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레시피/채식하면 뭐먹고 살아요?

지구를 위한 채식일기(23. 8.7.-8.13.)

베푸 2023. 9. 1.

 

도시농업 전문가 양성과정을 신청했다.

도시농업에 대해 좀 더 본격적으로 알고 싶기도 하고 제대로 배워 제대로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 일정이 빡빡하지만 들어보기로 했다. 첫날, 개강식에 참석해 앞으로 함께할 동기들과 인사하고 개괄적인 도시농업 이야기도 들었다. 점심을 먹으러 나왔는데 너무 덥고 멀리 가고싶지도 않아서 바로 근처의 일본라멘집에 들어갔다. 고기가 없는 메뉴가 그래도 하나는 있겠지 싶었지만 그것은 오산.결국 육수없는 볶음라면을 삼겹살은 빼고 주문했다. 맥주가 땡기는 점심이었다.

 

저녁은 과정이 다 끝나고 같이듣는 우리 위원회 여인들이랑 시원한 맥주 마시며 먹었다. 너무 이야기에 집중하느라 밥 사진이 없다. 계~ 속 추웠다 더웠다 하니까 약을 먹어도 목이 낫지 않아 좀 불편하다. 집에와서 맛있는 자두 한 알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주말에 복숭아를 먼저 딴 현주언니가 귀한 유기농복숭아를 줬다. 언니가 하는 품종은 제일 빨리 익아카즈키라 벌써 간건데 맛보라며 무겁게 가져다 주는 언니. 이렇게 벌레가 하나도 안먹은 멀쩡한 복숭아는 수확한 애들 중에서도 얼마나 귀한건줄 알기에 더 고마웠다. 나도 농사를 지으니 안챙겨줘도 되는데 무겁게 들고온 정성에도 고맙다. 아침으로 먹었는데 향도 좋고 달고 맛있었다. 언니가 병조림도 줘서 차갑게 해뒀다. 얼음넣어 먹어야징 ㅎㅎ 헤헷.

점심은 남은 국에 남은 밥 말아 부추김치만 놓고 먹었다. 그리고는 수업준비하러 갔는데 금세 배가 꺼졌다. 날은 덥고 체온조절에 에너지를 많이 써서 그런가? 자꾸 배고프고 지치넹. 간식으로 복숭아도 빵도 사과도 먹고 저녁도 먹고 들어왔다. 날이 너무 더우니까 불앞에 서기가 무섭다. 백짬뽕이 너무 짰지만 국물 빼고 남음제로했다.

 

그리고 곰이랑 찰옥수수에 오미자 차, 그리고 과일 요거트 만들어서 야식 냠냠


아침에 일어나니 배추싹이 뾰로롱~! 애기애기한 연두 새싹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같이 심었는데 왜 나머지는 안올라올까? 의문이지만 기다려주기로 한다. 이번주도 강행군인 식생활 수업, 아이들이 만든 밥상카드를 쪼로록 놓으니 예쁘다.

제철과일로 만드는 요리활동을 하고 뒷정리도 끝낸 뒤 곧바로 도시농업 줌 수업 들었다. 그러느라 밥도 제대로 못먹고 수업하며 만들어 둔 또띠아로 때웠다. 하지만 안철환 샘의 절기강의는 참 좋았다. 끝나고 또 회의에 내일 준비, 몸도 힘들지만 마음이 참 불편하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분위기에도 휘둘리지 않고 품위있게 살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침에 나갔는데 또 저녁이다. 주문한 책들을 찾고 잠깐 카페에서 레몬티를 마시며 곰을 기다려서 같이 고등어김치찜 먹고 들어왔다. 이 집의 제철 반찬들이 참 맘에든다. 깻잎볶음이랑 도토리묵, 버섯볶음, 가지랑 계란장조림까지 집밥처럼 맛있게 먹었다.


전날저녁부터 태풍이 온다고 문자도오고 난리난리, 아침에 나갈때도 비가왔지만 어김없이 수업 어게인~!! 이번엔 아이들과 제철음식에 대해 이야기하며 과일카나페와 과일요거트 만들고, 식품첨가물에 대해 이야기하며 유부초밥 만들었다. 유부초밥 만들어 점심으로도 먹고 과일도 많이 먹었다. 예쁜 아이들이 태풍을 뚫고도 참여하러 와서 활동도 열심히 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비오는 와중에 짐을 또 바리바리 싣고 돌아와 뒷정리까지 해두고나니 다시 저녁시간이다. 자주 가던 식당에서 가오리찜 먹었다. 이 집에 점심먹으러 자주왔는데 이런 메뉴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 소면사리도 같이 주셔서 셋이서 배불리 남음제로했다.

 


토종씨앗이야기로 활동한 어린이 식생활교육, 이번엔 짐 바리바리 싸들고 나가지 않고 우리 공간에서 수업한다는 하나 만으로도 넘넘 좋았다. 게다가 아이들이 얼마나 집중도도 이해도도 좋은지, 자꾸 설명하고 싶고 알려주고 싶었다.

토종 씨앗도 관찰하고, 쇠뿔가지로 가지보트도 만들었다. 가지, 피망, 토마토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재료가 없는데도 즐거워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 싫어하는 음식도 즐거운 경험이 쌓이면 시도해보게되고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아이들에게 즐겁고 의미있는 경험이었길 바란다.

 

뒷정리도 하고 그 뒤에 또 일이 있어서 근처에서 된장찌개로 점심먹었다. 가격은 꽤 되는데 생각보다 짜고 맛이없었다. 기분이 좋지 않아서 더 그랬나보다. 어떻게 하면 내 마음도 잘 전하면서 상대와 오해없이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인간관계가, 소통이 점점 어렵게 느껴진다.

