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레시피/채식하면 뭐먹고 살아요?

지구를 위한 채식일기(3. 7.~ 3.13.)

베푸 2022. 3. 16.

 

샐러드만들어 점심 먹으려고 했는데 빵도 없고 수프도 끓이기 귀찮았다. 무엇보다 밥이 먹고싶었다. 그런데 반찬이 없는건 마찬가지 ㅋㅋㅋㅋㅋ 달걀국만 끓여서 고들빼기 김치랑 같이 먹었는데 맛있었다.

동네에 동태탕 맛집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곰이랑 같이 찾아갔다. 학교와 주택가에 하나 달랑 있는 음식점 ㅎㅎ 겉으로 보기에도 맛집 기운이 풍겼는데 슬프게도 문을 닫았다. 아쉬운대로 근처 횟집에가서 동태찌개 시켜먹었다. 반찬이 달랑 김치와 마카로니샐러드라 아쉬웠지만 오는길에 아이스크림도 사고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잘 먹고왔다.


 

엄마 핸드폰이 또 말썽이라 해결하러 만났다.

배가 고팠는데 뭘 먹을까 고민하다 곰이랑 못갔던 그 동태탕집에 갔다. Msg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담백하고 깔끔한 국물에 정갈한 반찬이 좋았다. 집밥 느낌 ㅎㅎ 다 먹고 입도 텁텁하지 않고 속도 편했다.

 
 

엄마가 온김에 나물반찬 해먹으려고 사다놓은 푸성귀들을 다 꺼냈다. 내가 하면 2% 부족한것 같은 나물반찬의 비법도 배울겸 엄마랑 같이 만들어 나물반찬 부자가 되었다 ㅎㅎ 저녁은 밥이랑 계란후라이 곁들여 먹었다. 밥이 모자라서 라면도 끓인건 안비밀.


 

만들어 둔 나물이 있으니 든든하다. 밥만 새로해서 비빔밥 만들어 먹고 투표참관하러 고고싱

 

 

투표참관은 처음인데 한번 해보니 부정투표가 있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다른 당에서 당일이나 전날 배정된 사람들이 눈을 부릅뜨고 투표함이나 진행과정을 지켜보고, 대부분의 이슈는 선관위 지침을 보며 합의를 거쳐 이뤄진다.

코로나 시국이라 확진자 투표시간도 따로 가지고 방호복까지 입는 경험을 다 한다.

이 많은 방호복과 일회용품이 과연 꼭 필요한건지… 우리가 직접적으로 치료를 하거나 접촉을 하는것도 아닌데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산도 문제지만 두 시간도 안돼 버려지다니… 선거 한번에 얼마나 많은 자원이 낭비되고 오염을 발생시키는건지 우리가 민주적인 본질은 지키며 방식은 꼭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1시에 점심먹고 종일 참관인으로 투표장에 있었더니 배가 너무 고팠다. 곰이 집에 있으니 내가 그러는것처럼 밥을 해놓고 짠~! 기다리면 좋겠지만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같은 노동을 해도 집안일은 여자의 몫인 이런 사회에서 남성이 오히려 차별받는다는 얘기를 한다는게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는다. 휴일이고 시간이 늦어 문연 식당도 별로 없다. 중국집 마지막 손님으로 짬뽕 한그릇 먹었다. 굴짬뽕 시켰는데 너무 짜서 결국 곰의 삼선짬뽕과 바꿔먹었다.


 

설마설마 했다. 투표를 안한다던 지인들도 안철수가 또 철수하는 모습을 보고 투표장에 나간다는 소리를 들었던 터였다. 그런데 결과가 엥??? 정말 믿기지 않았다. 사전투표를 하는 날엔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났다. 원전도 화재의 위험에 노출되었다. 사람들이 기후위기에 관심이 있다던데… 분명 있다고 들었는데…

 

당선인이 된 지 몇시간이나 됐다고 벌써부터 원전 뉴스가 나온다.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원전공격으로 고통받고 있는걸 뻔히 보며, 원전을 더 짓고 해외에 원전기술 수출까지해서 원전 강국이 된단다. 코로나를 겪어서 알 수 있지만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있다. 모두가 유일한 집인 지구별 공동체이다. 하나가 병들고 불행하면 여파가 모두에게 미친다. 왜 그걸 깨닫지 못할까? 우리는 새로 지은 석탄발전소까지 가동을 목전에 두고 있다. 여러 문제들을 안고 미래세대에 위험을 물려주면서까지 이래야 하는 이유는 오직 한가지, 원전산업으로 얻게되는 돈이다. 그걸 정말 모르는걸까?

나는 사람이 싫어지려고 한다.

밥이 넘어가지 않았다. 밥도 반찬도 잔뜩 있지만 먹고싶지 않았다. 오전부터 물만 내내 마시다 4시가 넘으니 허기가 졌다. 시리얼을 주섬주섬 담고 우유를 부어 넘겼다. 과일이랑 파이는 꺼냈지만 손대지는 않았다. 단걸 먹는데 달지가 않았다.

 
 

밥도 잔뜩 있고 나물반찬도 있다. 울곰은 언제 주어도 김치찌개를 좋아하니 찌개만 끓였다. 서로 낮에 있었던 일, 읽었던 기사들, 들었던 이야기 들을 나누며 밥 먹었다. 생태잡지 ‘작은것이 아름답다’ 에서 읽은 글이 한참이나 울림을 주었다.

