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생초보 도시농부의 텃밭일기

가을농사 마지막 날(22.11. 27.)

베푸 2022. 11. 30.

 

 

원래는 지난주 주말(19-20일) 배추를 수확하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격리되어 있어서 못갔더니 내 텃밭은 몰라보게 변해있었다.

메리골드는 다 져서 까맣게 가지만 남아있고 나름 싱싱하게 위로 자라던 배추는 겉잎은 누래지고 납작하게 땅에 붙어있었다 ㅠㅠ

 

지난번에 괜히 부지런히 배추를 덮어줬나?

너무 늦게 수확했나?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수확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배추를 잡고 땡겼는데 무랑은 달리 잘 뽑히지 않았다. 열심히 땡기다가 엉덩방아를 찧을 정도였다. 이래서 토양유실을 막기위해 풀이라도 식물이 많아야하고 산에도 나무를 심어야 하는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뿌리를 보니 잔뿌리도 많고 튼튼한것이 좋은 향도 났다.

 

엄마아빠가 어릴땐 이 배추 고갱이도 훌륭한 간식이었다는 말을 들었다. 나중에 하나 먹어보니 식감은 생 고구마나 콜라비 같고 맛은 고소하면서 매콤하며 인삼향 같은 향이 났다 ㅎㅎ

 

안뽑히는 배추를 하나씩 다 뽑느라 힘들었는데 나중에 엄마가 배추는 칼로 자르며 수확하는거라고 하더라. ㅋㅋㅋ

 

집에 가져가면 음식물쓰레기로 넣어야하지만 밭에 있으면 훌륭한 거름이 될 거라며 손질하는동안 튼튼한 뿌리를 가위로 자르려니 힘들더니만 ~

배추수확엔 칼이 필요하구나~!! ㅋㅋㅋㅋㅋ

기대했던 토종 조선무는 아주 귀여운 사이즈만 나왔다. 옆이나 뒷밭의 이웃들은 무가 너무 잘돼서 고민이라고 하시는걸 보니 내가 처음 밭을 만들때나 중간중간 웃거름을 주는 일에 문제가 있었나보다. 아님 토종무가 원래 작나?

 

그래도 내겐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무다.

무청을 잡아당기면 쏙쏙 뽑히는것도 너무 재미있다. 내년엔 무를 더 많이 심어야겠다.

 

어디선가 씨가 날아와 자란 홍갓 한뿌리도 뽑아 넣고,

 

상추도 모두 수확했다.

 

 

영하로 내려갔을때 줄기를 꺾어 수확했던 상추가 그 사이 또 자라 있어서 너무 신기했다. 식물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하다.

그리고 부추인줄 알고 심었던 녀석은 쪽파임이 밝혀졌다 ㅋㅋㅋㅋㅋ 쪽파도 월동이 가능하다고 했으니 그냥 두었다.

쫘란~~~!!

올해의 가을농사 수확물^^

너무도 작은 사이즈의 구억배추와 토종무지만, 그리고 마지막에 뭘 잘못했는지 더 작아졌지만 ㅋㅋ 수확할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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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이니 약을 안친건 물론이고, 특별히 벌레를 잡아주지도 않았는데 딱 좋은 만큼만 벌레먹은것도 감사하다. 군데군데의 구멍들은 나눠먹은 흔적이라 더 아름답다.

 

한해동안 고마웠어.

엉터리 농부가 아무렇게나 심었는데도 잘 키워줘서 고마워.

이제 좀 쉬어~ !!

 

꽤 농부스러운 곰의 뒷모습

 

안녕~~ 많은걸 배우고 느끼고 행복했던

2022년 텃밭~~~!!

 

덧,

출처: @soojunghan_

내가 좋아하는 한수정 작가님도 같은날 농사를 마무리 하셨더라. 인스타에 남겨두신 소회가 공감되어 여기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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