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생초보 도시농부의 텃밭일기

올 가을 농사는 다 늦되다(22. 9. 25.)

베푸 2022. 9. 29.

 

정말 오랜만에 텃밭에 나갔다.

그것도 아침에 나간건 더더욱 오랜만이다.

 

너무 아가아가한 배추를 심어놓고 바빠서 가보지도 못하고 말라 죽을까 걱정하며 지냈었는데 지기님이 보내주신 사진과 필요한 때 내려준 단비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중간에 한번 물주러갔던 날/ 지기님이 보내주신 사진

다행히도 배추는 말라죽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자라고 있었다. 그것도 한포기도 빠지지 않고 모~ 두 ㅎㅎ

 

처음 씨앗을 심을때부터 늦은데다 한번 죽어서 더욱 늦어진 내 배추는 다른 아이들처럼 무럭무럭 커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죽지 않았다는 것에 너무 위안이 되었다.

우리 텃밭의 다크호스! 제일 큰 배추 모종은 그 사이 벌레들의 습격을 엄청 받아서 레이스가 되어가고 있었다.

 

오히려 그 사이 무럭무럭 큰 다른 애기배추들이 튼실하게 자라는데 이래서 사람 일 모르는거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밭을 뒤집을때 비료도 모자랐고 다른 사람들이 액비며 영양을 잔뜩 줄 때 물도 제때 못줬는데 이렇게나 쑥~ 커지다니 너무 대견했다. (뭐라도 주고 싶은데 뭘 줘야할지 모르겠어서 한살림 ‘참편한 유기농’ 만 한번 줬다.)

 

땅이 바싹 말라 있어서 우선 물부터 주었다.

 

목요일(22일)저녁에 물 주러 다녀왔는데 따가운 가을 볕과 여름같이 높은 온도에 다시 바싹 말랐나보다.

 

알타리 무도 뾰롱뾰롱

 

토종무와 큰들무도 뾰롱뾰롱

 

그리고 순무까지…

 

심은 건 모두 싹이났다.

나처럼 엉터리 생초보 도시농부에게서도 싹을 틔워주는 아이들이 너무 고맙고 사랑스러웠다.

 

들깨를 털어보려고 안뽑고 놔둔 들깨모종 두 주는 이제 제법 깻송이가 익어가고 있다.

 

아직 덜익은 귀여운 깨도 있지만 이렇게 가까이 가도 고소한 향이 나는 까만깨를 달고 있기도 하다. 언제 수확해서 깨를 털어야 할 지 찾아봐야지 ㅎㅎ

텃밭에 가는길에 농원에 들러 상추모종도 샀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다 심어서 수확해 드시던데 나는 이제서야 샀다. 그동안 모아두었던 모종화분을 갖다드렸더니 상추모종 가격도 깎아주셨다.

이런 순환시스템이 국가적으로 정착되어야 하는데 … 기쁘면서도 안타까웠다.

 

사장님이 안녕히 가시라는 인사대신 ‘맛있게 드세요’ 라고 인사하셨다. 그 인사가 기분 좋았다.

상추를 잘 키워야 맛있게 먹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텃밭 빈 자리에 땅을 파서 물을 흠뻑 준 다음 상추와 부추를 심었다. 상추도 세 종류를 샀더니 알록달록 예뻤다.

 

지금 심어도 자라서 따먹을 수 있으려나?

 

이번 나의 가을농사는 다 늦되다.

배추도 늦고 상추도 늦고 ㅎㅎ

늦었으니 자라주는 만큼, 허락하는 만큼만 수확해야지. (김장은 아니더라도 김치는 담고 싶습니당!)

 

제작년 가을, 첫 농사때 쭈구리고 앉아 매번 배추벌레를 잡았었는데 .. 올해도 그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듯하다.

(귀하니까 더더욱 배추 된장국이 먹고싶네 ㅋ)

 

텃밭의 메리골드는 점점 더 예뻐지고 점점 더 풍성해지고 있다. 모종 4개 심은거라고는 믿기지 않을정도다. 잘 자라고 잘 번지니 ‘메리골드를 키워서 팔아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ㅎㅎ 목이 꺾인 한 송이 집에 가져와서 테이블 위에 꽂아두기도 했다. 텃밭에 갈 때마다 기분좋게 만드는 우리 메리골드~ ^^

 

나중에 마당있는 시골집을 지어 살게되면 뱀도 막을겸 예쁘게 집을 빙둘러 메리골드를 심어야지.

 

 

배추도 무도 모두 잘 자라라~!

그리고 들깨도 까맣게 잘 익어라~~ !!!


 

덧,

부러운 남의 밭 배추와 가을 가지 ㅎㅎ

그리고 밤이 툭툭 떨어지는 예쁜 우리 텃밭 전경.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