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레시피/채식하면 뭐먹고 살아요?

지구를 위한 채식일기(23.6.12.-6.18.)

베푸 2023. 7. 1.

첫 학교수업이자 오래 고심하고 수정한 교안의 등판날. 내내 신경쓰고 머릿속으로도 시뮬레이션하고 깊이 잠들지 못한채 밤을 보내다 수업에 갔다. 아직도 배가 아파서 혹시 수업시간에 잘못될까 걱정돼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보건샘이 주신 실온 생수한병이 없었다면 큰일날뻔했다. 중간중간 목이 말라 한병을 다 비웠다.

 

한번의 수업으로 뭐가 막 바뀌지는 않겠지만 아이들이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생각의 씨앗이 되면 좋겠다. 무사히 수업을 마치고 집에와 남은 누룽지를 먹고 밤이랑 오트드링크도 마셨다. 덥지만 찬거금지!!

희양상회에서 챙겨온 토종씨앗들로 관찰키트 만들었다. 벌써 두번째 모인건데 부스행사 준비한다는게 보통일이 아니라는걸 깨닫는 중이다. 다 정리해놓고 보니 예뻐서 뿌듯했다.

계속 말을해서 그런건지 점심을 시원찮게 먹어서 그런건지 배가 고팠다. 다들 먼저 가고 정애언니랑 둘이 집에오는길에 국수 사먹고 왔다. 여기는 유명한 비빔국수 집인데 배가 아파서 따뜻한 잔치국수 먹었다. 국물이 진해서 맛있었다. 나는 먹었는데 곰만 차려주기 귀찮아서 곰은 새로나온 한살림 초당옥수수피자 사줬다 ㅎㅎ


나만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상을 차려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오분도미 밥하고 육수도 끓이고 꽃게 한마리 넣어 된장찌개 끓였다. 감자도 양파도 맛있는 계절이라 이 계절의 된장찌개는 참 달다.

내 텃밭 완두콩 듬뿍넣은 멸치조림에 갓김치 곁들여 소박하지만 훌륭한 밥상이었다. 너무 맛있게 한그릇 다 비웠다.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공동텃밭 관리하러 우리팀 또 모였다. ㅎㅎ 원래 월 1회 회의인데 주1회모인다. ㅋㅋㅋ 쇠비름을 일부러 심은것처럼 쇠비름 밭이 된 신기한 현상. 왜 쇠비름만 잔뜩 났을까? 나물로 먹을수도 있고 쇠비름 액비가 최고라던데 만들어보고 싶다.

호박은 유인한대로 울타리를 타고 올라가고 있다. 넘넘 신기하고 예쁘고 귀엽다. 풀을 또 베서 눕히고 토마토 곁순도 따주고 나름 관리해줬다.

 

 

텃발에 저녁시간에 나가다보니 각자 집에서 먹을걸 조금씩 가지고 오기로 했다. 간단하게 먹으려던건데 원순님이 문경에서 사온 수수부꾸미와 만두를 즉석에서 구워주시고, 아람님은 맛있는 김치와 김밥을 가져오고, 현주언니는 뇨끼를 만들어왔더. 채식버전으로 내껄 따로 만들어와서 완전 갬동~~ ㅠㅠ

처음에 통을 착각해 다른것도 먹었는데 고기가 들어있는것보다 채식버전 내 뇨끼가 훨씬 더 맛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애들도 먹어보고는 하나같이 채식뇨끼가 더 맛있다고 했다. 토마토의

맛이 진하고 한끝이 있다고 ㅋㅋㅋ 고기버전은 평범한 맛이라고 했다. 내가 만든것도 아닌데 그 말이 참 뿌듯했다. 고기가 없으면 맛이 없을것 같은건 단지 생각일뿐이다. 온갖곳에 고기와 기름과 치즈와 버터를 넣는 요즘 조리법 별로다.


아침으로 먹으려고 올해 첫 수확 청경채볶음밥도 해놨구만 먹고싶지 않았다. 냉장고에 넣어놓고 물한잔 마시고 나왔다.

당췌 끝나지 않는 이노므 똥글똥글… ㅠ 토종씨앗 관찰키트 만들기는 보통일이 아니다. 토욜이 행사인데 아직도 할 일이 남았다는게 함정.

