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생초보 도시농부의 텃밭일기

텃밭의 희노애락(23.7.27.&7.30.)

베푸 2023. 8. 14.

 

잎채소는 끝난 시기에다 나는 올해 열매채소를 많이 심지 않아서 텃밭에 남은작물이 별로 없지만 3일만 지나도 발사이즈 만큼 커져있는 오이때문에 텃밭에 나가곤한다.

 

이사회가 끝나고 계획에 없었지만 현주언니랑 텃밭에 갔다.

 

역시나 몽둥이만큼 커진 오이를 여러개 수확했다.

 

그리고 아주 작은 오이들도 여기저기 달려있어서 흐뭇하게 했다.

하나도 열리지 않아 의문이었던 토종가지 한 주엔 가지가 두 개 달려있었다. 쌍둥이 처럼 똑같이 생긴 두 녀석의 모습이 너무 예뻤다. 이름이 궁금하다 궁금해.

 

땅콩은 사과참외와 풀들의 기세 속에서도 잘 자라고 있었다.

 

고라니망을 둘러서 다 쳐놨는데 도대체 어떻게 들어오는건지 모르겠지만 내 오크라 한 주는 잎을 몽땅 다~ 먹어버렸고, 콩잎도 반이나 먹어 휑~ 해졌다.

 

기대했던 사과참외는 많은비에 견디지 못하고 물러서 터졌다. 속상~ ㅠㅠ 그래도 가장 큰 사과참외 하나는 단 향기가 나서 수확했다.

고추 몇개랑 바질잎도 뜯었더니 수확물이 꽤 된다. 여행가신 아람님이 밭작물을 나눠주셔서 토마토까지 몇개 생겼다. 무엇보다도 너무 예뻐서 기분좋았다.

 

7월30일

폭염주의보가 내린 무더운 날이라 4시가 넘어 텃밭에 나갔다. 그런데 입구부터 심상치 않다. 오크라 한 주는 아예 잎이 전멸이다. 또 고라니가 먹었나보다. 적오크라도 잎이 몇개 안남고 그나마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가지 잎도 몇 장 남지 않았다. 꽃도 예쁘고 씨앗을 받으려고 남겨뒀던 쑥갓은 아주 자취를 감췄다. 청경채가 있던 자리도 빈땅만 있었다. 이렇게 깨끗하게 먹을 수 있나 싶게 먹어치웠다. 그리고는 그 옆에 하나가득 배설물을 남기고 갔다. 아니 이노므 고라니가~~ 귀여워 해줬더니만…. ㅠㅠ

 

지난주 비피해로 한 주만 남겼던 토마토는 초록별로 갔다 ㅠㅠ 결국 습병을 이기지 못했다. 초록 토마토가 아까워 모두 따고 토마토는 다 정리했다.

토마토 동반작물 바질은 남아 향긋한 자리를 지켰다.

 

방울양배추는 올해 농사의 기대작물 이었는데 28점 무당벌레같이 생인 벌레들의 공격을 엄청 받고 초록별로 갔다. 얘도 역시 뽑아주었다. ㅠ

 

올해의 효자 작물은 단호박인가보다. 다 익었는지 줄기색이 변한 단호박을 다시 수확하고,

 

드디어 수세미도 하나 열린걸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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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텃밭의 토마토는 잎이 너무 없어서 그런지 아무래도 소생하기 어려운가보다. 토마토는 다 잘라주고 병을 막는 잎살림을 뿌려주고 왔는데 소용이 있으려나 모르겠다.

 

가지는 3일 동안 큰 변화가 없어서 따지않고 두고오고, 원순님 밭의 토마토가 너무 익어 바닥에 막 떨어졌길래 많이 익은걸로 몇개 가져왔다.

 

고라니가 잎은 다 먹었는데 고맙게도 줄기는 놔둬서 궁채도 가져올 수 있었다. 생궁채의 맛을 드디어 볼 수 있겠다. 호박넝쿨을 정리하며 잎도 따왔다.

 

공동텃밭엔 드디어 호박도 옥수수도 열리기 시작했다. 옥수수 수염이 하얗고 연갈색인걸보니 아직 덜 익은거겠지?

 

고추밭도 콩밭도 다 힘이 없어보여 슬프다.

 

비가 많이왔을땐 오히려 괜찮나 싶더니 비가 그치고 나니 병이 돌고있다. 게다가 이노므 고라니까지…

정읍에서 만난 충남 보령의 자연농 농부님은 이번비에 하우스도 무너지고 작물이 전부잠겨 올해농사를 망쳤다고 하시던데 내 텃밭 피해는 그에 비할 수 없이 소소하지만 그래도 속상하다.

 

그런중에도 채종할 수 있는 작물도 있어 다행이며 감사하기도 하다.

 

내내 내리던 비가 그치자마자 야외에 나가기도 겁나는 폭염이 이어지고 그러다가 또 비가 내린다. 텃밭에 있는 동안 갑자기 비가 쏟아지더니 몇 분 지나지 않은 사이에 도로가 찰랑해지고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왔다.

 

 

 

누가 생각해도 정상적이지 않은 날씨다.

점점 더 생명이 살기 어려운 극단적인 날씨들이 이어지고 있다. 너무더워 에어컨을 틀고 있으면 탄소를 더 배출하게되고 그럼 이상기후는 더 자주 더 강하게 일어날 것이다. 이런 날씨에도 밖에서 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많다. 농사도 그렇다. 그런 분야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위험에 늘 노출되게 된다.

 

걱정이 된다.

인류는 이 브레이크 없는 기차를 멈출 수 있을까?

자본에서 벗어난, 생명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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