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레시피/채식하면 뭐먹고 살아요?

지구를 위한 채식일기(12.6.~12. 12.)

베푸 2021. 12. 13.

 

계속 위가 아프다. 아니 위는 아닌것 같기도하다. 이제까지와 다르게 상복부가 아니라 배꼽왼쪽이 아프니까… 장인가? 그런데 소화는 안된다.

낮엔 고구마 반 개 먹고 저녁엔 근대랑 표고버섯 넣어 된장죽 끓였다.

집에 연근이 많아서 두개 썰어 전부쳐 곁들였다.

다 위에 좋은것만 조금 먹었는데 얼른 괜찮아지면 좋겠다.


 

점심은 근대죽 남은거 데워서 조금 먹고 친구랑 친구딸들이랑 쿠키 만들었다. 이모가 좋아하는 쑥개떡을 닮은 쿠키라며 민트색 쿠키랑 이쁜모양을 골라 다 주는데 진짜 사랑받는 기분이 들었다.

저녁은 친구가 떡국 끓여줬는데 사진을 못찍었다. 방귀쿠션 하나로도 깔깔거리는 애들이랑 한참을 입근육이 아프게 웃다보니 내가 정말 행복하게 살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랑 이렇게 소중한 시간을 많이 보내야겠다.

이모는 배가 아프니 쿠키는 곰 아저씨가 몽땅 먹었다.


 

월요일에 근대된장죽 끓인게 아직도 남았다. 조금씩밖에 못먹으니 한냄비 끓인것도 줄지 않는다. 친구가 반찬을 줬다. 반찬은 내가 줘보기만 했는데 조금씩 나눠준 반찬이 있으니 든든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 양념 다 해놓은 버섯 볶기만 해서 먹고 달달한 시금치랑 서리태콩자반도 곁들여 조금씩 꼭꼭씹어 먹었다. 그런데도 아팠다.

위가 아프니까 삶의 낙이 줄었다 ㅠㅠ

 

낮에 먹은 죽 한그릇도 결국 소화 시키지 못해서 저녁은 곰만 차려주었다. 밤밥하고, 친구가 준 반찬에 오이볶음이랑 연근계란볶음 더하고 물김치도 같이 주었다. 다 먹고 산책나가서 국화빵 한봉지도 다먹은 곰. 마누라가 못먹는다는데도 맛있게 잘 먹더라… (째릿)


 
 

이렇게 반찬부자인 시절이 흔치 않은데 위가 아파 못먹다니…. 저녁에 곰만주고 못먹은게 억울해서 조금씩 다 담았더니 하나가득이다. 천천히 꼭꼭씹어 다 먹었다. 나흘만에 근대죽은 다 먹었다.

이제 새로운 죽 끓여야지.. 배가 아프니까 맛있는거 해먹고 소화 잘 시키는것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느끼고 있다. 그래서 항상 기뻐하고 범사에 감사해야 하나보다.

 

주말에 먹고 발라놓은 꼬막을 더 놔두면 안될것 같아 꼬막밥했다. 오늘은 조금 나아진것 같아서 밥을 시도해보았다. 마지막 하나 남은 옥돔구워서 곰주고 반찬도 다 꺼내고 친구가 준 물김치도 곁들여서 먹었다. 나는 소화가 안될것 같아 꼬막은 담지 않고 옥돔도 먹지 않았다.

 

밥할때도 넣고 밥 위에도 얹었더니 미나리향이 엄청 좋았다. 다음엔 꼬막없이도 뜨거운 밥해서 미나리 얹어 비벼먹어야겠다. 배송받은 당근도 하나 깎아서 아삭아삭 먹었다. 소화는 잘 안되지만 아프지는 않았다. 조금씩 살살 꼭꼭씹어 먹어야지.


 

 

이렇게 아프고 소화도 안되는건 정말 오랜만이다. 나의 위염 역사는 정말 오래됐는데 찹쌀넣고 인삼넣고 닭죽 끓여 먹으면 소화도 잘되고 몸도 따뜻해져서 아프면 꼭 등장하는 음식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효과가 있을까 싶어 일부러 닭죽 끓였더니만 종일 사진의 한그릇 먹고도 6시간이 넘도록 소화가 안돼서 고생했다.

찹쌀죽이어도 고기에다 기름진 국물이라 그런가? 닭을 손질할 때 닭의 부위들이 살아있는 닭이랑 연결되고 죄책감도 들어서 그런가? 역효과만 난 닭죽이었다. 남은건 곰이 다 먹었다.


 

 

전날 결국 소화제까지 먹고 새벽에 잠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조금 괜찮은 듯 했다. 또 죽을 끓이기는 싫고(죽 지겨움ㅠ)더 안좋아지기 전에 먹어야하는 샐러드채소를 씻었다. 기름진 샐러드 소스 곁들이지 않고 친구가 준 버섯 구워 올려서 발사믹 얹고 따뜻한 차 곁들여 먹은 버섯샐러드.

 

이제 좀 괜찮은건가? 아직 완전하게 소화가 잘되지는 않지만 샐러드 먹고나서 아프지는 않았다. 산책도 하고와서 더 도움이 된건지 모르겠다.

