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생초보 도시농부의 텃밭일기

바쁘다 바빠(23.6.13.&19.)

베푸 2023. 7. 1.

 

예전에 상은언니가 농사일지 쓰기 힘들다고, 하루만 지나도 안쓰게되고 기록할 것도 많다고 한 얘기가 이해가 간다. 당시 2평 도시농부였던 나는 가자마자 찰칵찰칵 사진 찍는게 즐겁고 풀을 하나씩 손으로 뜯어줘도 어렵지가 않았는데 요즘 그게 어떤 느낌인지 느끼고 있다.

 

내 밭은 5평으로 늘고, 돌봐야 할 공동텃밭도 생기고 퍼머컬쳐 밭도 있다보니 한번 밭에 가면 신경써야 할 일이 많다. 종일 밭에만 있을 수도 없는데다 다른 챙길일들(물을 받아둔다던지..)도 있어 서 내 밭일은 뒷전이기 일쑤다. 지난번 곰과 다녀온 이후로 두 번 더 갔는데 사진도 몇 장 없고 일도 거의 못해줬다. 그래도 텃밭에 갔던 날들을 기록해본다.

요즘 우리 텃밭에 강세인 풀은 쇠비름. 쇠비름씨를 일부러 뿌리기라도 한 것처럼 무성하게 자라있다. 신기할 정도다. 쇠비름은 오방색 풀이란다. 줄기는 빨강, 잎은 초록, 꽃이피면 노랑, 뿌리는 흰색, 씨앗은 검정 이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오행초 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나물로 먹기도 하고 추출물을 화장품으로도 쓰는 좋은 풀이라기에 잔뜩 모아 액비를 만들어보려고 계획중이다.

퍼머컬쳐 밭에 심은 블루베리가 익어서 감동적인 첫 수확을 했다.(한 알 ㅎㅎ) 달콤한 블루베리의 맛이 훌륭했다. 다행히 새들에게 뺏기지 않았다.

과연 3일전에 수확한게 맞나? 싶을 정도로 상추가 더 커져 있었다. 아직 가져간 상추를 다 먹지도 못했는데 좀 무섭기까지했다. 상추와 쑥갓을 수확하고 이번엔 처음으로 토종 검은완두를 수확했다. 토종완두는 알이 작고 꼬투리도 작다.

똑같이 초록색이구만 왜 검은완두지? 의문이었는데 안을보니 검은 점이 있다. 만화에 나오는 외눈박이 외계인같이 귀엽다. 밥 해먹었더니 아주 달고 맛있었다.

 

내가 산 모종이지만 퍼머컬쳐 밭에 있는 파프리카는 고추랑 똑같이 생긴게 신기하게도 동글동글 자라고 있다. 얘는 토종 빨간 파프리카라고 했으니 한 알에 600원이나 하는 로열티를 내지 않았겠지?? 토종을 지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위로 올라가게 유인해줬더니 타고 올라가는 예쁜 호박이랑 신기하게도 그 사이 더 커져있는 호박에 심쿵했다. 이 호박은 정애언니 줬더니 사이즈가 작은데도 씨가 굵다고 하는걸봐서 애호박으로 먹는 종이 아닌가보다. 풀도베고, 콩도따고, 곁순도 제거하면서 일하다 갔다. 내 텃밭 호박은 갈곳을 잃고 바닥을 기고 있던데 막상 걔는 돌봐주지 못했다. 할 일은 많고 날이더워 새벽이나 해가 질 때 쯤에야 일할 수 있으니 시간 내기도 쉽지않다.

텃밭이 넓어지니 일할 때 사진은 사치다.

 

한 주 사이 내 텃밭에 오이가 주렁주렁 열렸다.

올해는 조선오이는 심지 않고 모리님이 나눔해 주신 일본오이 4주를 심었더니 사이즈는 작아도 오이를 7개나 수확했다.

텃밭에 놀러온 현이언니와 정애언니한테 나눔했다. 내 첫 오이ㅎㅎ 앞으로도 갈 때마다 몇개씩 나올것이다. 텃밭의 오이는 너무 대견한 작물이다.

 

무거워서 기울어진 토마토,

한 주 사이 더 커진 파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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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구가 되고있는게 너무 신기한 옆집 양배추와

 

 

토마토 사이에서 잘 자라고 있는 바질(스위트 바질은 아니던데… 얘는 무슨 바질일까??)

 

감자를 캤어야 했는데 농부님네 감자 구경하고 행사준비만 하느라 정작 내 감자를 못캤다. (감자 사진도 없음) 비를 흠뻑 맞았고 또 다음주에도 비소식이 있어서 속상하다. 감자는 비맞으면 맛이 없는데… ㅠㅠ 시간이 없어도 캤었어야했다.

엄청엄청 맛있는 괴산수미감자 물먹은 맛이 날까봐 걱정된다. 올해는 어떨지 ….

 

폭염 경보가 내려질 정도로 날이 무지 더운 날,

의왕 부스행사때 만난 관계자분의 초대로 근처 농장에 갔다.

 

보리수가 너무 잘 익었다며 따가라고 하셔서

다들 한 통씩 따왔다. 빨갛게 색고 고운것이 참 탐스럽고 예뻤다. 현이언니한테 몰아줘서 언니가 술을 담갔다 ㅎㅎ 100일 뒤에 마시기로 …

 

 

베르가못 꽃도 구경하고 새콤한 시트러스 향도 맡아봤다. 반가운 벌이 달라드는 금계국이랑 빨간 나리꽃 그리고 할미꽃을 닮았는데 넝쿨인 신기한 꽃들도 봤다.

 

가는길에 스피아민트를 뿌리채 나눠주셔서 텃밭에 심어주고 왔다.

 

지주대도 못해준 토마토랑 가지랑 고추도 있는데 진득하니 돌보지 못하고 오가며 슬쩍슬쩍 손댄 내 텃밭.

 

이 비에 잘 있긴 하겠지??

호박은 왜 안달리고 무성히 뻗어나가기만 하는건지…

 

가뜩이나 할 일이 많은 농번기인데 주말마다 일이 있었던데다 곰이 없어서 더 자주 못가고 더 일을 못하는 요즘…

 

내 텃밭을 오~래 , 제대로 돌봐주고 싶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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