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레시피/채식하면 뭐먹고 살아요?

지구를 위한 채식일기(23.1.9.~1.15.)

베푸 2023. 1. 20.

 

목이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염증이라고 한다. 내가 봐도 목 안쪽이 붓고 오돌도돌 튀어나왔다. 목이 칼칼하고 답답해서 뜨끈하고 매콤한걸 먹고 싶었다. 오랜만에 비건라면 끓였다.

쫄면해먹고 남은 야채를 다 넣었더니 비빔면처럼 물이 줄어들었지만 그덕에 짜지 않고 야채도 많이 먹으니 좋았다.

 

저녁엔 밖에서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먹느라 비건은 아니었다. 샤브샤브 먹는데 국물을 같이 먹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고기 넣기 전에 내꺼 먼저 담아주고, 계란넣기 전에 죽도 퍼주는 등 서로 배려하면서 같이 즐길 수 있었다.

 

비건 옵션이 없는 식당이 더 많지만 내겐 지인옵션이 있다. (어깨뽕 장착!)

과일도 사와서 챙겨먹고 목아프니까 뜨끈한 대추차 앞에두고 토크토크.


 

뭔가 준비해 가지 않았을때 비건을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도시락을 미리 준비하진 못하고 회의장소 주변 비건 식당이랑 옵션이 있는곳을 사전에 물색해 두었는데 주최측에서 식사자리를 마련해 주시는 바람에 따라갔더니 고기집이었다.

차돌된장에서 고기를 빼고 야채만 넣어 끓여달라고 주문한 된장찌개로 점심을 먹었다. 채소 반찬이 있어서 공기밥이랑만 먹을까 했는데 내가 처음이 아니었는지 야채만넣고 끓여주신다고 했다.

저녁 논의 때는 어묵탕에 들어있는 유부주머니(당면만 들어있는 유부주머니가 있어서 다행이었다)로 배를 채웠다. 사장님이 서비스로 과일을 많이 주셔서 넘 좋았다.( 배려해주셔서 나 혼자 다 먹은듯하다.)

 

배부르고 건강하게, 그리고 주위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비건리셋 10일차 마무으리~!!

 


 

수업에 필요한 것들 준비하고 다녔더니 너무 추웠다. 날이 좀 푸근해졌다고 방심하고 옷을 얇게 입은 모양이다. 덜덜 떨다가 국물음식 찾아 삼만리했는데 비건은 찾기 넘나 어려운거… 비건을 지키려면 샐러드나 팔라펠 샌드위치를 사먹을 수도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중요한것은 완벽한 것보다 내가 이 방향으로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이니까… 잔치국수 집에서 계란없는 숙주국수 시켜서 따뜻하게 다먹고 나왔다. 몸이 한결 훈훈했다.

 

법륜스님도 강연 다니거나 이동하실때 휴게소에서 우동이나 잔치국수로 식사를 하신다고 했다. 내가 사찰음식을 배웠던 스님도 어쩌다 중국집에가게 돼서 고기와 양파를 빼달라는 말을 하기 미안하면 그냥 드신다고 했다. 중요한것은 완벽하게 지켰느냐가 아니다. 내가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한발짝 내딛고 내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일에 보태지 않는 실천을 지속하는 것이다. 헐렁하게라도 간헐적으로라도, 안하는것보다 하는것이 훨씬 낫다. 지치거나 포기하지 않는것이 중요하다.

저녁는 원래 점심으로 먹으려던 한살림 떡이랑 비건 라이스 음료 먹었다. 요 음료는 사회적 기업에서 새로 나온건데 한살림에서 판매한다. 비건 마크가 있어서 신선하다. 아침햇살 맛은 아니어도 달작지근하니 자극적이지않아서 먹을 만하다.

(그런데 플라스틱 쓰레기 어쩔… ㅠㅠ)


 

어린이 식생활 수업이 있어서 아침 일찍 나섰다. 혹시나 수업하는데 배고플까 싶어서 10곡식빵에 땅콩크림발라서 라이스 유와 함께 도시락싸가서 아침으로 먹었다.

 

 

나는 복받은 채식주의자라 주변에서 다~ 응원해주고 배려해줘서 점심도 샐러디에서 비건 고추장 웜볼 먹었다. 보통은 채식의 어려움+외로움이 같이 온다던데 참 감사한 일이다.

저녁도 아주 푸짐히 먹었다.

