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생초보 도시농부의 텃밭일기

비오는 날의 텃밭은 아름답다(22.10.9.)

베푸 2022. 10. 11.

 

비가와서 물을 줄 필요가 없지만 텃밭에 나갔다. 내 배추는 얼마나 자랐을지 궁금했다. 지난 월요일 비가 꽤 많이 내렸는데 그때는 괜찮았는지도 염려되었다.

 

맑은날/비오는 날

비오는 날의 텃밭은 참 예쁘다.

흙냄새 섞인 비냄새도 좋고, 흐린 하늘덕에 다운된 톤도 예쁘고 작물들의 표정도 다르다.

 

그 사이 키가 커져서인지 아니면 지난번 내린 많은 비 때문인지 내 메리골드는 조금 처져있었다. 흙이 쓸려내려왔나 싶기도 한데 비가 그치면 손봐줘야겠다.

 

내 배추는 약도 안뿌리고 벌레를 잡아주지도 않았는데 잘 자라고 있다. 겉잎 몇장만 벌레가 먹었을 뿐 이렇게 잘 자라면,

“ 너무 예쁘잖아~~ !! “

 

지난주 조금 비실해보였던 배추는 왜인지 죽어있었다. 뭔가가 잘 맞지 않았던 모양이다.

 

틀린 그림 찾기!!

배추사이에 둘러쌓인 얘는 상추^^

 

적갓은 심은적이 없는데… 이전에 심었던 씨앗이나 어디서 씨앗이 떨어져 자랐나보다.

 

총각무, 조선무, 배추랑 부추도 잘 자라고 있다.

봄에 자라는 속도만큼 빠르진 않아도 갈때마다 눈에 띄는 변화를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

 

 

지난주에 무를 솎아서 무청된장국을 끓여먹었는데, 이번주엔 더 많이 자라 공간이 좁아 보이는 녀석들이 몇 있었다.

 

하나 쏙 뽑았더니 이렇게 무가 커져있어서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ㅎㅎㅎ

 

열무만한 사이즈지만 무 부분만 잘라내서 어묵탕에 넣어먹었다 ㅎㅎ

 

비가 오니 물은 주지 않아도 돼서 영양제 조금 뿌려놓고, 잎에 튄 흙들 닦아주고 왔다.

 

2020년 가을 배추/ 2022년 가을 배추

텃밭 첫해에 심은 배추는 레이스 배추가 됐는데 올핸 이렇게나 예쁘다니… 감동스럽다.

 

 

덧,

 

 

집에가는길에 지난번 농약을 나눠주시겠다는 이웃분의 배추를 보았다. 사진을 확대해보면 알겠지만 겉잎 끝까지 벌레먹은 자국 하나 없이 깨끗하다. 이대로 잘 자란다면 충분히 김장을 할 수 있을것 같았다.

 

유기농 엑스포에서 농사는 나만 먹으려고 짓는것이 아니라고 했다. 곤충, 벌레, 미생물, 새 등 다 같이 나눠먹고 사는거라고… 그래서 생물다양성을 지키는데 유기농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관행농의 문제와 유기농의 필요성

 

도시농부가 기후위기에 도움이 되는것도 같은 이치다. 모든걸 외주주며 살고 있는 도시인들.

농촌에서 평균연령 60이상의 노인들이 짓는 농사는 어려운 문제들이 많다. 생계를 이어가려면 화학비료도 뿌리고, 제초제도 뿌리고 농약도 뿌려야만 하는 이유들과 마주친다. 그분들에게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시스템은 말이 안된다. 그러나 도시농부는 생계보단 여가나 취미의 의미가 강하므로 내 가족 좋은거 먹이겠다고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고, 토종종자를 실험할 수도 있게된다. 그 결과 도시농부들의 땅이 탄소를 저장하고 땅이 힘을 가지게 되어 작물을 더 잘 키워내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그래서 도시농부를 육성해야하는것이고 도시농부로서는 유기농,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옆밭 이웃분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배추는 워낙 온갖 아이들이 다 사랑하는 작물이고 이미 여러번 레이스 배추의 경험이 있으실지도, 아니면 주변에서 그렇게 알려줬을지도, 다른 이유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도시농부의 한 사람으로써 아쉬운 마음은 들었다.


 

올 여름 맛있게 잘 먹은 그린빈은 마지막 하나를 수확하지 않은채로 남겨두었다. 잎까지 모두 떨어진 그린빈에서 채취한 콩 하나. 그린빈스는 초록초록할 때 껍질째 먹지만 계속 놔두면 결국 이렇게 되는거구나~! 왜 강낭콩 과인지 알것 같다.

F1종자라 내년에 심으면 제대로 클 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 알을 채종해두었다. 내년엔 그린빈스 더 많이 심어서 더 많이 먹어야징. 너무 조하.

 

오랜만에 내 퇴비함을 열어보았다. 바나나 껍질 약간을 제외하면 거의 다 부숙되어 있었다. 그리고 토마토의 껍질 부분도 아직 남아있었다. ^^

냄새도 없고 색도 까만것이 정말 신기하다. 아주 작게 뭔가 싹도 나있었다. ㅎㅎ 귀염.

요 아이들은 몇 달동안 충분히 부숙된 퇴비이니 다음에 배추밭에 가져다 뿌려줘야겠다.

 

오늘의 예쁨!!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