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레시피/채식하면 뭐먹고 살아요?

지구을 위한 채식일기(1.31.~2.6.)

베푸 2022. 2. 7.

 

설 음식 장보고 들어와 점심은 간단히 먹었다.

김치떡만두라면. 만들어둔 집만두가 있으니 좋다. 김치국물을 많이 넣었는지 조금 짰지만 맛있었다 ㅎㅎ 아이스크림 하나씩 물고 명절노동 시작!!

녹두전, 봄동전, 김전, 연근전, 다시마전, 고사리나물, 도라지나물, 숙주나물, 시금치나물, 버섯나물, 브로콜리, 파래무침, 도토리묵.

이번 설음식은 몽땅 비건으로 만들었다.

몽땅 채식인건 성공이어도 양에서 실패한것 같다. 만두도 전도 나물도 잔뜩~!!

적은 식구에 좀 과한 느낌이다.

이번 명절엔 올비건 해봤으니 다음엔 먹을만큼만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겠다.

연잎밥 찌고, 쑥국 끓여 상차리니 아주 진수성찬~^^ 반찬이 많아서 나박김치는 빼먹었다. 어떻게 동태전 하나 없냐고 성토하던 엄마와 곰은 막상 차려놓으니 만족스럽게 잘 먹었다 ㅎㅎ


 

나물이랑 전이랑 덜어담고 떡국만 끓여먹은 설날 아침(?) ㅎㅎ 전 날 저녁 ‘지금 우리 학교는’ 을 시작하는 바람에 온가족이 날 밤을 새고 아침에 잠들었다. 왜 니들은 만날 아침에 자냐고 잔소리 하던 엄마는 시리즈 물의 묘미(?)를 깨닫고 본인 취향인(좀비, 귀신, 공포, 스릴러 좋아하심) 작품에 홀딱빠졌다. 다같이 늦게 일어나 점심으로 설날을 시작 ㅎㅎㅎ

원래 나는 채수에 토란떡국을 끓여먹고 엄마와 곰에게만 매생이 굴떡국을 끓여주려고 했지만 늦게 일어나 급하게 차린 상 때문에 한가지로 통일 ㅎㅎ 이번엔 너무 맛있게 익은 나박김치도 빼놓지 않았다.

 

저녁은 ‘지금 우리 학교는’ 마저 보며 있는걸로 대충먹었다^^


 

2월 2일은 La fête de la chandeleur 라고 프랑스의 성촉절이다. 아기예수님 탄생 40일 후 성전에 처음 선보인 날이라 촛불을 밝히는 행사를 하며 크레페를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이름이 성촉절이라 그렇지 예수님과 크레페는 큰 상관이 없어 보인다. 이 날은 농사와 더 깊은 관계가 있었던듯한데 원래 크레페는 지금과 같은 밀가루 버터 계란의 형태가 아니라 메밀로 만든 것이라고 하니까 아마 한해 농사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어 먹은게 아닐까? 크레페 하면 엄청 우아하고 예쁜 이미지가 떠오르다가 메밀로 만들었었다고 하니 강원도 메밀전병 생각이 났다 ㅎㅎ

여튼 내가 기억하는 크레페는 몽마르뜨 언덕에서 먹은것인데 얇은 반죽을 금세 만들어 누텔라와 바나나를 얹어주던 길거리 음식이었다. 냉동실을 뒤졌더니 마침 크레페가 딱4장 남아있길래 브런치로 먹었다. 초코잼을 얇게 전체적으로 발라야하지만 냉장되어 딱딱한 초코라 1/4에도 겨우 발랐다는게 아쉬운 점. 딸기를 더해서 더 맛있었다.

굴떡국 끓이고 남은 굴, 먹고 남은 봄동 겉절이를 넣고 오일 파스타 해먹었다. 명절음식 하면서 마늘을 다 써버려서 다진마늘 넣고, 스파게티면도 없어서 엔젤헤어로 만든 그야말로 남은재료 총집합인데 아주 맛있었다.

