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레시피/채식하면 뭐먹고 살아요?

지구를 위한 채식일기(비건리셋 23.1.16. - 1.22.)

베푸 2023. 1. 26.

 

종일 콩나물 콩나물 했다. 급하게 나가야 하는데 밥도 못먹어서 남은밥에 콩나물 무침 얹어 덮밥(?)으로 후루룩 먹었다. 먹다보니 반찬도 좀 모자라고 시간도 없어서 양껏 먹지 못했다.

 

다행히 회의장소에 두유옵션 라떼가 있어서 따뜻하게 마셨다. (두유옵션은 살짝 비려서 오트라떼가 더 좋다.)

 

저녁에 집에 오는데 찬바람이 너무 불었다. 코트입고 나갔다가 깜짝 놀랄 정도였다. 뜨끈한거 먹을겸 다먹은 김치통도 비울겸 김치국물 넣고 콩나물 넣고 떡이랑 찬밥도 넣어 갱시기죽 끓였다. 김치가 비건이 아니라서 엄연히 따지면 비건은 아니지만 따뜻하고 간단하게 맛있게 먹었다.

김치국물까지 남음제로!!!


 

페스코와 비건이 섞인 실천일이었다. 따지고 보면 비건채식은 실패했지만 주변의 배려를 엄청받았다.

점심 김밥 주문때 내 메뉴를 따로 주문받았고(마요네즈가 들어있었지만)생각지도 않은 비거뉴어리 실천동지를 만났다.(만나서 찌찌뽕함ㅋㅋ)혼자가 하면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될 수 있지만 이렇게 하나 더 만나면 어느새 흐름이 생긴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늘어야 하는 이유다.

 

진이언니와 현주언니가 연세로 얻은 집에 1박2일 놀러갔다. 하루 갔다오는데 짐이 얼마나 많은지 ㅋㅋㅋㅋㅋ 트렁크를 열고는 터져나갈것 같은 짐들에 빵터졌다. 이사가는 거 아니냐고 하면서 깔깔댔는데 막상 와보니 또 다 쓰이는 물건이었다. 차에 타는 순간부터 집에 돌아가기까지 쉬지않고 웃었다.

 

집 한쪽에서 바베큐를 하게 되었는데 언니들이 장 볼때부터 내 메뉴를 계속 신경써주고 현주언니가 내 몫으로 예쁜 야채꼬치도 꽂아주었다. 너무 맛있는 김치에 직화로 구운 고구마 감자에 배추전까지 완전 배부르게 먹고, 구운오징어가 넘넘 맛있게 보여서 오징어도 먹었다.

고기가 없으면 심심할 것 같죠?

채소 바베큐 너무 맛있!!

 

밥먹고 별구경하러 나갔다. 안타깝게도 미세먼지와 구름으로 쏟아질것 같은 별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정애언니의 학다리 별사건도 들으며 동네 사람들 다 깨울정도로 빵빵 터졌다.

분위기도 이 사람들도 참 좋고 행복했다.


 

“ 내가 너를 위해 비건 쌀국수를 챙겨왔어! ” 라고 정애언니가 말했는데 쌀국수에 너무 크게 고기그림이 그려져있었다.ㅋㅋㅋ 이거 고기 사진이 이렇게나 큰데 비건인거 맞냐고 빵 터져서 얘기했더니 거기 무슨 고기가 들어있겠냐며 언니가 더 큰소리를 쳤다. 성분표를 보니 당연히 비건은 아니지만 인공 소고기 향 빼곤 특별한 것이 없길래 모두 엄청 웃으며 맛있게 먹었다.ㅋㅋ채식에 대해 농담섞인 논쟁을 할 수 있는 분위기라는 그 자체가 참 감사하다. 쌀국수에 레몬이랑 양파절임 & 숙주와 고수를 왕창 올려서 아주 향기롭게(?) 아침을 시작했다.ㅎㅎㅎ

우리나라 전통밥상으로 가면 채식이 쉬워진다.

굳이 다른 메뉴를 시킬것도 없이 밑반찬 만으로도 풍족한 식사를 할 수 있다. 산초기름에 구운 두부구이에 이름이 특이했던 나물(두번 리필함) 각종김치와 감자&가지 반찬까지 배불리 먹었다.

나 아니었으면 진즉 고기먹으러 갔을텐데 나 때문에 들어온 식당이라고해서 또 갬동~^^❤️(자랑자랑) 채소각 몸에도 좋고 값도 더 싸요. 알죠?

 

비건챌린지 하는 동안 같이 카페에 가면 빵을 거의 안(못)먹었다. 당연히 생각도 안하고 있던 찰나 베이글은 우유 계란 버터 다 안들어 간다고 위에 붙어있는 치즈떼고 먹으라며 언니들이 빵을 챙겨줬다. 감자가 들어있는 베이글과 커피를 냠냠.

