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레시피/채식하면 뭐먹고 살아요?

지구를 위한 채식일기(22.9.19-9.25.)

베푸 2022. 9. 26.

 

아침에 일찍깼다. 뭐라도 먹으려고 했는데 사과는 먹고싶지 않고 밥도 빵도 없었다. 회의에 가는길에 샌드위치라도 사먹을까 싶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고 빈속에 마신 커피 때문에 카페인이 지대로 흡수되어 손까지 떨리는 상황🥲 안건이 많아져서 김밥을 사다 먹으면서 했다. 김선생에선 매콤장아찌 김밥을 시키면 햄을 빼달라고 안해도 채식으로 먹을 수 있다. 일회용품이 좀 걸렸지만 우리 활동가님이 센스있게 국물통을 가져가서 사오셔서 플라스틱은 받지 않을 수 있었다.

 

문경에서 돌아올 때 상은님이 친정엄마처럼 이것저것 챙겨줬다. 고춧잎은 한봉지 가득이라 조금 덜어가지고 오려고 했는데 덜어왔으면 억울했을 맛이다.

 

도시에선 고춧잎을 잘 팔지도 않지만 얘는 유기농 고춧잎이라 더욱 귀하신 몸, 부드럽고 고소하고 너무 맛있었다.

 

단연코 오늘 밥상의 메인은 고춧잎나물이라도 할 만했다. 그런데 밥이 문제였다. 새로 하느라 한참이나 기다렸구만 맛이 영 이상한 것이었다. 곰은 밥에 대추를 넣었느냐고 물었다. 새큼하면서도 식감이 물컹하고 이상한 맛이 나는것이 영 먹을 수 없었다.

 

이 쌀은 농산물지원 행사 할 때 20%할인해서 사놓은거라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올해 계속되는 비에 장마철이 아님에도 상태가 안좋아졌나보다.

쌀은 벌레가 나거나 안좋아질까봐 4kg씩 사먹는데..

찾아보니 쌀 곰팡이라고 한다. 색이 검게 변하고 먼지도 많이나고 거미줄에 감긴것처럼 쌀끼리 뭉쳐있는것도 있으며 냄새도 좀 이상했다.

봉지도 안뜯은 새 쌀을 다 버리게 생겨서 너무 속상했다.

 

음식물쓰레기의 기준은 ‘동물이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 이런 상태는 동물도 먹으면 안될것 같아서 일반쓰레기 봉투에 담았다.

 

밥을 했는데 밥이 없어진 상황때문에 급하게 햇반을 사왔다. 먹고싶지 않은 햇반에다 플라스틱을 버리게 돼서 더더욱 속상했다.


 

땅콩듬뿍 넣고 새밥해서 미역국이랑 고춧잎, 갑오징어 젓갈놓고 아침겸 점심 먹었다. 고구마를 삶는 중이라 밥은 쪼끔만 담았다.

 

간식으로 고구마 한 개를 다 먹고, 진이님이 주신 땅콩이랑 상은님이 주신 생호두도 먹었다. 지금 이 계절에 잠깐만 먹을 수 있는 이 먹거리들은 정말 신기하다. 초록껍질을 벗긴지 얼마 안 된 생호두는 밤처럼 쫄깃하고 말랑한 느낌인데 껍질이 조금 떫어서 속껍질도 벗기고 먹는것이 맛있다. 아직 덜말라 속껍질도 잘 벗겨지고 많이 먹어본 그 호두랑은 맛이 또 다르다. 신선한 맛? ㅎㅎ

 

조금 덜 익은 땅콩은 껍질 안쪽에 살(?)이 있다. 그 안에 들어있는 콩은 속껍질도 없고 하얗게 애기애기하다. 먹어보니 껍질 안쪽의 살이 고소하다. 땅콩이 익어가며 그 살을 영양분으로 먹고 커지면서 붉은 속껍질도 생기나보다. 좋은 이웃을 두니 귀한 먹거리의 원모습이나 성장과정까지 알게된다. 음식을 ‘상품’이 아닌 ‘생명’으로 접할 수 있어 좋고 아주 맛있어서 더 감사했다.

 

저녁은 명란 듬뿍넣고 오랜만에 호박 두부찌개 끓여서 먹었다. 이제 어머님이 담가주신 명란젓은 끝이났다. 시중의 명란은 각종 첨가물 범벅에 더럽기로 유명하다.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이란 책에서 명란의 진실에 대해 밝히는 부분이 있다. 밖에서 먹는건 최대한 피하고 명란젓은 꼭 한살림 같은 생협에서만 사 드시길 강추한다.