총각무피클은 몇번이나 리필 ㅎㅎ 두통 만들어 둔 것이 거의 끝나가고있다.

봄에 총각무가 나오면 다시 담가야겠다.

저녁을 먹고 아이스크림 먹었는데 포장에 이런 표시가 있었다. 재질에 상관없이 모든 일회용엔 친환경 표식을 하지 않는걸로 바뀌었는데 아직 법 시행 전인가? (녹색인증이라 그런가?)

환경 친화적인 일회용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12월에 명란젓을 담가뒀는데 냉동을 시켜두지 않고 비건리셋하느라 방치했더니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 상하지는 않았지만 얼른 먹어야 할 것 같아서 브로콜리 넣고 명란파스타 만들어 먹었다. 오일도 많이 들어가고 면수랑 명란젓도 좀 많이 들어가서 짰다 ㅠㅠ 이 스파게티는 이탈리아 전통기법으로 만든 거라길래 한봉지에 만원도 넘게 주고 샀는데 (그래서 아껴둔건데) 너무 뚱뚱해서 내 입맛엔 별로다. 칼국수인줄… . 남은 명란도 익혀먹는 요리로 얼른 해치워야겠다.

나물부자일때만 먹을 수 있는 홈메이드 비빔밥.

나물이 잔뜩이니 밥만해서 쉽게 먹었다.

곰은 계란후라이 올려주고 나는 비건으로 맛있게 냠냠. 국 대신 나박김치 곁들였더니 다먹고 입가심으로 시원하게 마실 수도 있었다. 고추장이 없어서 마지막 한방울(?) 까지 박박 긁은건 안비밀.


 

입춘이다. 절기공부를 같이하고 음식을 만들어보는 절기살림 모임에서 현미냉이죽과 파적(총적)을 만들었다. 봄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다는 냉이를 넣고 현미를 반쯤 갈아 구수한 죽을 끓이고 풍석 서유구 선생의 <정조지> 에 나오는 파적(총적)을 만들었다. 파적은 기름에 굽지 않고 나중에 식초를 듬뿍 뿌려먹는 음식이란다. 기름없이 구운 적이 괜찮을까? 반신반의 했는데 아주 색다르고 맛있었다. 한국식 팬케이크 같달까? ㅋㅋ

 

날도 춥고 피곤해서 저녁은 김치 콩나물 떡만두국 끓여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갱시기죽의 떡국버전 ㅎㅎ 만드는건 간단했지만 아주 시원하고 맛있어서 국물도 남김없이 다 먹었다. 요즘 초록마을에서 발견한 다크초콜렛에 푹 빠졌다. 이게 양이 좀 적고 가격이 비싸지만 원료도 좋고 맛있다. 나는 카카오 70% 정도가 딱 좋은것 같다.


 

저녁먹고부터 졸려서 일찍 잤는데 너무 피곤했다. 자면서도 계속 깨고, 꿈도 꾸고 그랬더니 오래 잤는데도 잔것같지가 않다. 느즈막히 일어나서 곰이 쪄준 (다터진)만두로 점심먹었다. 비건리셋에서 세 번째로 선정된 대표인증자 선물도 받아 간식으로 먹었다.

간 밤에 곰이랑 ‘선술집 바가지’ 라는 일본 드라마를 봤다. 심야식당이랑 비슷할거란 예상과 달리 바가지는 사람들 이야기보다 음식에 좀 더 집중한 스토리였다. 어묵탕에 사케 마시는 장면 보고는 야밤에 끓일뻔. 올겨울엔 위가 아파서 따뜻한 사케도 한번 못먹었는데 날 따뜻해지기 전에 사케 한 잔 먹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ㅎㅎㅎ 드라마에서 푹익어 색도 갈색으로 변한 무가 너무 맛있어 보여서 무를 크게 썰어넣고 끓였다. 그 먹음직스런 갈색은 어떻게 내는걸까?