시간이 없으니 바로 앞 칼국수집에서 수제비로 점심을 먹었다. 잔치국수도 8천원 주고 먹었는데 콩가루도 들어있는 손수제비가 7천원이라 가성비 갑👍. 만족도 굿!

농업아틀라스 한국어판 출간발표회에 초대받아 다녀왔다. 농약에 대해 몰랐던 여러가지 사실을 알게되었고 농약아틀라스도 선물로 받아 좋았다.

기후위기는 심각해지는데 우리 농업의 현실, 식량자급율 문제는 막막해서 답답하기도 했다.

끝나고 곰네 회사쪽으로 가서 곰이 데리고 간 낙지집에서 저녁먹었다. 철판낙지볶음 오랜만이다.

다먹고 볶아먹는 밥이랑 싸먹으라고 주신 깻잎이 맛있었다. 배도 고프고 곰이랑 하는 외식이라 즐겁게 먹긴 했지만 베트남산 낙지에 가격도 비싸서 집에서 해먹어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한살림 낙새볶음도 맛나는뎅 ㅎㅎㅎㅎㅎ 올해 감자를 캐고 그 자리에 깻잎을 심어서 나도 이 깻잎 장아찌 만들어봐야겠다. 짜지도 않고 간장 피클 느낌이라 맛있었다.


이사회 회의날, 도시락을 시켜먹는단다. 나를 배려해주셔서 특별히 채식메뉴도 있었는데 플라스틱 배달용기가 너무 거슬렸다. 맘이 불편해서 안되겠다며 사양하고 샌드위치 사갔다. 샌드위치도 고기가 없는 메뉴는 없어서 이것저것 빼고 포장용기도 빼달라고 부탁드렸는데 다행히도 친절히 잘 해주셨다. 재료도 듬뿍 들어있고, 쓰레기도 조금 나오고 맛있었다.

 

회의 끝나고 또 회의, 연달아 줄줄이다. 끝나고 새로 오픈한 아시안 퀴진에서 동남아 음식 먹었다. 오랜만에 먹은 팟타이, 똠양꿍, 반쎄오 ㅎㅎ

 

복지관에 있는 카페에서 회의했더니 활동가분이 바리스타 연습 해야한다며 커피를 만들어다 주셨다. 아침에 이미 한 잔 했는데 카푸치노에 에스프레소까지 예쁜 잔에 대접받았다. 감사히 마셨더니만 밤늦도록 눈이 말똥말똥….


공씨아저씨네에서 정기배송시킨 살구와 복숭아가 왔다. 밤에 하나 먹었더니 완전 맛있었다.

곰 출장때문에 환전하러 은행갔다가 서점도 들르고 집에와서 에피타이저겸 아침으로 과일 먹었다. 이 계절에만 먹을 수 있는 나의 애정탬 산딸기도 곁들여서 달콤한 시작.

배고픈데 밥이 없을땐 조금 짜증이난다. 밥하는 시간이 그리 오래걸리지 않지만 쌀을 씻어서 안쳐야 하는 그 과정이 내키지 않을때가 있다. (그래서 햇반이 개발됐나부다.) 그런데 이번엔 번뜩 ‘라면먹어야지!’ 생각이 들었다. 고수가 있기 때문이다. 텃밭이웃 윤주님이 주신건데 진이언니가 추천해준 방법으로 고수라면 끓여보려고 생각해뒀었다. (한살림 순한 감자라면+고수의 조합) 완성된 라면은 생각보다 더 괜찮았다. 나 이제 고수 좋아하게 됐나부다. 향도 좋고 더 많이 넣을걸 싶다 ㅎㅎ

텃밭에서 뽑아온 마늘쫑이랑 풋귤절임 올리브 듬뿍넣고 오랜만에 만든 알리오올리오,

 

그리고 내 텃밭 양상추랑 토마토 오이 넣은 가든샐러드(곰은 치킨샐러드) 넘넘 맛있어서 좋았는데 너무 많이 먹어서 배가 터질뻔했다. ㅋㅋㅋㅋ


의왕 지속가능발전한마당 에서 기후위기 시대에 토종씨앗의 중요성을 알리는 부스행사를 한다. 전날까지 생고생 준비했던 것들이 빛을 발하게 하기 위해 부스 위치를 정돈하고 준비하느라 아침부터 서둘렀다. 시끄러운 공간에서 사람들한테 설명하느라 일주일치 말을 하루에 다 한것 같다. 목이 너무 아프고 기운이 딸렸다.