“ 더디 오는 때, 더디 자라는 세상이 안타깝고 야속합니다. 당연하게 거기 그대로 있으려니 싶은 것들이 송두리째 사라진 뒤에야 비로소 그것을 알아보게 될까요. 얼마나 더 많이 아파하고 참담한 시간을 건너야 퇴행의 때를 반복하지 않게 될까요.

둘러보니 이마저도 없었다면 어떻게 지나왔을까 싶은 것이 보입니다. 보듬어 지키고 살려가야 할 것들, 지레 움찔 물러서지 않고 덤덤하게 일상을 마주하려는 마음, 저마다 지금을 뼈저리게 읽고 잊지 않는 마음, 그렇게 견디려는 마음… 부디 많이 아프지 않기를, 여린 싹 잘 살려 다시 일어나기를 (…) “ @jaga_green


 

입맛이 없다. 그런데 배는 고팠다. 남은 밥과 김, 김치찌개로 요기만 했다.

 

 

목이 아프다.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있는데도 목이 아프다. 이럴때마다 ‘혹시? 나도?’ 하는 생각이 들다가 ‘미세먼지 때문인가?’ 했다가 왔다갔다 한다. 부지불식간에 이미 걸렸다 나았는지도 모르겠다.

한라봉이랑 딸기먹는 직박구리
 
 

 

 

우리집이 새들 사이에 맛집으로 소문났는지 요즘 더 자주 찾아온다. 박새도 오는데 너무 빨리 사라져서 사진을 못찍었다. 참담하고 우울하고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자연에서 달래봐야지. 동네에서 새와 자연을 만나는 책을 사왔다.

 

 

배는 고픈데 밥을 하고 싶지는 않고… 목이 아프니 매콤한걸 먹으면 좋겠다 싶었다. 퇴근하는 곰이랑 만나 낙지볶음 먹으러 갔다.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가? 밥을 두 그릇이나 먹은 곰이 너무 배부르다며 호떡을 거부하는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오랜만에 중간에 깨지않고 잘 잔것 같다. 곰이랑 느지막이 일어나 브런치 준비를 했다. 버섯 샐러드와 브로콜리 수프, 호두곶감 깜빠뉴와 과일. 이런 식사가 속도 편하고 좋다. 곰이 샐러디에서 사먹으면 비싼데 1인 1샐러드 먹으니 좋다고 했다. 이 남자 내 남자 맞는지? ㅋㅋㅋ

 
 

“ 저녁엔 현미 주물럭 먹을래? 콩나물 밥 먹을래?” 물었더니 “쫄면 먹는다고 하지 않았어?” 라고 되묻는다. 나 쫄면에 쫄자도 꺼낸적이 없는데… 그냥 먹고 싶다고 말을 할 것이지… 마침 먹고 남은 깻잎도 사용할겸 잘됐다 싶었다. 야채들 채썰어 듬뿍 올리고 이번엔 콩나물도 빼놓지 않고 쫄면 만들어 먹었다. 한살림 쫄면은 행복하게 맛있는 비건메뉴가 아닌가 싶다(콩국수도 ㅋㅋㅋ) 메추리알 꼬치 넣은 어묵탕도 끓여서 같이 먹었더니 흐린 날씨랑 잘 어울렸다. 비가 올 모양이던데 이참에 비답게 내려서 산불도 꺼지고 가뭄도 해갈되길…

 

 

감튀랑 중국식 호떡에 맥주 마셨다.

같이 밥을 차려먹고, 치우고, 낮엔 책을 읽다가, 찾아오는 새들을 관찰하고, 처음 발견한 가수의 노래를 주야장천 듣다가, 방구냄새 너무 심하다며 구박하고 깔깔대다, 요즘 푹 빠져있는 스물다섯 스물하나 드라마를 같이 보고 오랜만에 맥주도 마셨다.

별거 없는 평범한 이런일들이 … 우리가… 참 감사했다.


 

간밤에 술도 마셨겠다. 비도 오겠다. 뜨끈한 국물이 생각났다. 밥은 곰이하고 국은 내가 끓여 만든 콜라보 점심상. 감자랑 무랑 콩나물에 계란까지 넣고 끓인 황태국이 너무너무 시원하고 맛있었다.

한냄비 끓여서 한끼에 끝내기 ㅋㅋㅋ ‘끄억~ 오~ 좋다~ ‘ 아저씨 감탄사 연발하며 감사히 잘 먹었다.

 

밥이 애매하게 남았다. 새로 밥을 하기도 그렇고 우동 끓여 곁들여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콩넣은 샐러드에 참깨소스 뿌려 먹었는데 엄청 맛있었당 ㅎㅎ쉽고 편하고 맛있고 참 좋네 ㅋㅋ 콩 샐러드 또 만들어 먹어야징.


 

반가운 봄비가 내린다.

인간이 우주에 가고 로봇을 만들고 인공장기로 영생을 꿈꿀 정도로 과학이 발전했어도 자연재해엔 속수무책이다. 결국 산불도 열흘이나 돼서야 비가와서 다 꺼졌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자연에 순응하며 모든 생명이 공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개발하고 더 많이 버리면 더 많은 전염병과 더 많은 재해와 더 빠른 멸종이 있을뿐이다.

 

내가 먹고 마시고 쓰고 버리는 모든것이 지금 일어나는 재해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늘 잊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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