 

아침으로 고구마와 오트밀 드링크를 먹고 좀 출출해서 이른 점심을 먹으려고 주섬주섬 차리고 있는데 식문단 회의에 엄마손 김밥을 주문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럼, 놓칠 수 없지!!!’

바로 다시 집어넣고 단장님 집으로 고고싱! 맛있는 커피와 맛난 엄마손 김밥을 오랜만에 먹었다. 얘 진짜 왜케 깔끔하고 맛있는거닝? 직접만드신 단무지에 덖어넣은 유부, 당근과 부추 우엉의 조합이 어마무시하다. 아주 약간 들어있는 계란만 아니면 비건!!! 이 맛에 좋은 재료에, 가격까지 혜자로워(2500원) 주인 아주머니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게 된다. 🙏

 

울 현주님이 회의에 맛있는 케이크를 사오셨다. 그것도 두 ~ 개 씩이나. 안그래도 전날 케이크가 먹고싶던 참인데 어쩜 타이밍도 딱인건지!!! 블루베리 생크림케이크가 많이 달지도 않고 맛있었다. 케이크를 먹으며 커피를 빠트릴 수 없으니 또 마셨는데 카페인이 종일 너무 과했던지 새벽 4시가 넘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ㅠㅠ


 

시흥에서 절기강좌가 있었다. 나와 지구를 위한 실천으로 제철음식을 먹고 남음제로! 하자는 강의다. 추분 절기음식으로 국화(밤)밥과 버섯 된장찌개 끓였다. PPT만드는 것도 어렵고 내용을 넣었다 뺐다 시간도 많이 걸렸지만 생각보다 오신분들 반응이 좋아서 즐겁게 전달할 수 있었다. 냄비 밥이 설 익을까 걱정했는데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것도 감사하다. 언제나 참 고맙고 든든한 우리 식문단 샘들과 남은걸로 점심먹었다.

 

카페인 덕에 잠을 못자서 눈이 아프지만(게다가 벼락치기 PPT를 만드느라 더욱🥲)또 카페인이 필요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지 뭔지 채식한 뒤로 카페인만 먹으면 배가 부글부글 난리도 아니더만 이제 또 괜찮다. 그러다 다시 부글거리기도 하고… (뭐징?) 맛있는 커피와 브라우니를 닮은 초코케이크 곁들여 해피 디저트타임~!!

 

정말 오랜만에 텃밭에 나갔다. 배추를 심어놓고 제대로 돌보지 못해 궁금하고 신경이 쓰였는데 지기님이 사진으로 보여주시고 그 사이 비가 한번 내려서 버틸 수 있었다. 너무너무 작고 여리던 내 구억배추가 모종만큼은 자라 있어서 좋았다. 그것도 하나도 빠짐없이 무사했다. 처음에 제일 컸던 배추는 레이스가 되어있고 후발주자들이 잘 자라고 있었다. 그래서 세상일은 모르는거다 ㅎㅎ 다른 밭엔 수확해도 될만큼 커진 배추와 결구를 시작한 애들도 있었지만 내가 씨앗부터 심은 토종배추 사랑스럽다^^ 무랑 알타리 순무도 싹이나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주말엔 쌈채소 모종을 좀 사다 심어야겠다.

 

텃밭에 나가면 코스처럼 들르는 만두전골집에서 야채와 버섯, 떡, 칼국수를 맛있게 먹었다. 이 집은 물컵이 종이컵이라 늘 텀블러를 챙긴다.

사람들이 일회용을 마구 싫어하면 좋겠다.

 


 

아침에 보건증 발급때문에 보건소에 가는데 하늘이 참 예뻤다.

 

오랜만에 하루 쉬는데다 하늘도 예쁘니 엄마와 점심약속을 잡았다. 때마침 평생학습축제도 해서 엄마를 기다리는 동안 여기저기 부스도 돌아보고 드립백 만들기 체험도 했다.

 

사람은 역시 관심있는것만 보인다고 자연물로 만드는 목걸이랑 제로웨이스트 부스가 눈에 띄었다.(인기있는 부스는 아니었다.. 🥲) 텀블러를 가젹오면 50% 할인을 해줘서 커피도 두 번 사먹었다.