주최측에서 준비해주신 김밥이랑 혜민님이 챙겨오신 과일&쿠키, 중간중간 빵이랑 아이스크림 간식도 먹었는데 그래도 자꾸 배가고팠다 ㅎㅎ.

하루의 짧은 행사였지만 사람들이 토종씨앗도 알고 지켜야 할 중요성도 깨달았ㅡ바란다. 우리 위원들이 다 함께 한 행사라 좋았다.

끝나고 고생한 우리 식구들 같이 뒷풀이했다. 부스행사의 잘된점과 보충할 점들도 논의하며 하하호호 웃음꽃을 피웠다. 이제 아지트가 될 것 같은 위자네와 오오뎅뎅에서 바지락술찜, 로제떡볶이, 오징어튀김으로 저녁겸 안주 먹었다.


곰이 상하이로 출장갔다. 아침일찍 보내고 너무 피곤해서 더 자다가 느지막히 과일과 빵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살구도 천도복숭아도 맛있고 빵도 맛있었다. 피곤해서 혓바늘이 잔뜩 서가지고 먹는데 좀 힘들었다.

잠깐 쉰다는게 또 잠들었다. 날 더운데 낮잠을 오래 잤더니 머리가 아프다. 곰 먹으라고 밥을 해두고 나갔는데 이렇게 더운날 그냥 둬서 모두 상했다. 너무 아깝다.ㅠㅜ 그 밥만 믿고 있었는데… .

귀찮지만 쌀을씻고 내 첫수확 토종 검은완두도 올려서 솥밥했다.

반응형

똑같은 초록색인데 콩 한쪽에 검은 점이 있어서 검은완두인가보다. 눈 같아서 귀엽다. ㅎㅎ 감자, 양파, 호박이 다 맛있는 철이니 고추장찌개도 끓였다. 상추와 쑥갓으로 새콤한 겉절이 만들어 김치대신 냠냠.


내 텃밭엔 토종작물들이 많이 심겨있다. 모양도 색도 다양하고 꽃도 예쁘게 피는 토종작물들은 그 자체로 생물다양성에 도움이 되지만 기후위기 식량주권을 지키는것과 화학농약없는 농업의 미래다.

 

이번 부스 행사를 진행하며 이런씨앗은 어디서 사냐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종자권이 국제적 몇몇 기업에 넘어가면서 씨앗을 사고 파는것이 금지되었다. 우리의 청양고추도 독일기업에 로얄티를 주고 사오는 실정이며 파프리카 씨앗은 금보다도 비싸다.

 

씨앗을 심고, 수확하고, 다음 농사를 준비하며 채종을 하는 것이 농사의 완성이지만 언제부턴가 씨앗이나 모종을 사고 다음해엔 또 사서 심는 것이 당연해졌다. 또한 F1 씨앗은 다음해에 씨앗을 받아 심으면 제대로 열리지 않도록 유전자 조작도 한다. 농업이 자본에의해 돌아간 결과다.

수확량이 중요한 직업농이야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해도 도시농업을 하는 사람들이 토종종자를 지킬 수 있다. 내가 심어 채종하고 또 이웃들과 나눠심어 퍼뜨리며 계속 이 환경에 적응한 씨앗들을 나눌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도시 소비자로서의 우리는 토종작물들을 보면 사먹고 요리하며 계속 이어가는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다.

기후위기와 식량난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자급률이 겨우 20%대에 지나지 않는 우리 나라는 영향이 더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폭염경보가 6월인 오늘 벌써 내려졌다. 전세계적으로 40도 이상 50도 이상인 불볕더위 도시들 이야기를 들으며 지구는 이미 망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우리의 매일 식탁이, 내가 사는 재료와 식습관이 지구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다.

 

하루 세 번 우리에겐 기회가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