2022년 계획한 수업이 모두 끝난 날이라 송년회겸 신년회겸 회식으로 고기집에 갔는데 거기에 채식 메뉴가 있었다. 비건인지는 알 수 없으나 지삼선(가지, 피망, 감자)이랑 어향가지, 백김치당면, 마라두부로 아주 만족스럽고 행복한 식사를 했다. 마라탕이나 마라샹궈는 몰라도 마라두부는 생각못했다. 요거 신선한 조합이었다. 맛있어서 해먹어야겠다.

 

누가 과일안주 시켰냐고 살짝 구박받았지만 비건안주로 먹다가 어묵탕에선 버섯 냠냠ㅎㅎ 주위 사람들과 어울리면서도 이질감 없는 행복한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채식이 아무리 환경을 위해서나 동물권을 위해서나 내 몸을 위해서 필요하고 좋은 일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에게 강제할 순 없다. 설득하고, 기다리고, 또 함께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는 과정속에서 자연스러운 변화도 일어난다. 더 많은 곳에 더 많은 비건옵션이 생기길 기대하고 요구해야지.


 

나는 단감을 안좋아하는데 어쩌다보니 단감이 생겨서 점점 늙어(?)간다. 아침에 줌 교육 들으면서 깎아먹었는데 살짝 물러져서 망고같은 식감이됐다 ㅎㅎ 내가 딱 좋아하는 물렁한 애들 ㅋㅋㅋㅋ

남은 단감도 맛있게 먹을 수 있겠다 ^^

 

 

괴산에서 사온 톳을 이제야 쓴다. 해초라서 그런지 상태가 괜찮았다. 얼마나 다행인지… 우엉이랑 표고버섯이랑 당근도 볶아넣어 톳밥했다. 오랜만에 만든 솥밥이라 그런가 밥도 맛있고 간도 적절해서 맛있게 먹었다. 사진찍는걸 잊어버려서 먹다가 찍었다 ㅎㅎ 감태에 싸먹으니 더 맛있었다.

보통은 직박구리, 참새, 박새가 단골인데 올 겨울 먹이가 부족한지 정말 다양한 새들이 찾아왔다. 오늘은 상태가 안좋아지려는 홍시감을 올려두었더니 물까치떼가 찾아와 먹고 갔다. 단체로 후두두둑 날아와 다시 가는데 정말 장관이었다. 먼저 한마리가 망보듯이 날아오더니만 ’얘들아 여기 먹을거 있어‘ 라고 소문냈는지, 다 날아오더라.

날개부분이 하늘색이라 예쁜 물까치^^

저녁엔 곰이 좋아하는 비빔국수 잔~ 뜩 만들었다.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세묶음 삶아서 한~ 사발 줬는데도 다 먹었다. 내가 요즘 자꾸 늦게 들어와서 살짝 삐져있더니만 비빔국수 한사발에 또 스르르 풀어졌다. (참 쉬운 내남자 ㅋㅋㅋ)

톳밥하면서 남은 버섯우린물에 채소액 하나 뜯어넣어 시금치유부된장국 끓이고, 곰은 어묵탕 따로 끓여줬다. 종일 집밥 해먹으니 좋았다.

과일은 역시 곰표(곰이 씻어서 갖다준)ㅎㅎ👍.

 


 

 

곰은 컴퓨터 배터리 교체하러 나가고 오랜만에 혼자 여유돋는 브런치 타임~!! 비건 그래놀라에 한살림 딸기, 오트드링크 넣어 맛있게 먹었다.

쪼꼬 파워 충전!!

시리얼 따위로 배가부를 일 없는 부부는 애매한 시간에 밥을 또 먹었다 ㅎㅎ(아까 먹은건 브런치 아니고 아침인걸로) 톳밥 해놓은거 데워서 감태에 둘둘말아 김밥처럼 만들고 시금치랑 양파넣어 된장국 끓였다. 달달한 시금치에 달달한 양파까지 추가했더니 된장 국이 아주 달고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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톳밥을 해놨더니 쉽게 끼니가 해결되었다. 간식은 김부각에 유기농 콤부차 ㅎㅎ 일반 콤부차처럼 달지도 않고 먹고나면 개운한 느낌도 있어서 좋다. 거실 창에 커튼 한껏 걷어두고, 조성진이 연주하는 파가니니 랩소디 들으면서 한겨레 21 읽고 있으니까 참 좋다.

비건 떡볶이와 납작만두로 분식저녁 먹었다. 만두 랑 같이 먹으려고 양배추와 깻잎채 곁들였는데 너무너무 잘 어울렸다. 양배추 반통 채 썰은걸 다 먹고도 모자라서 서로 먹지말라며 투닥거렸다.ㅎㅎ

곰은 남은 떡볶이 국물에 밥까지 비벼 클리어하고 나는 귤 까먹으며 입가심했다.


