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생초보 도시농부의 텃밭일기

배추 씨앗에서 김치가 되기까지(구억배추&조선무 김치)

베푸 2022. 11. 30.

 

한 해 농사를 마무리했다.

올 봄 감자를 심을때 감자와 완두를 같이 비빌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성공적인 여름농사를 지나 가을수확으로 김치도 담갔다.

 

너무도 귀여운 사이즈의 구억배추와 조선무를 수확했지만 내겐 참 소중한 아이들이다.

 

우리씨앗농장에서 받은 토종 구억배추 씨를

계란판에 키워 텃밭에 정식했다. 권장하던 시기보다 늦게 심은데다 한번 말려 죽이고 다시 심은거라 텃밭에 심어두었더니 모종이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게 새싹같은 모종을 심었는데도 배추는 너무도 사랑스럽게 잘 자라주었다.

갈때마다 커져있고 푸르르며 자리도 비좁아 진 걸 보면서 얼마나 고맙고 사랑스러웠는지 모른다.

 

그렇게 잘 커져가던 아이를 춥다고 덮어줬던것이 아마도 문제가 되어(추울까봐 잘해주려고 했던건데….) 수확시기의 배추는 상태가 좀 안좋아졌지만 무르거나 병들지 않고 무사히 캘 수 있었다.

 

무는 씨앗을 텃밭에 직파하여 키웠고 솎아서 국도 끓여먹으며 기다렸는데 주먹만한 작은 사이즈지만 모두 건강히 수확했다.

뽑아온 배추와 무^^

 

주먹만한 배추와 무를 절였다.

 

집에 큰 스댕그릇이 없어서 엄마집에 가서 담갔다. 엄마한테 주먹만한 배추 20포기를 수확했다고 했더니 우리엄마는 김장할만한 배추 20포기가 오는줄 알고 그릇과 통을 다 꺼내놨더라.

 

내가 가져간 배추를 본 엄마는, (그리고 다 꺼내놓은 통과 그릇을 본 나는) 빵 터졌다. ㅎㅎㅎ

 

어떤 약도 주지 않고, 앉아서 벌레도 잡아주지 않은 내 배추에선 계속 벌레가 떨어졌다. 엄마는 벌레가 나올때마다 소리를 지르며 징그럽다고 했는데 나는 그렇게 싫지 않았다. 친환경으로 키워서 그런거라고, 잔류농약이 나오는것보다 사람과 환경에 훨씬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급식에서 청개구리가 나왔다는 말이 이해가 됐다.

급식 정말 친환경이구나~ 믿음이 생기며 앞으로는 그걸 불결하다고 비난하는 기사나 대화에 동참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억배추는 매콤하며 향도 있는게 갓김치랑 맛이 비슷하다. 그렇게 담그면 될 것 같아서 무채도 썰어넣지 않고 갓김치 양념을 만들었다.

 

어디서 날아와 딱 한 포기 수확한 적갓도 썰어넣었다. (엄마가 한포기만 더 날아왔어도 좋았을거라고 했다 ㅋㅋㅋ)

 

무는 개중 큰 녀석으로 골라 보관해두고,

 

나머지는 절여 김치준비를 해뒀다. 작년에 구억배추를 수확했다는 아람님이 구억배추 우거지가 맛있다는 팁을 주셔서 겉잎은 따로 모아 우거지도 삶아뒀다.

 

소꿉장난 하는 듯 미니어쳐 김장같은 느낌이었지만 그래서 더 스트레스 받지 않고 기쁘게 김치를 담글 수 있었던것 같다.

 

무는 잘라서 담그는 것보다 통으로 담그는게 맛있다. 그런데 먹기가 좀 불편하고 간이 배기 어렵기 때문에 비늘김치처럼 잘라서 담갔다.

 

무 6개와 배추 20포기 ㅎㅎ

아주 귀여워서 다 담아놔도 김치통 한통이었지만 고소하고 간도 딱맞고 맛있다.

 

겉잎으로 꾹꾹눌러 담아놓으면서

미니어쳐 김장 끝!!!

 

봄동같은 고소함에 약간 매콤한 맛이나서 맛있었다. 밥에 척 얹어 3포기ㅋㅋㅋ 다 먹었다.

 

내가 콩국수에 같이먹은 첫 구억배추의 맛을 기대하며,

맛있게 익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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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한 당일에 김치까지 담가두어 너무 뿌듯하다. 농사는 짓는것도 힘들지만 내 일정과 컨디션에 상관없이 수확해야하고 바로 갈무리도 해야하기 때문에 따라가기가 만만치 않다. 자칫하면 기껏 농사지은 먹거리를 버리게 되기 십상이다.

농사는 자라는 걸 보는 기쁨과 수확하는 보람에 비례하여 제 때 요리해야하는 책임도 커지는 것 같다. 보관기간이 엄청난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일인가도 생각하게 된다.

 

뿌듯하고 감사한 올해 농사가 정말로 마무리 되었다. 이제 맛있게 먹어야지. 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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