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생초보 도시농부의 텃밭일기

많이 나는건 많이 먹으라는 뜻(23.6.10.)

베푸 2023. 6. 17.

 

이번주는 비도오고 시간도 없어서 일주일만에 텃밭에 나갔다.

 

이맘때 초록이들이 자라는 속도는 어마무시해서 텃밭 사이사이 지나다닐때 느껴질 정도로 모든 작물이 다 성장했다. (물론 풀도 함께 ㅎㅎ)

 

우리 아욱은 그 새 꽃을 피웠다. 앙증맞은 보라꽃이 엄청 사랑스럽다. 아욱 한 주 심어서 다행이지 우리 옆밭은 아욱정글이 되었다. 지날때마다 좀 무섭다 ㅋㅋㅋㅋㅋ 꼬마 도시농부 바다의 표현처럼 ‘아욱이 화났다.’ ㅋㅋㅋㅋㅋ

내 비리비리한 완두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열매를 엄청 달고있다. 무겁도록 달고있어서 무게를 못이기고 기울어지기까지 한다. 벌레 먹어서 안예쁜 내 완두, 딸 때 기분이 좋다. 아삭한 맛이 일품인 토종청상추도 일주일 사이 엄청 커져서 또 한 바가지 수확했다.

‘동반작물의 좋은예’ 사진같은 예쁜 내 쑥갓과 청경채는 다시 많이 자라서 쑥갓을 한보따리 수확하고 청경채도 처음으로 수확했다.

물도 많고 아삭아삭해서 벌레가 참 좋아하는 작물인데 고맙게도 깨끗하게 잘 커줬다. 쑥갓 덕분인가? ㅎㅎ 볶음밥 해먹어야지.

가지도 쑥~ 자라고 사과참외는 벌써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자리가 좁을것 같은데 어떻게 기어가게 해야할지 좀 난감하다.

 

적 오크라와 청 오크라는 확연히 구분된다.

어쩜 잎모양도 다르고 줄기 색도 다른건지 신기하다. 오크라도 처음 키워보는데 꽃도예쁘다고 하고 자르면 별모양이 될 오크라를 생각하니 기분이좋다. 끈끈한 오크라, 술안주 해야지 ㅋㅋㅋ

 

 

넝쿨 친구들도 잘 자라고 있다. 위로 안올라가고 바닥을 기고 있길래 위로 가도록 유인해줬다.

꼬꼬마 오이가 똬악! 달려서 너무 귀엽. 처음으로 여리고 맛나게 생긴 호박잎도 (곰이) 따왔다.

텃밭에서 바로먹는 맛을 처음 느끼는 곰은 딸기 하나 입에 넣어줬더니 좋아하며 “딸기가 더 잘 되어야 할텐데~ ” 라고 하더라.(텃밭은 싫어하고 먹을때는 좋아함 ㅎ)

다음주면 먹을 수 있을것 같은 공심채와 아직 아기인 방울 양배추. 양배추가 너무 베게 심어져서 잎을 먹으려고 솎아왔다.

 

다른 작물들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던 파프리카, 언제 이렇게 컸는지 꽃봉우리가 주렁주렁 달렸다.

아직도 고추랑 구분이 안가는데 고추인건 아니겠지??

 

고랑까지 무성한 풀 잘라서 눕히고 감자는 흙을 모아 북돋았다. 감자가 잘 서있을 수 있게, 또 알이 굵어질 수 있게, ‘북돋는다’는 말이 참 좋다.

 

청상추, 안호적상추, 꽃상추, 공동텃밭 상추와 퍼머컬쳐의 상추까지 땄더니 상추가 하나가득이다. 게다가 상추는 한번 심어 따먹으면 (날이 너무 습하지 않는 한) 계속 자라기 때문에 점점 더 많아진다.

 

곰이 상추가 왜이렇게 많으냐고, 이걸 다 어떻게 먹냐고 옆에서 궁시렁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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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기엔 상추, 쑥갓, 깻잎 같은 쌈채소와 ‘화난 아욱’ㅎㅎ, 근대 , 머위, 공심채 같은 잎채소 그리고 완두가 풍성히 난다.

많이 난다는 건 그만큼 이 계절에 자라기에 적당하다는 말이고 우리 몸에 필요하다는 얘기며 기운이 맞아 많이 먹으라는 뜻이다.

 

풍요를 누린다는 건, 언제나 어느때나 다른 나라와 다른 계절에서조차도 돈만있으면 원하는 것을 구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풍요를 누린다는 건, 내가 사는 이 땅에서 때에 따라 나는 것을 잘 알고, 내 몸에 맞는 것을 때에 맞게 찾아먹으며, 그 시절을 누리는 것이다. 그러면서 땅이 제 때 결실을 맺을 수 있게, 나 외의 다른 생명이 모두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도록 돌보고 지키는 것이다.

 

감사한 이 계절의 수확물을 풍성히 얻었다.

 

고기 없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쌈채소 요리들을 만들어봐야겠다.

 

 

덧,

 

오늘자 공동텃밭의 이쁜이들

벌써 호박이 달려서 커지고 있다. 큰거 옆에 작은거 그 작은거 옆에 더 작은거 줄줄이 열려서 기대감 상승중. 올핸 호박꽃 요리도 해봐야지.

방울이 말고 큰 토마토, 찰 토마토가 커지는 중이다. 토마토가 먹음직스럽게 익으면 텃밭에서 바로따서 바로먹는 미지근한 토마토 맛을 볼것이다.

 

옥수수 밭에 동반작물로 심은 수박이 커졌다. 처음 심을때부터 벌레먹어서 걱정했는데 이렇게나 잘 자라주다니… 신사임당의 그림처럼 잎모양도 참 예쁘다.

 

열무는 꽃이 지면서 조롱박같은 씨주머니가 달렸다. 열무는 뽑아먹기 바빠서 채종해본적 없는데 멀리 계셔서 못오시는 수강생분 덕분에 올핸 꽃도보고 채종도 하게 생겼다. 신기신기.

 

 

그리고 허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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