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생초보 도시농부의 텃밭일기

야간 텃밭일기(22.5.23)

베푸 2022. 5. 27.

 

주말 내내 집을 비워서 텃밭에도 갈 수 없었다.

지난 주 멀칭을 해줬지만 너무 가물어서 곰에게 내가 없어도 텃밭에 가서 물을 주라고 했는데 텃밭에 별 관심없는 곰이 지나가는 말로 들을것 같았다.

 

사실 별 기대를 안했건만 나에게 자랑질(?)도 하지 않고 정말 물을 주고 왔더라. 혹시 못믿을 나를 위해 사진도 찍고 ㅋㅋㅋㅋ 조금 감동이었다.

 

그런데 일주일 사이 상추가 숲을 이뤘다고 하는것이 아닌가? 그럼 자기가 좀 따오면 될것을.. 나한테 얼른 가봐야 한다고 해서 월요일 저녁 텃밭으로 같이 출동했다.

 

처음 눈에 들어오는건 역시 곰의 말대로 엄청커진 상추들 ㅎㅎ

배추아님주의

 

이 상추는 양쪽 끝의 상추 두 주를 제외하곤 씨로 심어 자란 것이라 더욱 대견스럽다. 심지어 꽃상추는 옮겨심은건데도 잘 자랐다.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집에서 가져간 양배추 겉껍질과(말려둠) 너무 커져서 배춧잎 만한 상추는 볏짚 사이 빈땅을 덮어 멀칭재료로 쓰고

 

종류별로 하나가득 수확해왔다.

 

 

달랑 두 개 자란 딜도 쑥~ 커져서 딜을 풍성하게 수확해왔다. 이 정도면 플라스틱 케이스에 들어있는 딜 양보다 많은거라 기뻤다.

 

 

수건발아하지 않고 직파한 딜도 모두 자라고 있다. 오이 딜 샌드위치 말고 뭘 또 해먹을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겠다.

 

걱정스럽게도 텃밭에 정식한 오이의 형세가 그닥 좋지 못해 왜 이럴까? 싶었는데 이곳에서 몇년째 주말농장을 하고 계시다는 텃밭이웃분이 이 땅은 오이가 잘 안된다고 하셔서 더 염려가 된다. 나 오이 4주나 심었는데… 자리도 많이줬는데.. ㅠㅠ

(오이야 힘내!!! )

 

볕이 뜨거워 탄건지, 흙이 튀어서 그런지, 자꾸 죽을것 같고 예쁘게 자라지 못하던 바질도 여전히 살아 제법 새잎을 잘 올리고 있다. 식물의 생명력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지점이다.

 

심은 콩 세알이 모두 자란 완두는 이제 감자보다도 키가크고 울창하다는 표현이 어울리게 자랐다. 아직 꽃은 안피었던데 꽃피고 완두가 달릴 생각을 하면 벌써 설렌다. 지주대를 바꿔야해서 아직 묶어주지 못한 고추도 첫물고추를 매달고 있고,

 

토마토도 키가 쑥~ 커져 몇 알 달렸다. 오이를 거의 덮고있는 열무는 새로 뿌린건데 F1씨앗이라 역시 빨리 잘 자란다. 오이의 기세를 꺾지 못하도록 많이 솎아주고왔다. (얘는 토종이 아니라서 그런가 훨씬 정이 안간다. 열무를 이미 한 번 뽑아서 이거나 집에 열무김치가 많아서일지도.. ㅋㅋㅋ)

 

달랑 하나 심은 사과참외가 잘 자라주면 좋겠는데 제일 큰 잎이 누렇게 변해서 좀 걱정이 된다. 참외도 오이랑 같은 박과인데… 이 텃밭에선 무리려나? ㅠㅠ 꽃대가 엄청 커진 뿔시금치는 꼭 채종을 제대로 많이 하리라! 다짐하며 응원을 보내고 있다.

 

뭘 뿌린 자리인지 잘 모르겠는데 새싹이 다글다글 올라와서 너무 귀엽다. 씨앗을 심으면 내가 뿌려놓고 뭔지 모른다는 단점이 있다 ㅋㅋㅋ 다음에 텃밭 지도를 가져가서 대조해봐야지.

 

남의 텃밭에 데이지꽃이 너무 예쁘게 피어서 벌도 아니면서 찾아가 구경하고 왔다. 그리고 텃밭일지에 같이 기록하면 좋다는 주변환경!! 지나기만해도 향이 좋은 이 하얀꽃은 찔레꽃인데 우리 텃밭 찔레는 거의 지고 있다.

 

모기에 뜯기며 상추따느라 우리 딸기랑 가지, 콩들을 살피지 못하고 왔다. 딸기도 잘 자라서 몇개라도 열리면 좋겠는데 ㅎㅎㅎ 딸기를 더 일찍, 더 많이 심을걸 그랬나?

 

문경 태윤이네서 만난 딸기 잎 위의 거미먹는 사마귀, 그리고 제일 큰 딸기를 나에게 줬던 태윤이. 즐거운 딸기의 기억으로 내 딸기모종 사진을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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