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생초보 도시농부의 텃밭일기

[번외편] 텃밭, 꽃놀이(23.7.31.)

베푸 2023. 8. 14.

 

우리 생태도시농부학교는 근처에 있는 수원씨앗도서관과 협업하여 박영재 관장님이 강의를 맡아주신다. 가을 작물 심는법 강의 시기가 다가와 날짜를 잡으러 오랜만에 수원씨앗도서관 채종포에 다녀왔다.

 

봄에 딸기 모종포트 만든 뒤로 처음이니까 정말 오랜만이다.

 

하우스에 들어갔더니 닭들이 다 나와있다. 닭장 안에 있었는데 나와 돌아다니는걸 보니 신기하다. 색도 생김도 제각각인 예쁜닭들.

밭에도 나와 돌아다니길래 잃어버리진 않을까 염려됐는데 지들이 다시 집에 들어온단다. ㅎㅎ 신기했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눈길을 사로잡는 이 노란 꽃, 키가 엄청 커서 기둥처럼 묶어놓으셨길래 뭔가 궁금했는데 삼잎국화꽃이라고 한다. 요 어린잎 쌈으로도 나물로도 많이 먹었구만 꽃이 이렇게나 예쁜지 몰랐다. 홀딱반함.

닥종이를 만드는 닥풀의 꽃에서 색도 고운 메뚜기를 만났다. 게다가 알을 낳는 장면까지 목격했다. 갈색의 동그란 알 ㅎㅎ 메뚜기가 알 낳는거 본 적 있는 사람 손?? 자랑하고 싶은 경험이다.

 

요 토마토, 쭈글쭈글 주름많은 생김이 재미있었다. 이름이 뭐냐고 여쭤봤는데 ‘옥상에서 떨어진 메주’ 같이 생겼다고 옥떨메 토마토란 농담만 하셨다. (진짜 이름 궁금하다~ 나도 심고싶다~)

 

요 하얀 가지는 외국종이 아니라 토종이라고 한다. 신사임당의 그림에도 흰가지가 있고 다른 민화에도 흰가지가 나오는데 우리가 옛날부터 키워먹던 것이라고 ㅎㅎ 이런 다양하고 아름다운 종자들이 농업이 산업화 되면서 다 사라지게 됐다. 도시생활자로 할말이 없지만 많이 아쉬운 점이다.

자주감자는 자주꽃이, 흰감자는 흰꽃이 피는데 흰가지는 꽃은 보라색이라 개성있었다. 일반 가지에 비해 분홍에 가까운 여린 색이긴 하다. 맛은 일반가지와 똑같다고 한다. 보라색이 아니니 안토시아닌은 없겠지? 대신 사포닌이 있으려나? ㅎㅎ

이 꽃도 먹는거냐고 ㅎㅎㅎ 이름이 뭐냐고 여쭤봤더니 벌레 꼬이지 말라고 심어둔 족두리 꽃이라고 하신다. 이름을 듣고보니 정말 장식이 주렁주렁 달린 족두리를 닮았다. 하나 꺾어 내 머리에 올려주시곤 휑~ 가버리심. 빵터져서 사진찍었다.

 

머리에 꽃달면……… 쩜쩜쩜………

호박같은데 호박꽃이랑 좀 다르네~ 싶었던 예쁜 노란꽃은

엄청 크게 자라는 동아박꽃이었다.

 

 

그리고 옆에있는 하얀꽃은 박꽃이란다. 같은 박과인데 색도 다르고 꽃모양도 조금씩 다르구나, 알고보니 더욱 달리보였다. 하나씩 식물의 이름을, 모양을, 꽃이 피고지는 시기를 아는것이 좋다.

 

관장님이 요즘 금값이라는 상추를 그것도 줄기채로 꺾어주셔서 삼잎국화꽃도 한가지 꺾어 꽃다발을 만들어왔다. 이대로 꽂아두고 내내 보고 싶을만큼 너무너무 예쁘다.

손을 잘 보면 소중한 토종가지를 들고 있다. ㅎㅎㅎ

오는길에 우리 텃밭에도 들렀다.

더 크지는 않고 다 익어보이는 내 작은 토종 가지를 첫수확해 현주언니와 한개씩 나누었다. 언니가 카메라를 들이밀길래 ‘나를 왜 찍어주나? 그것도 왜그렇게 멀리까지 가서 찍어주나?’ 궁금했더니만 키가 엄청나게 큰 원순님 수수를 내 키로 가늠하려고 찍었단다. 허허 배신감~~ ㅎㅎ

 

색도 쨍하고 교과서에 나올것처럼 정석으로 핀 원순님 해바라기가 너무 예뻐서 한장 찍었다. 나도 내년엔 해바라기를 심어서 씨앗도 먹어야겠다.

 

 

우리 퍼머컬쳐 밭에서 계속 미모 뿜뿜 하고있는 허브친구들 꽃도 좀 자르고, 장마를 버티지 못해 윗부분만 살아남은 로즈마리도 자르고, 생각보다 키가 너무 커서 당황스러운 마가렛도 잘라 꽃다발을 하나 더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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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미모도 뿜뿜인데 향기까지 좋다.

 

풀을 매는것도 아니고, 작물을 돌봐주는것도 아니고 텃밭에서 꽃놀이 하고 있으니 참 좋았다.

 

어스름이 짙어가는 모습과도 잘 어울리는 내 텃밭허브꽃다발

 

아름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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