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레시피/채식하면 뭐먹고 살아요?

지구를 위한 채식일기(23.3.13. - 3.19.)

베푸 2023. 3. 24.

 

남은 산나물 밥으로 야끼오니기리를 만들어 먹고 나가겠다는 야무진 계획이 있었으나 하다보니 늦을것 같아서 곰이 준 쿠폰으로 스벅점심을 먹었다. 우유를 덜 먹어보겠다고 오트라떼를 시키면서 치즈듬뿍 토스트를 시키는 아이러니. 비건 샌드위치들도 다시 나오길… 너무 종류가 엄슴.

 

7주간 지속되는 ppt와 영상편집 수업 듣고, 양평샘들이랑 회의도 끝내고, 언니들이 있는 식당에 갔다. 마라샹궈를 돈주고 사먹은건 처음인데 내 생각보다 비싼 가격과 퀄리티에 깜놀.. ㅠ 새우 꼬치 두 줄(6마리)을 제외하면 비건으로 먹었다. 종일 바깥음식을 먹었더니 저녁 늦게까지 소화도 안되고 속이 힘들었다 ㅠㅠ

요즘 언니들이 추천해준 드라마 도장깨기 하고 있는데 소화가 안돼서 자야하는 시간에 <신성한, 이혼>을 시작했다. 조승우가 직접연주한건가 싶게 자연스러운 피아노 연기가 매력적이었는데 피아노에 이런문구가 적혀있었다.

“ Die Stille zwischen den Noten ist genauso wichtig wie die Noten selbst.”

(음표 사이의 침묵은 음표 그 자체만큼이나 중요하다.)

음과 음으로 연주되는 곡 전체에서 무음(고요)도 음만큼이나 중요하다는 뜻이겠지만 (그리고 뭔가 앞으로의 극전개를 암시하는 복선일지 모르지만)나한테는 내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할때에도, 일하고 있지 않은 사이의 쉼도 중요하다는 의미로 읽혔다. 당장의 일을 보고는 알지 못한다.

내게 일어나는 일들, 삶의 순간을 멀리~ 길~ 게 보고 일희일비 하는 맘을 좀 줄이자.


 

텃밭이 시작하기 직전이라 우리팀 할 일이 많다. 만나서 현수막도 만들고 텃밭도 둘러보기로 했는데 원순님이 김밥도시락을 싸오셨다. 현주언니는 과일을, 아람님은 고구마를 가져오셔서 (나만 빈손) 한상가득 점심을 먹었다. 그런 와중에 내껀 채식도시락으로 따로 싸 주셔서 완전 갬동~~ 색도 곱고 맛도 더 있는 내 도시락먹으며 참 행복했다.

받아봤나요? 이런 대접??? (자랑자랑)ㅎㅎ

잘 먹고 이번주 개강때 쓸 현수막도 같이 만들고, 비닐멀칭이 싹~ 걷어진 우리밭도 둘러보고, 씨앗도서관에 일손이 필요하다고 하셔서 노랑상추와 담배상추 이식도 했다. 바다까지 같이 냉이도 캐고 지금 제일 맛있다는 움파도 얻어왔다. 자연친화적인 작은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랑 함께하는 시간은 언제나 참 좋다.

 

열심히 일해서인지 배고파진 우리는 간식겸 이른 저녁으로 떡볶이에 주먹밥 토마토파스타를 먹고 헤어졌다.

 


 

곰 밥먹는데 옆에서 한숟가락 뺏어먹으며 처음으로 구입한 비건 참치를 뜯었는데 모양은 참 그럴듯 했지만 맛은 너무 인공적이라 한 점 먹고 못먹었다. 나는 비건 대체식품 말고 그냥 봄나물을 많이 해먹어야겠다.

 

씨앗도서관 관장님이 주신 돼지감자와 움파꽃다발을 버스안에서도 잘 안고와서(냄새가~ ㅋㅋㅋ)자기전에 손질해 담아두었다. 뿌듯뿌듯.


 

지난번 먹은 단호박죽이 너무 맛있어서 뉴질랜드 산 단호박이지만 또 사왔다. 단호박을 손질하고 달고 포근포근 맛있는 녀석을 으깨 팥이랑 옥수수 잔뜩넣어 빡빡하게 범벅으로 끓였다. 아침으로 한그릇 듬뿍퍼서 냠냠.

당장 개강이 코앞인 텃밭구획 때문에 또 밭에 나갔다. 하루 사이에 다시 겨울이 된 듯 바람도 많이불고 너무 추워서 덜덜 떨었다. 배도 고프고 얼른 어디든 들어가고 싶어서 근처 카페에 갔는데 매장에서도 일회용밖에 제공이 안된단다. (화딱지!! 매장내 일화용 금지법 언제 다시 시행하나요?넹??)

이 카페는 가격도 비싸고 다시 오진 말아야지. 여튼 추운데 몸을 녹이고 나왔다.

고생한 현주언니랑 무조건 따뜻한거 먹자며 들어간 곳에서 국물음식인 탕을 시켰다. 청하를 데워달라고 요구하는 진상손님이 되었지만ㅎㅎ 뜨끈하고 매콤한게 속에 들어가니 살만해졌다. 뭐든 물어보면 척척 해결해주는 언니들 덕분에 참좋다.