 

하루를 아주 개운하게 쾌변으로 시작하고 ㅎㅎㅎ 과일로 아침을 먹었다. 망고식감의 단감과 귤, 그리고 딸기를 한접시에 예쁘게 담아보았다. 과일을 첫끼로 먹다가 냉병에 걸린 경험이 있는 1인은 따뜻한 차를 곁들이는걸 잊지 않았다지

 

단감과 귤 한쪽을 나눠주었더니 쉽게 볼 수 없는 동박새도 찾아오고, 직박구리는 대기줄까지 서서 맛있게 먹고갔다.

 

고사리 파스타 해먹으려고 고사리 꺼내놨는데 당췌 녹을 생각을 안한다. 자연해동이 되지 않으면 물이 나오거나 질겨지기 때문에 그냥두고 라면으로 메뉴를 바꿨다.

애매하게 남은 시금치된장국에 물 더넣고 끓여서 된장라면으로 ㅎㅎ 맛있는 남음제로~!!

저녁엔 야채랑 버섯 듬뿍 넣어 순두부찌개 끓여먹었다. 비건으로 순두부찌개 끓일땐 고추기름에 마늘을 볶을때부터 간장을 넣어 간을 해주고 진한 채수를 조금만 부어서 재료에서 나온물로 찌개가 되도록 해야한다.

 

 

한살림 고추씨기름으로 볶아서 깔끔하고 매콤하니 좋았다. 반찬이 너무 없어서 오랜만에 콩나물 무침을 했더니 한끼에 한봉지를 다 먹은것 같다. 반찬을 좀 만들어야지.

심심할때 하나씩 집어먹은 간식도 모두 비건!!


 

주말에 요즘 핫하다던 ‘캐나다 체크인’을 몰아보았다. 효리가 캐나다에서 입양간 유기견들을 다시 만나는데 개들이 알아보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나는 dog person 이지만 엄마가 반대해서 직접 개를 키워본 경험은 거의 없다. (기억없는 어린시절에 키웠다고 한다.) 그래서 키우던 개들이 먼저 죽었을때 펫로스 증후군으로 오래 고생하는 사람들을 보고도 이해가 잘 가지 않았는데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니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다.

 

나는 기후위기 때문에 채식을 한다.

사람보다 더 많은 공간, 인구보다 훨씬 많은 가축들이 오로지 고기가 되기위해 지구상에 존재하는 이상한 현실. 미친 공장식 축산업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볼 수 없었다. 공장식 축산업의 잔인함과 오직 이윤만 따지는 비윤리적 행태에 나까지 보태고 싶지 않았다.

 

감자는 다 자라는데 100일이 걸리지만 닭은 35일만에 죽는다는 현실도 끔찍했다.

 

채식을 시작하고 하고 있는 이유는 달랐어도 동물권에도 자꾸 관심이 간다.

우리집에 찾아오는 새들만 보아도 참 예쁘고 맘이 가는데 닭은 자유도 없이 끔찍하게 살게하다 잡아먹고,

사람을 잘 따르는 똑똑한 동물들을 귀여워 하다가

불고기를 먹으러 가는 일에 모순을 느낀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라는 책 제목이 떠올랐다. <동물해방>을 읽고 채식주의자가 되었다는 윤리학자와 동물을 너무 사랑해서 비건이 되었다는 <습지주의자>의 김산하 박사도 떠올랐다.

 

우리가 돼지랑 소랑 닭은 먹고 개는 키우고, 어떤 동물은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다른 동물은 잔인하게 도살하는건 모두 종차별이다. 고기는 먹지 않지만 물살이를 먹는건 괜찮은걸까? 나는 종차별의 범위만 조금 좁혔을 뿐 여전히 종차별주의자이다.

 

인간 중심의 세계관이 얼마나 많은 문제을 일으켰는지 우리는 직시할필요가 있다.

 

어떤 생명이든 자기의 생명을 유지하려면 다른 생명을 취해야한다. 따라서 내가 먹는 것이 생명이라는 것을 늘 생각하고 감사하며 꼭 필요한 만큼만 취해야 한다. 감사함을 잊은 우리 식생활이 자업자득으로 우리를 망가뜨리고 있다.

 

내가 먹는것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야지.

그 계기가 되어주고 있는 이번 비거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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