속에 부드럽고 좋은걸 먹어야 하는데 반찬거지의 시절로 돌아왔기 때문에 밥이랑 국이랑 반찬을 다 해야함으로 육수만내서 칼국수 끓였다. 유기농 우리밀이니까 밀가루지만 괜찮을거라고 합리화하고 따끈한국물에 야채와 버섯 위주로 담았다.

쑥갓 칼국수가 정말 괜찮다. 부재료로 얹는것이 아니라 쑥갓을 이렇게 듬뿍 넣어도 맛있구나~ 알게 되었다. 국물이 걸죽하니 약간 스프 같기도 해서 먹고난 뒤 속이 안좋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소화가 잘되지도 않았다 ㅠㅠ)


 

 

밥은 하고 싶지도 먹고 싶지도 않은데 곰이 너무 배고파했다. 아침에 시리얼도 한사발(한공기 아님) 먹었는데 그걸로는 끼니가 안되나보다. (정말 부럽다 소화력) 김밥 사오라고 해서 황태 콩나물 국 끓여 같이 먹었다. 나는 국 위주로 먹고 곰은 그 많은걸 다 먹었다. 이제 막 아프지는 않은데 뭘 먹으면 소화가 안돼서 답답하당. 가스도 차고.. ㅠ 양배추즙도 사왔으니 얼른 나아보장!!!

 

마트에 갔다가 채식의 열기(?)를 여기저기에서 느꼈다. 두부로 만든 제품들에다 식물성 음료, 식물성 만두와 식물성 고기도 보이고 프링글즈에서도 베지칩이 나오다니… 건강 때문이든 기후위기 때문이든 채식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난건 확실한것 같다. 우리가 건강하려면 우리가 사는 이 세계가 건강해야한다. 아프니까 혹시 미세플라스틱 때문이 아닐까 의심이 들며 걱정이 됐다. 😭

오는길에 기간이 얼마 안남은 쿠폰으로 텀블러에 녹차라떼 샀는데 두 모금 먹자마자 위가 바로 아팠다. 곰만 두 잔 플렉스!! (내가 아프면 자기한테 다 주니까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마누라가 아프다는데더 되게 기뻐하는것 같은건 기분 탓이겠지? 🤬🤬)

 

나의 위염 역사는 정말 오래라 위에 좋은건 셀프임상실험으로라도 안다. 무는 정말 위에 좋은 음식이다. 달달한 제철무를 이용해 저녁으로 무밥하고 한살림에서 세일하는 굴도 한 팩 올렸다. 한팩이라 양이 너무 적어서 굴은 향도 안났다 ㅎㅎ

미나리랑 두부 넣어 재첩국 끓이고 불고기 맛이나는 표고버섯 야채볶음도 만들었다.

 

아래에 레시피가 있어요. 초간단 맛있는 반찬이니 추천합니다.
 

이건 한살림 갈비양념으로 만드는 초간단 원팬 요리다. 맛있어서 인기가 좋다. 엄마집에서 들고온 백김치까지 곁들여서 조금만 먹었더니 더부룩 함이 좀 괜찮았다.

 

 

이번주는 채식일기가 아니라 무슨 병상일지 같이 되어버렸다. 오늘은 아픈가 안아픈가? 이걸 먹으면 괜찮은가? 안괜찮은가? 만 종일 신경쓰고 있는것같다. 위가 아프고 민감할 때는 더욱 어떤 음식이 나한테 잘 맞고 어떤 식재료가 내 몸에 이로운지가 바로 느껴진다. 소화가 잘되는 채소와 장운동에 좋은 버섯을 따뜻하게 먹을때 몸이 편안하다. 채식이라도 오이 같은걸 먹으면 내내 불편했다. 가공식품이나 설탕, 초콜릿, 커피 같은건 단 한모금만 먹어도 바로 느낌이 온다. 그런데도 입에서 땡기는 걸 놓지 못하는 것이 참 미련하고 어리석게 느껴졌다.

 

내 몸의 주인이 누구인지? 내가 음식을 먹는건지 음식에 내가 길들여져 있는건지 생각해보게도 되었다.

 

공장에서 난 것을 먹고 산지가 오래다. 약한 체질보다도 전 세계 어딘가에서 온 식재료로 수많은 식품첨가물이 들어간 공장에서 난것을 먹고 산 습관때문에 더 자주 더 오래 고생한지도 모르겠다.

 

환경에 관심갖고 채식을 하면서부터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에서 얻은 것, 이동경로가 짧은 것, 누구로부터 온것인지 알 수 있는것, 땅에서 물에서 자연에서 난 것으로 먹으려고 노력했다. 요즘 아프니까 몸이 더 약하고 예민해져서 그 이치가 옳다는 것을 온몸으로 말해주고 있다. 혀끝에서, 머리에서 원하는 음식말고 내 몸이 원하는 음식을 먹고 살아야한다.

 

 

내 몸에 안좋은 줄 알면서 입에 착 감기는 음식들을 완전히 끊지 못하고 주전부리도 좋아하지만 나 자신으로 오롯이 있을때 느끼는 근본적인 필요에 더 귀 기울이며 살아야겠다.

 

내 몸에 가장 좋은 음식이 지구에도 가장 좋은 음식이다. 지속가능한 밥상을, 더 건강한 밥상을 모두를 위한 밥상을 선택하도록 궁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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