전도 데우고 도토리묵 무쳐서 막걸리랑 먹었다.

밥은 왜 안주냐던 곰은 결국 다 먹지도 못하고 배부르다고 뻗었다. 오랜만에 끓인 어묵탕 클리어!


 

구운명란 오니기리를 만들 생각이었으나 손에 밥을 묻히기가 싫어 밥에 구운명란을 비비고 구운김에 말았다 ㅎㅎ 오니기리보다 모양은 안예뻐도 먹기도 편하고 맛있었다. 브로콜리가 찰떡으로 잘 어울려서 리필해먹었다.

 

맛있는 마카롱이 먹고 싶었다. 라뒤레 로즈를 제일 좋아했는데 한국에서 라뒤레가 철수한 뒤론 내 돈주고 사먹은적이 없는것같다.(그러고보니 사먹은지 엄청 오래됐다.) 마카롱 먹고 싶다고 했더니 곰이 아침부터 스타벅스가서 사다줬다. 맘에 안드는거 서운한것도 많지만 내가 뭐 먹고 싶다고 하면 잘 사다주고 필요한것도 잘 사다주니(곰셔틀) 고마워하며 살아야지. (커피도 타주고 나뚜루도 곰이 사다줌ㅎ)

저녁은 우동 끓여서 식물성 베지까스 곁들여 먹었다. 한살림 우동은 금방퍼지고 뚝뚝 끊어져서 좀 별로다 ㅠㅠ 사누끼 우동 사고 싶었는데 우리밀로 샀더니 내가 안좋아하는 식감… 수입밀가루 섭취를 줄이려니 맛이 아쉽다.

우리밀이 빵엔 별로여도 국수에 적합하다던데 얘 좀 개선해주세용. 흑흑.

베지까스는 지난번엔 마트가서 비건 가공식품 플렉스 할때 사온건데 기름에 잘 튀겼더니 아주 바삭바삭하고 냄새도 좋았다. 그런데 기본간이 너무 짰다. 소스를 찍어야 상큼하고 맛있는데 소스를 찍으면 더 짜져서 그점이 아쉬웠다. 너무 짜서 나는 반만먹고 곰은 바삭해서 맛있다며 다 먹었다. 하나 남은걸로는 버거를 만들어 볼까보다. 한살림 현미쌀가스가 더 내 취향에 가깝다.


 

누가 댓글에 채식(비건)은 부르주아들만 하는거라고 고기만큼 싸고 영양가 있는 식단이 있느냐고 써놓은걸 봤다. ‘싸고 영양가 있는’ 에도 동의할 수 없지만 가격만을 따져도 틀린 얘기다. 김밥도 야채김밥이 제일 싸고 고기를 안사면 유기농으로 구입해도 장바구니 비용이 낮아진다. 농부 직거래가 싼 것처럼 곡물과 채소를 사람이 바로 먹는것이 작물을 동물에게 먹이고 그 동물을 사람이 먹는 여러단계를 거치는 것보다 가격이 낮은것은 당연하다. 고기를 생산하는데 드는 엄청난 지원금(세금)과 오염물 폐기비용까지 따질 필요도 없다.

 

더 큰일은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경제적으로만 따져도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당해야한다.

조너선 샤프란 포어의 <우리가 날씨다>에서 말한것처럼 식습관을 바꾸지 않고서는 기후위기를 벗어날 방법이 없다.

 

우리야말로 제 눈을 감으면 세상이 어두워지는 줄로 아는 동물이야. 회피하면 안전할 거라 착각하고 마는데 이건 우리 자손을 죽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지. 아는 거나 행동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믿는것도 그렇고,(…) 눈을 감는 것보다는 한 번씩 깜박거리는 편이 낫지 않아? 어차피 불가능한데도 완벽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어. 전혀 행동에 나서지 않는 것이야말로 용서할 수 없는 짓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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