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생초보 도시농부의 텃밭일기

장마와 풀들의 시기(23.7.15.)

베푸 2023. 7. 21.

 

비가 며칠동안 어마어마하게 왔다. 그덕(?)에 청산도 연수가 취소되어 텃밭에도 나와볼 수 있었다.

 

지난주, 생태도시농부학교 4강 토종씨앗과 도시농부 진행하느라 내 텃밭은 오이랑 가지 등 수확만 해갔다. 그때도 비가와서 사진도 한 장 못찍고 몇분만에 따가지고 가기만했다. 풀벤지 일주일만에 다시 풀천지라 깜짝 놀랐었는데 이번주엔 더욱 놀라웠다.

여기가 내 밭이다. 어디가 작물이고 어디가 풀인건지 ㅋㅋㅋㅋㅋ 게다가 풀도 나름의 시기가 있나보다. 얼마 전엔 쇠비름이 잔뜩이더니 이젠 벼같이 생긴 저 풀이 우세하다. 웃음이 났다. ㅋㅋㅋ

 

다행히 비가 오지않고 흐리며 시원한 날이라 발이 푹푹 빠지고 습하긴 했어도 밭일하기 좋았다. 비가 그렇게나 왔는데도 어디 한군데 잠긴곳도 없이 무사한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이랑과 고랑의 차이가 없어졌지만 그거야 가을작물 심을때 보수하면 될 일이다.

제일먼저 딜꽃을 수확했다. 이웃이신 아르망님 포스트에서 보고 허브식초를 따라 만들어 볼 요량이기 때문이다. 꽃이 핀건 가루때문에 안된다는 팁까지 주셔서 아직 벌어지기 전의 아이들로 잘 골라 따왔다.

 

 

곱다 차이브꽃식초

봄 허브텃밭에서 가장 먼저 꽃소식을 전해주는 차이브.. 작년 차이브크림치즈로, 향신채소로 차이브 잎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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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딜은 모리님이 작년에 나눠주신 씨앗으로 심은 딜이다. 여기저기 내가 나눈 씨앗들이 자라고 있고 여기서 또 씨를 받아 심으면 3세대가 된다.

3년차 도시농부는 이 순환이 너무 좋다.

오이가 엄청 자라있을것 같아서 텃밭에 온건데 아직 작다. 그리고 3주 심은 오이중 하나에서만 오이가 달렸다. 왜지?? 오이 잎은 쉽게 누렇게 되며 병이든것처럼 변하는데 그런 오이잎을 다 따주고 왔다. 너무 통풍이 안되나 싶어 풀도 뽑고, 자리도 만들어줬다. 우리집은 오이를 많이먹어서 오이가 많이나도 금방 다 먹는다. 이번주는 두 개로 아껴먹어야겠다. 오이 좋아 ㅎㅎ

생애 첫 단호박도 수확했다. 단호박은 한 주에 단호박 세개 정도 수확하면 그 몫을 다 한거라고 한다. 언제 수확해야할지 몰라 그냥 뒀더니 잎이 누렇게 변해있어서 아래에서 부터 두개 따왔다. 뒷꼭지는 목질화 되었던데 윗꼭지가 파란것이 덜 익었을까? 불안하기도 하다. 덜 익었으면 된장찌개에라도 넣어먹어야겠다.

 

한살림 단호박 사먹고 씨앗을 말렸다가 심어준건데 수확까지하게 되다니 신기하고 감사하다.

그 사이 오크라가 열심히 올라와서 또 몇개 수확했다. 이번엔 쪄서 간장찍어 먹어봐야지.

사과 참외는 세 개나 달려있어서 기대감을 키우는 중이다. 작년엔 장마때 떠내려가 못먹은 애들도 있는데 이번엔 모두 잘 자라길 바란다. 가지 잎 따준걸로 사과 바닥에 깔아줬다 ㅋㅋㅋ 소중한 내 사과참외.

비맞아서 투명해진 수세미 꽃엔 아직 수세미가 안열렸다. 호박 두 주도 소식이 없어서 찾아보니 이렇게 호박 하나를 매달고 있는애가 있다. 그 옆에 아주 작은 하나는 비를 많이 맞아서인지 썩어 떨어졌고 또 엄청엄청 작은애도 있어서 비 그치면 무럭무럭 자라길 기대해봐야겠다.

토종 좀아욱은 씨를 받고 정리해주었다. 엄청 많은 씨앗이 달렸다. 이제 이 씨를 다시 심으면 또 무섭게 자라는 아욱을 먹을 수 있을것이다.

 

소식이 없는 토종가지는(얘가 쇠뿔이었던가?) 꽃이 펴 있는걸 확인하고, 또 다른 종의 가지는(이것도 토종인데…) 가지가 세 개 달린걸 보고왔다. 모종을 여기저기서 샀더니 이름이 각각 표시되어있는게 아니라 하나도 모르게됐다. 여튼 다 토종이라는거 ㅋㅋㅋ

화담숲에서 받아 키운 토마토는 원래 이런 종인건지 내가 뭘 잘못해준건지 아주아주 작다. 그런데 그 와중에 토마토는 열려서 신기하다. 해도못보고 풀들에 쌓여 얼마나 고생이었을까? 주위에 풀을 다 제거하고 숨도 좀 쉴 수 있게 해줬다.

(미안 토마토야)

 

풀을 다 베고나니 이제 어디가 작물인지 좀 보인다. 여기서는 수확할 것이 거의 없지만 채종할 아이들도 꽃피고 씨 맺을 수 있도록 잘 두고왔다.

고수꽃, 흰당근 꽃, 상추꽃, 딜꽃, 채종까지 하려는 우리 텃밭엔 꽃들이 한창이다.

 


멀칭도, 화학비료도, 농약도 하지않는 땅이라 여러 생명이 산다. 텃밭일 하는 그 잠깐 사이에도 여럿을 만났다.

숨은그림찾기같은 초록 곤충(메뚜기?방아깨비?베짱이?)도 있고,

달팽이도 있고,

아주 반가운 꿀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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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붙어있어서 좀 신기한 흰나비도 있다.

새들도 많고,(만난적은 없지만 고라니도 온다.)

 

구멍난 잎사귀들은 벌레먹어 더러운 것이 아니라 나눠먹어 아름다운 흔적이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적당히 나눠먹는 균형을 유지하는것이 건강한 생태농법인것 같다.

 

장마를 견디지 못한다는 라벤더를 잘라왔다.

이건 다 같이 스머지를 만들계획이다. 향이 너무 좋아서 만지고 있는것도 좋고 차 안에 실은것도 좋았다.

집에 돌아 오는길에 연꽃구경도 잠깐했다. 연꽃역시 향이 참 좋았다.

이렇게 기분좋은 은은한 향을 풍기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 수확물은 많지않고 손질하기도 쉬운 것들이라 정리도 금세 끝났다. 오랜만에 내 밭을 가만가만 돌봐주고 돌아와서 맘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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