 

집에 돌아와서 저녁으로 그릴하다가 덜익은 감자와 고구마를 오븐에 구워 김치랑 먹었다.

같이 있으면 넘넘 즐겁고 합도 잘맞는 사람들과의 행복한 시간이었다. 함께 챌린지 하는것 같고 게임같기도 하고 재미있다.


 

백반집에서 채소 반찬으로만 밥 먹었다. 냉이무침, 무나물, 감자조림, 버섯볶음, 대파김치, 미역줄기 등 먹을 반찬이 많아서 배불리 먹었다.

 

저녁은 한~ 참만에 상은언니까지 류정옥상 멤버가 뭉쳤다. 샤브샤브집 한쪽에 있는 샐러드 바에서 이것저것 다 가져다 배불리 먹었다. 욕심껏 가져오는 바람에 나중엔 좀 많아서 옥희언니가 남음제로를 도와줬다. ㅎㅎ

 

와인바에서 한참을 또 얘기하다 상은언니가 직접 농사지은 유기농 음성초 고춧가루를 줬다. 언니의 첫 고추농사 수확물❤️ 너무 귀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시골에 내려가서 농사짓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언니, 정치가 바로서야한다고 그 멀리에서도 광화문 집회에 참석하는 언니, 고추를 따면서 ‘너무 예쁘지 않냐’고 하는 언니, 선하고 순한사람. 그 기운이 고추에도 분명 담겨있을 것이다. 귀하고 감사히 먹어야겠다.

요즘 여러모로 실망하는 일들이 많은데 내 주위에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엔 참 감사하고 행복하다.


 

아침에 출근했던 곰이 얼마 안있어 다시 돌아왔다. ‘엥? 무슨일이야?’ 했더니만 하루 일찍 연휴라고 한다. 회사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이 남자 ㅎㅎㅎㅎㅎ 그걸 어떻게 모르지?? 남들 얘기할 때 뭐하고… 내가 이렇게 웃기는 남자랑 산다. ㅋㅋㅋ 나 먹을건 있으니 혼자 좀 푹 쉬려고 했는데 곰이 집에있어서 같이 쉬었다.(?) 미역 볶아서 오래 끓이다 떡을넣고 끓인 미역떡국, 언니들이 준 배추가 잔뜩 있어서 겉절이도 무쳤다. 색이 좀 허옇게 보이지만 간도 잘맞고 맛있었다. 역시 제철채소가 제맛이다👍

 

장치가 준 레드향을 후식으로 냠냠. 껍질도 얇고 물도 많고 달고 향도좋아서 맛있었다.

 

저녁엔 또 순두부 찌개 끓이고, 버섯볶고, 배추전 부쳐서 맛있게 먹었다. 배추가 달아서 전을 부쳐도 맛있다. 곰도 아주 잘먹었다.

속도 편하고 장도편한 채소집밥.

 


 

그동안 피로가 쌓였었는지 밤에 10시도 안돼서 잤는데도 피로가 풀리지 않았다. 비건만두도 만들고 이것저것 하려고 생각했지만 컨디션 때문에 못할것 같아서 떡국만 끓여먹기로했다. 장보러 나가서 사먹은 청국장 정식. 채소반찬이 많~~~ 아서 편하고 맛있게 먹었다. 청국장 베이스는 멸치육수일테지만 남김없이 싹싹 클리어!!

 

밥먹은것밖에 별로 한 일도 없는데 또 너무 졸렸다. 졸리고 몸도 무겁고… ㅠ 낮잠을 또 자고 일어났더니 더욱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졌다. 곰한테 저녁식사를 부탁했다. 남은 밥이 있고, 한살림 초밥유부도 있어서 곰이 차려준 식사. 김치떡라면 끓이고 초밥도 꽤 예쁘게 담았다 ㅎㅎㅎ 점점 업그레이드 중인 내 남자. 겉절이는 내가 했지만 그릇도 곰이 선택한건데 맘에든다.

고마워~ 잘먹었어. 곰.


 

아침에 일어났는데 몸이 이상했다. 배도 아프고 느낌도 좀 이상하고… 얼굴이 새하얘지더니 손발도 하얗고 토할것 같고 안좋았다. 미주신경성 실신 증상이었다. 이러다 쓰러진 적도 있었는데 이 느낌 오랜만이다. 벌떡 일어나지 않고 얼른 조치를 취해서 괜찮았지만 힘들어서 엄마집에 갈 순 없었다. 한참을 다시 침대에 있다가 일어났더니 곰이 밥차려줬다. 김치볶음밥 ㅎㅎ 내가 다져서 넣어둔 김치넣고 볶은 밥에 반찬도 없이 달랑 밥만 줬는데도 감동이었다. 설날 첫끼를 엉뚱한 김볶으로 ㅎㅎ 그것도 반도 못먹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내내 자다 깨다 자다 깨다 하며 따뜻한 생강차랑 레드향으로 중간중간 에너지 보충했다. 설 장본것을 엄마집에 다 갖다 놓아서 우리집엔 먹을게 없다. 배추, 시금치, 우엉, 두부 같이 요리해야 먹을 수 있는 식재료만 있어서 곰은 라면끓여먹고 나는 안먹고 말았다.