 

점심엔 백반 먹었는데 배고픈 상태에서 급히 먹느라 사진이 없다. 후식으로 핸드드립 커피까지 마셨다. 개강전에 준비할게 많아서 집중이 되지 않았지만 회의가 일찍 끝나서 좋았다.

저녁은 뭘 먹을지 한참 고민하다 산나물밥 남은걸로 야끼 오니기리 만들어 먹었다. 바닥면을 구수하고 바삭하게 굽고 위엔 미소된장을 발라 살짝만 익힌 현미 오니기리. 꼭꼭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진다. 구운두부랑 현주언니 파김치, 구억배추김치랑 깻잎 곁들여 아주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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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도시농부학교 준비에 할 일이 끊임없다. 아침부터 부족한 농기구 사러가서 차에 이고지고, 폐목재 구해서 밭번호 표식도 만들고 마지막으로 땅 구획정리 마무리 한다고 또 밭에나가 일하기. 적극적인 우리팀 아니었으면 개강도 못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비건페스타 예약을 해놔서 나머지는 현주언니와 원순님께 맞기고 고고싱. 아침부터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점심을 3시가 다되어서야 먹었다. 정애언니기 소개해주고 또 정애언니가 사준 떡볶이랑 튀김 냠냠. 바로 튀겨서 바로 주니 일식집 튀김 부럽지 않고 맛있었다. 배고파서 맛있고 언니가 사줘서 더 맛있었다. ㅎㅎㅎ 남음제로!

비건 식품, 상품, 포장 등 구경하고 이것저것 사서 돌아왔다. 아무리 비건이라도 가공식품은 영~ 아니라는 생각이 또 다시 드는 페어였다. 한 부분만 고려하지 않고 순환적이고 종합적인 사고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같은 가공식품끼리만 비교한다면 비건이 낫다.

 

다시 집근처로 돌아와서 언니들이랑 저녁먹으러 갔다. 두부김치와 계란말이 시켜놓고 나는 막걸리, 언니들은 맥주 마셨다. 진이언니를 오랜만에 만나서 같이 수다 떠니까 좋았다. 만날 언니들한테 얻어먹기만 하다가 간만에 내가 쐈다 ㅎㅎㅎ

진이언니한테 미리 생일선물도 받았는데 비건에 친환경포장, 취저라 참 맘에들었다. 아이크림이지만 전체에 바르라고 해서 언니가 알려준대로 했다. 얼굴도 촉촉해지고 입술도 촉촉해졌다. 유리병 공병은 회수하고 립밤은 종이포장이라 철학까지 맘에 들었다.


 

드디어 생태도시농부학교 당일, 사람이 많은데 장소를 어째야하나? 고민이었는데 다행히 날씨가 좋아 논에 앉아 수업할 수 있었다. 도시인들에게 폭신한 논바닥에 앉아볼 기회가 또 있을까? (나도 두 번째 ㅎㅎ) 눈을 반짝이며 듣는 적극적인 분들과 밭도 만들고 씨감자도 잘라갔다.

이 사람들 없었으면 우쨌을까? 싶은 멋진 우리팀이랑 두부집에서 점심먹었다. 점심먹고와서는 뒷정리, 창고정리, 공동텃밭 퇴비넣기, 볏단치우기 등등의 일을 하느라 4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아침 9시부터 4시까지… 하하하.

나는 밭 만드는 날 벌벌 떨어서 약해진 면역에, 추웠다 더웠다 한 다음날부터 목이 아프더니 아침에 일어나니 완전 감기에 걸렸다. 씻고나와 기절하느라 저녁은 생략했다.


 

열나고 머리아프고 골골거리는 나를 위해 곰이 밥 차려줬다. 집에 있는 거 자기가 먹던거 총출동해서 차려준 밥 ㅎㅎ 그릇에 옮겨담지도 않은 현실밥상. 그래도 결혼 10년이면 이런 호사를 한다.

 

 

밥먹고 나도몰래 또 잠들어 저녁이 다 돼서야 일어났다. 열은 좀 내린것 같지만 머리가 아팠다.

씨앗도서관 채종포에서 뽑아온 움파랑 숙주를 고추기름에 볶아 매콤하게 파개장끓이고 누렇게 변하기 직전의 브로콜리 두 개 썰어 새우랑 볶았다.

밥은 곰이해줬고, 구억배추김치, 무말랭이, 깻잎 절임 곁들이니 꽤 괜찮은 한 상이 되었다. 브로콜리는 두 개나 볶은건데 한끼에 클리어했다. 1인 1브로콜리 ㅎㅎㅎ


 

이번주는 너무 바빠서 주초에 있었던 일도 아득히 먼 옛날 벌어진 일처럼 느껴진다. 감기에 걸려 골골 거리는 이때 내 면역을 돌리는 음식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육류보양식이 아니라 제철 채소와 과일이다.

언제부터인가 감기 정도로는 병원에 가지도 약을 먹지도 않는데 도라지차나 생강차 챙겨먹고 과일이랑 야채 위주로 먹으면 저질&허약체질인 내가 금세 기력을 회복하곤 한다. 나는 채식의 힘이라고 믿고있다. (+믿고싶다)

채식 위주의 식생활은 내 몸과 지구의 건강을 지킬 뿐 아니라 다른 생명과 공존하는 삶, 폭력이 아닌 평화의 삶을 이루는데 큰 역할을 한다.

제 계절의 힘을 가진, 자연의 생명이 살아있는 음식을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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