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돋우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에세이를 더 사랑하게 한 책

베푸 2022. 9. 2.

 

내가 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확인 시켜준 책.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써야한다.” 는 명제를 더 강화시킨 책이다.

 

다양한 직군과 상황의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함으로써 그동안 가졌던 오해나 편견을 걷고 인간 이해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

 

살면서 천문학자를 만나볼 일이 있을까?

‘천문학자’ 하면 생각나는 사람도 장영실 밖에 없는데 ㅎㅎㅎ

 

이 책의 제목은 굉장히 낭만적인듯 보이지만 내면은 아주 현실적이다. 천문학자는 별을 볼 수 없다(너무 오래걸리고, 관측소가 적고 비싸며 관측도 어렵다) 대신 종일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자료를 정리해 결론을 도출한다.

 

그럼에도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의 이야기가 좋았다.

 

이 책에서 내가 공감가고 좋았던 이야기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대학에 대한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여성에 대한 생각이다.

 

대학에 오래 있었던 나는 대학의 본질이 변해가는것이 싫었다. 대학은 큰 학문을 하는 곳이다. 그런데 취업이 잘된다는 이유로 경영학과 정원이 기백명씩 되고 학점을 받기 어려운 좋은 수업은 폐강되기 일쑤다. 대학이 취업을 하기위한 전단계의 학원쯤으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 이렇게 많은 사람이 대학에 올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늘 내게 있었다. 어떤 자격요건같은 ‘졸업장’을 위해서 수많은 청년들이 그만 괴로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 대선 후보가 취업을 잘 하려면 ‘대학에서 기업이 원하는 사람’ 을 키우면 된다는 발언을 부끄러워 하지도 않고 하는 세상에서 그것은 어쩌면 너무 이상적인 꿈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그런데 대학에 있는 천문학자가 대학에 관해 말하는 글을 읽으니 너무도 공감과 위로가 됐다.

 

 

또 여성 천문학자이기에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도 좋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직도 얼마나 우리사회가 남성중심적이고 여자에게 폭력적이고 무례한 언사와 행동을 서슴지 않는지 보여주는 일화였다. 어벤저스를 촬영할때 남자 캐릭터 배우에겐 연기를 위해 뭘 준비했냐고 물어보고 블랙위도우에겐 몸매관리를 어떻게 하냐고 묻는다더니 그 천박하고 편협한 차별에 치가 떨렸다.

 

현대의 과학이 서양을 중심으로 발달했다고 해서 동양의 사고가 열등한 것은 아니며 달을 관찰하고 있으니 지금 우리가 사는 지구가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는 등의 이야기들도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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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이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책이다.

 

밤하늘의 별을 한번 바라보며 이 빛은 얼마나 오래전에 쏘아올린 것일까?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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