 

크림소스 파스타가 먹고싶어서 파스타집에 갔다. 면을 먹으면 소화가 잘 안된다며 파스타를 안좋아하는 엄마는 피자! 나는 파스타!! 가격도 올랐는데 새우가 잘려있고 브로콜리도 두 개 밖에 없어서 물가가 올랐다는게 실감났다. 하긴 우유 밀가루 버터 야채 새우 등등 여기 들어가는것 중 안오른게 하나도 없네.. 앞으로 이대로 살면 기후위기가 재앙이 되어 식량난이 오는 때가 반드시 있을것이다. 모두 환경문제에 더욱 관심 가지게 되길… 🙏

 

내 사랑 알렉산드리아 포도랑 커피마시며 수다도 떨고 화훼축제 준비하는 공원에도 놀러갔다. 내가 좋아하는 국화천지 ㅎㅎ 엄마가 장서방 있다고 알려줌 ㅋㅋㅋ 곰 이스 에브리웨어.

 

간만에 집에 있으니 버섯된장찌개도 끓이고, 땅콩기장밥도 하고 오랜만에 멸치볶음도 만들었다.

반찬을 하도 오랜만에 했더니 곰이 너무 좋았던지 한끼에 반통을 먹어버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후라이팬에 그냥 뒀다가 먹고 나중에 통에 담을걸…

부추김치에(한살림 꺼 ㅎㅎ) 무말랭이도 곁들여 간만에 온전한 집밥이면서 맛있는 한끼!!! (Feat. 엄청 깨끗 남음제로^^)


 

 

하루 두 탕 , 무지 바쁜 토요일. 오전엔 그룹홈 아이들과 식생활 생산지 방문 수업했는데 애들을 밖에 풀어놓으니 아주 정신이 두 배, 세 배로 없었다. 즐거워 하는 아이들을 보는게 좋긴 했지만 안전사고 날까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더니 피로도 상승 ㅎㅎ

 

아이들이랑 수확한 상추랑 우엉 등 넣고 비빔밥 만들어 시래기 된장국이랑 같이 먹었다. 애들 먼저 먹이고 나중에 먹느라 대충 먹었더니 나중에 배고팠다.

 

9.24. 기후정의 행진이 있어 시청에 왔다.

2016년 탄핵집회때가 떠올랐다. 나 참 광화문 자주오네… 광우병 집회때부터 .. 아니 그 전에 월드컵 때부터? 축제같은 비폭력, 자발적 행진 멋지다. 아이들이 많이 참여한것도 멋지고 기특하고 미안했다.

광화문 바닥에 누워 die-in 퍼포먼스를 했다.

우리가 살던대로 자본을 최우선에 두고, 경제 타령하며 살다간 퍼포먼스가 아니라 정말 다 죽는다. 제발 투표부터 잘 하길!!!! 😭

 

저녁은 광화문 근처에서 김치찌개와 고등어 구이로 먹었는데 사진이 없네. 나는 고기 안먹는다고 언니들이 고등어를 많이 줘서 밥을 다 먹고도 고등어를 먹었더니 입에서 계속 고등어 냄새가 났다 ㅋㅋㅋ 집에 도착해서 곰이랑 아이스크림 먹고 들어갔는데 베스킨에서 다회용기를 쓰는걸 처음봤다. 베스킨 자체가 환경에 이로운 기업이 아니지만 이런 변화는 칭찬한다.


 

장말 오랜만에 텃밭에 갔다. 그것도 아침에 간건 더더욱 오랜만이다. 원래 더 일찍 일어나 가려고 했는데 며칠 피곤해서 늦게 일어났다. 상추모종이랑 부추 모종 구입해서 빈 자리에 심어주고 배추랑 무에게 물도 충분히 주고왔다.

 

집에와서 밥 해먹으려고 했는데 너무 배고파서 근처의 수타짜장면 집에서 해물짬뽕먹고 입가심으로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왔다.

 

내가 요즘 주말마다 나가서 혼자있던 곰은 날씨 좋은 날 간만에 데이트 하는 느낌이라고 좋아했다. ㅎㅎ 집에 돌아와 낮잠도 잤다.

 

창틀텃밭, 채소 씻어 넣고 계란후라이랑 멸치볶음, 꾸러기 주먹밥 가루 넣어 쉐킷쉐킷!! 간단하지만 아주 맛있는 비빔밥이 완성되었다. 부추김치랑 무말랭이 그리고 버섯된장찌개에 맛있게도 냠냠.


 

 

이번주는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제인 구달의 메세지를 전달한다. 9.24. 기후정의행진에서 희망을 보았지만 희망보다 중요한 건 행동이다.

 

우리의 매일은 어떤 방향이든 반드시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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