 

그러다 배가고파져서 냉털재료로 미나리 부쳐먹었다. 내가 좋아하는건 미나리가 잔뜩이고 밀가루는 엉겨붙을 정도로만 있을까 말까한 느낌이지만 쓰고 남은 미나리라 양이 적어서 밀가루를 많이했다.

 

부침개를 촥 뒤집었는대 전체적으로 누룽지처럼 노릇노릇~!! 이 맛에 스텐팬 쓴다. 유해물질없고 물려줄 정도로 오래사용하면서 아주 바삭하게 부쳐지는 스텐팬. 9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 맛있게 잘 먹었다. 좀 살만해 진 듯.. 엄마집에가서 얻어먹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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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리셋을 하는 동안 군것질을 훨~ 씬 안했다. 먹을 수 있는 빵이 별로 없어서 커피에 필수인듯했던 케이크나 빵을 안먹었고, 밥을 먹은 뒤에도 과자나 아이스크림 같은것이 땡기지 않았다.

일부러 멀리하지 않았는데 생각나지 않아서 신기했다.

 

이번주에도 집에서 챙겨먹을 수 있는 끼니가 몇끼 되지 않아서 밖에서 사먹는 끼니가 많았다. 따라서 좋은재료로 잘 만든 밥은 많이 먹지 못했다.

그래도 나는 배려받으며 채식할 수 있는 문화에 노출되어 있으니 특별히 준비를 하지 않아도 큰 어려움 없이 비건지향을 할 수 있었다. 다 같이 내가 먹을 수 있는걸 찾아줘서 게임하는 것처럼 발견하는 재미도 있었다.

이런 갬동적인 고백도 받고 말이다 ㅎㅎㅎ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공공급식에서나 외식에서 채식하기 너무 힘들다. 비건인 지인들이 회사에서 한 두가지 반찬(김, 김치, 밥)에만 밥을 먹던지 편의점 비건도시락 등을 사서 먹는 모습이 이해가 갔다.

 

내 비건인친들의 회사에서의 비건밥상 ㅠㅠ

뭐든 해보면 안다.

경험해보면 이해할 수 있다.

 

앞으로 채식선택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더 많이 관심가지고 공감하고 지지할 것이다.

 

 

채식을 말 할 때마다 단백질이나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만 실상을 알면 고기를 먹는것이 더 건강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랑할까 먹을까> 황윤감독 줌 강의 중

이렇게(공장식 축산으로) 자란 동물을 먹고 인간이 건강할리 만무하다.

 

언니들이 년세를 내고 얻은 집에 놀러갔던 날.

신나게 논 다음날에 마을 대표님께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그 지역이 축사가 있는 지역이라 여름에 냄새 때문에 창문 열어놓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돼지축사는 냄새가 더 심하다며 왜 물어보지도 않고 집을 얻었냐고 놀리듯이 얘기하셨다. 여름이나 비오는 날 말고 겨울에만 놀러오라고 하셨다.

 

우리야 년세로 얻은 세컨하우스지만 누군가에겐 거기가 집이자 삶의 터전이다. 담배 냄새 때문에도 이웃간 문제가 심각한데 내 집이 문도 열기 힘들도록 분뇨 냄새가 심한곳에 있다면 어떨까?

도시 사람들의 더 많은 고기를 위해 우리 이웃은 냄새나 오염의 고통에 시달려야 하는것 역시 정의롭지 못하다.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 에서 냄새에 항의하던 마을사람 대부분이 채식주의자가 되었다는 말이 떠올랐다.

 

냄새에 대한 항의 때문에 개보다 몇배나 후각이 좋다는 돼지들은 창문도 없는 컴컴한 공간에서 평생을 악취와 오물, 항생제, 스트레스로 가득한 삶을 살다가 비참하게 죽는다. 그렇게 스트레스와 항생제가 가득 쌓인 동물의 살을 먹는 우리, 정말 불쌍한건 죽은 동물보다 오히려 우리 스스로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방식은 분명 잘못되었다.

환경을 위해서도 지구와 인간과 뭇생명의 건강을 위해서도 우리의 이웃과 동물권을 위해서도 우리는 고기를 유의미하게 덜 먹어야 한다.

 

하루한끼 채식,

일주일 하루 채식,

주말 채식,

주중 채식 등 할 수있는 뭐라도 해보자.

 

중요한 건 완벽한 실천이 아니라 우리가 내 딛은 서툰 한발짝이다.

 

출처: 한국 고기없는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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