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만되면 뭔가 심고 싶은 욕구가 막 올라와서 마트에서 파는 모종을 사다 화분에라도 심은적은 많아도 씨앗을 심은 경험은 거의 없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초등학교때 강낭콩을 물에 불려 발아시켰던거랑 2020년 첫 텃밭을 할 때 래디쉬와 무 씨앗을 심어 몇 개 ㅎㅎ 수확한 게 전부인듯 하다.
모종을 사다 심고 채소가 자라면 수확하고, 또 모종을 사다 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모종을 어떻게 키워내는가엔 관심을 가져보지 않았다.
농사에서도 생산- 소비 -폐기의 자본주의적 직선과정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농사는 씨앗을 심어(파종) 나중에 다시 심을 씨앗을 거두는 것(채종)까지 라는 것을 이번에 배웠다. IMF때 몬산토에 거의 몽땅 넘어가 우리 씨앗을 로열티를 내고 사다 심는다는 이야기는 책에서 읽어서 (ex 청양고추) ‘씨앗주권을 위해 중요한가보다.’ 했는데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씨를 심고 씨를 다시 거두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종자주권 외에도 GMO등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나중에 따로 포스팅 하기로…)
씨앗의 발아율을 높이고 보관상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씨앗에도 농약을 하고 화학처리를 하기 때문에 땅이 유기농이어도 씨앗이 유기농이 아니면 유기농이 아니란다. 나중에 농산물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된다고 해서 정말 깜짝 놀랐다. 씨앗에 농약을 한다는 사실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
씨앗을 심어 작물을 키우고, 다시 씨를 거두는 일까지 하게되면 고단한 농사의 과정은 더 길어진다. 날씨에 맞춰 각각의 시기를 놓치지 않기위해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기 때문에 일도 훨~씬 많아진다.
사피엔스에서 인류가 농업을 시작한 일은 역사상 가장 큰 사기 라고 한 말이 이해가 됐다.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 것이다.
여튼 몰랐으면 모를까 알고나니 시중의 모종이나 씨앗을 구입하고 싶지 않았다. 유기농 씨앗을 어디서 구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오늘 토종씨앗을 나눔받았다. 한살림에는 토종씨앗을 보존하고 종자주권을 지키며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노력하시는 농부님들이 계시는데 귀한 토종씨앗을 값없이 나눠 주신것이다.
나눔 받은 씨앗들을 키가 작은 순서대로 상상하며 쪼로록 심어주었다.
완두랑 강낭콩은 감자 사이사이에 심고,
열무, 뿔시금치, 조선파, 청상추를 심었다.
4월 중순에 받는 한살림 모종나눔도 신청했는데 그때 모종 심을 자리도 상상하며 자리를 만들었다. ㅎㅎ
뭘 어디에 심었는지 모르니까 흙을 덮기 전에 찍어둔 사진인데 이제와서 보니 씨앗이 작아서 하나도 안보인다. ㅋㅋㅋㅋㅋ 하하하 어이없음.
어디까지 심었는지 돌로 표시해두고 물도 촉촉하게 주고 왔다. 이렇게 어설프게 해도 자라줄지…
(너희 생명력을 믿는다🙏)
마음만 앞서고 뭘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는 생초보
농부지만 호미는 명품이다. (갑작스런 호미자랑 ㅋㅋ ) 호미질을 몇 번 안해봤지만 호미가 좋다는게 어떤건지 아주 쬐~~~~ 끔 알것 같다. 땅도 잘 파지고 땅을 편평하게 만드는데도 각도가 잘 맞다.
날씨가 너무너무 좋은 봄날이었다.
이렇게 좋은 봄날 흙을 만지고 있는것도 참 좋았다.
감자싹이, 콩이랑 상추랑 시금치, 조선파, 열무 싹이 뾰롱뾰롱 올라오길 토토로의 기운을 담아 빌어본다.
나도 잘 키워서 채종까지 해보고 싶다.
덧,
남의 밭에 시금치 부러워하며 찍어봄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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