(6-700ml)를 넣고 풀을 쑤어줍니다.

(찹쌀가루 풀을 쒀도 괜찮습니다.)

 

3. 손질한 알타리무는 깨끗이 한번 씻고 무 부분에만 소금을 뿌려 절여주세요. 소금양은 ‘무에 소금이 골고루 묻었구나~’ 하는 정도면 됩니다.

(소금 약 1~ 1+1/2컵)

***무청부분은 일부러 소금을 뿌리지 않아도 무에 뿌린 소금에 의해 절여져요.

 

4. 소금이 녹으면 중간에 한번씩 뒤집어 가며 1시간 이상 절여주세요. (무가 크면 시간을 늘려 주세요.)

 

5. 절여지는 동안 양념을 준비할텐데요. 쪽파 한움큼을 다듬어 깨끗이 씻고 파머리 부분이 너무 굵으면 반을 가릅니다. 4-5cm 정도 크기로 잘라주세요. 생강은 엄지손톱 2개 만한 사이즈로 껍질을 벗겨 준비합니다.

 

6. 풀이 다 쑤어졌으면 찬물에 담가 식히고 마늘도 준비해주세요. (약 20개)

 

7. 요즘에 사과가 제철이니 단맛을 위해 사과 하나(또는 배 하나), 마늘(약20톨), 생강(엄지손톱 2개만한 사이즈 하나), 새우젓 반컵, 완전히 식힌 찹쌀풀 2컵을 넣고 갈아줍니다.

 

(이 과정에서 실수로 고추가루를 넣어버려서ㅋㅋ 떡볶이 양념같은 양념이 되었는데요. 생고추를 갈거나 마른고추 불린것이 아니라면 고추가루는 나중에 양념과 섞어주세요. 그래야 고추가루가 살아있어 예쁜 김치가 돼요 ㅋㅋㅋ )

 

8. 김치 버무릴 때 고추가루 한컵을 7의 양념과 섞어줍니다.

 

9. 3-40분이 지나면 처음의 생생했던 무의 모습이 사라지고 살짝 절여져 숨이죽은 모습이 될거예요. 그러면 물에 헹궈 소금기와 불순물을 제거합니다. 2번정도 헹궈주세요.

 

10. 이제 원하는 크기로 잘라줍니다. 처음부터 원하는 크기로 자른 뒤 절여도 되지만 그러면 절이면서 무에서 맛있는 맛이 다 빠져요. 초롱무처럼 큰 무가 아니라면 절인 뒤에 잘라주는것이 훨씬 맛있는 총각김치가 됩니다.

*** 자를때는 오른쪽 사진처럼 무청이 양쪽에 다 붙어있도록 잘라주시면 좋아요.

 

11. 무에 8의 양념을 넣고 (고추가루는 이때 넣습니다😅😅) 먼저 버무려 준 뒤

 

12. 썰어둔 쪽파를 넣고 마저 버무려주세요.

이때 간을 보고 싱거우면 새우젓과 소금을 더 넣어 간을 맞춰줍니다. 사과 때문에 단맛이 딱 맞던데요. 혹시 부족하면 설탕이나 사과농축액 매실청 등을 추가해주세요.

*** 김치는 같은 재료로 동시에 만들어도 절여지는 정도나 헹구는 방식등에 따라 간이 달라져요. 꼭 맛을 보고 가감해주세요. 무가 푹 절여진것이 아니라서 양념만 찍어 먹었을때 짜다! 싶어야 나중에 간이 맞아요.

 

중간중간 양념을 넣어가며 통에 가지런히 담습니다. 이러면 보기에도 좋지만 나중에 꺼내먹기도 편해요. 무만 담고 양념이 죄다 남아있지 않도록 켜켜이 양념을 꼭 담아주세요. 취향에 따라 깨도 뿌려주면 좋아요.

 

떡볶이 양념 비주얼이긴 해도 맛있겠죠?

맛을 보니 무가 아주 아삭하고 양념도 맛있게 됐더라고요.

 


총각김치를 맛있게 먹으려면 이때부터 또 중요한 과정이 남아있어요.

 

총각김치는 실온에 이틀정도(2-3일) 두어서 거품이 뽀글뽀글 생기고 시큼한 김치냄새가 확 올라올 때 냉장고에 넣어야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보통 김장 배추김치는 오래두고 먹기 때문에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익히잖아요? 그런데 총각김치는 덜 익은채로 냉장고에 넣어 익히면 맛이 훨씬 덜합니다. 그때 다시 꺼내 냉장고 밖에 놔둬도 맛있게 익지 않아요.

살짝 익힌 뒤에 냉장보관해야 맛좋은 김치를 오래두고 먹을 수 있어요.

 

하루 뒤/ 이틀 뒤(뽀글뽀글 기포가 올라오고 생무 냄새가 아닌 시큼한 냄새가 날 때 냉장고에 넣어야한다.)
 

이틀이 지난 뒤의 모습이에요.

물이 꽤 생겼죠? 총각무는 물이 많이 생기지 않아서 따로 김치국물을 만들어 붓기도 하는데요.

 

저는 무를 오래 절이지 않아서 물이 꽤 나왔죠?

김치는 항상 김치국물에 어느정도 잠겨있어야 맛이 쉽게 변하지 않고 맛있어요. 큰통에서 꺼내놓은 김치에도 국물을 좀 부어둬야 맛있고요.

 

묵은지 만큼이나 묵은 총각김치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거 아시나요? 저는 양념 씻어내서 들기름에 익힌 총각김치나 된장에 지진 총각김치도 좋아하는데 양이 너무 적어서 그렇게까지 익을 김치가 있을까 싶네요. (아~ 침고인다)

 

총각김치는 봄에도 담글 수 있지만 가을에 담근 김치가 무도 단단 아삭하고 더 맛있어요. 어렵지 않으니 처음 김치를 담그시는 분들도 시도해보시면 좋겠어요.


 

작년엔 비가 너무 많이와서 고추농사가 폭망이라

김장하기 어렵더니, 올해는 가을한파와 이른서리, 잦은비로 배추가 다 녹고 무름병이 걸려서 가격도 비쌀 뿐 아니라 좋은물건 찾기도 어렵다고해요.

 

기후위기는 이렇게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관계가 있어요. 전문가들은 특히 식량난을 경고하고 있지요. 이미 배출한 탄소 만으로도 가뭄, 홍수, 폭우, 때아닌 한파와 폭염등의 이상기후가 계속될거라고 하는데요.

 

희망적인건 아직은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후위기 극복’ 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모든 시스템을 바꿔야 할정도로 강력한 실행이 필요하다는데요.

티핑포인트를 넘어서서 손 쓸 수 없을 지경이 되기 전에! 우리 모두가 노력을 기울여야겠어요.

 

오래도록 맛있는 총각김치 먹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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