이번주는 정말 강행군이었다. 드디어 금요일, 일과를 마쳤지만 나는 밥부터 다 만들어 먹을 에너지가 없다. 밖에나가 식생활 교육 한답시고 내 식생활이 엉망이다. #용기내 서 김밥사고 텃밭오이로 오이냉국 만들어 먹는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맥주도 한 병 마시고 나름의 불금이다.

 


아침에 텃밭에 나갔다. 내 텃밭엔 이제 작물이 별로 없지만 얼마나 자랐을지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해서 자꾸 가보고싶다. 기대도 안했던 호박이 아주아주 애기애기하게 세 개나 달렸고, 수세미가 주렁주렁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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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길에 곰이랑 만두전골 사먹고 들어왔는데 사진이 없다. 이 집은 야채를 잔뜩 주는 집이라 야채와 떡, 칼국수를 먹으면 배가 불렀는데 요즘 긴 비와 태풍때문에 야채값이 비싸서인지 넘 조금 들어있어서 배가 부르지 않았다. 수확해온 토종 옥수수(반찬그릇임)와 냉동실 옥수수 쪄서 먹었다.

점심먹고 이번엔 문경에 복숭아 수확하러 갔다. 복숭아가 다 익어 수확을 앞두고 태풍이 온다고 해서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 큰 피해는 없었다.(그래도 크고 예쁜 내 복숭아들이 떨어짐) 폭우에 폭염에 태풍까지 아주 가혹한 날들을 버티고도 살아남은 아이들이라 너무너무 감사했다. 어디에서도 맛볼수 없는 유기농 복숭아. 복숭아 농사를 지어보면 왜 유기농으로 복숭아를 지을 수 없는지 알게된다. 그리고 유기농 복숭아만의 엄청난 맛과 향도 알게된다. 자연의 다른 생명들과 나눠먹는것이 당연하다는 걸 이해하는 사람만 먹을 수 있는 유기농 복숭아. 감사하게도 크기가 커지는 시기에 내내 내린 비에도 너무 맛있다.

해가 뜨겁고 날이 더워 수확하기 힘들까봐 저녁 해질녘쯤 가서 복숭아 따고, 풀도깎고, 뒷정리 해둔 뒤 저녁먹었다. 올갱이 해장국 먹으려고 했구만 가게가 문을 일찍 닫아서 못먹었다. 사오려던 수수부꾸미도 못사고.. 이번엔 먹을거리 계획이 다 무산되었다. 그래도 매우 훌륭한 퀄리티의 휴게소 음식을 먹었다. 돌솥비빔밥 오랜만에 먹어서 더 맛있었다.

힘들어서 기운이 없었지만 집에 오자마자 썪기 직전의 복숭아들 손질해서 담아두었다. 벌레먹은 복숭아는 더 맛있다. 덜익은 백도까지도 아삭하니 사과처럼 맛있다. 아~ 매력적인 유기농 복숭아여

향이 엄청나구나.


복숭아 수확한 날부터 이제 가공공장을 돌려야한다. 지원군(엄마)도 요청하고 준비도 단단히 해서 복숭아 가공에 돌입하려면 에너지를 아껴야지.

가뜩이나 할 일이 많은데 밥까지 해먹고 치우고 할 수 없어서 사먹으러 나갔다.

 

우리동네는 일욜에 문 여는 식당이 별로 없다. 문 열린 곳 중에서 엄마와 곰이 찬성한 샤브샤브집에 들어갔다. 야채가 많아서 나도 좋아하는 집이다. 야채와 버섯, 단호박을 몇 번이나 리필하고 국수와 죽까지 야무지게 먹었다. 만족스런 식사였다.

복숭아 손질해 잼도 만들고, 병조림도 하고, 콩포트까지 만들어 두었더니 저녁시간이 훌쩍 지났다. 작업하면서 계속 복숭아 집어먹고, 씨에 붙은거 아까워서 발라먹고 하다보니 점점 더 배가 불렀다. 더운날 내내 불앞에 서있었더니 머리도 아프고, 밥보다는 쉼이 필요한 저녁이었다. 샤워하고 기절. 떼샷을 보니 힘들지만 뿌듯하다.

 


주말까지 힘들게 달린 한 주 였다.

되돌아보니 놀랍게도 집밥을 단 한번도 해먹지 못한 놀라운 한주 이기도 했다.

스케줄 때문에 밖에 있거나 또는 에너지가 없어 밥을 할 수 없거나 둘 중 하나였다.

 

현대인이 점점 더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며 반조리나 밀키트 제품을 활용하고 더 많은 식품첨가물에 노출되며 식탁의 주권을 기업에 넘기는 것을 몸으로 체험한 한 주였다.

 

갑자기 잡힌 일정때문에 이번달은 어쩔 수 없지만 생각해보아야 한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 그 속도로 살아야하는지 말이다. 내가 내 먹거리도 챙기지 못하며 이 일을 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렇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잠깐 정신을 놓으면 흘러가는대로 생각없이 살기 십상이다.

 

시간적으로 밥을 해먹지 못하는 날도 있었지만 기운이 없어 하기 싫은날도 있었으니 더 간단하게 준비할 수 있는것으로(자연식품 그대로 섭취) 먹고, 준비할 에너지도 남겨둬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려면 우선 체력도 키워야겠지.

 

음식과 세계의 푸드 시스템에 대해 관심 가질수록 삶 전체에 대해 돌아보게된다. 먹거리 하나를 두고 내 삶 안에서도 일, 시간, 메뉴, 체력, 방식, 어느 하나 연결되지 않는 부분이 없다. 더 확장되어 이 먹거리를 키우는 일과 유통 섭취 폐기까지 이르면 그 누구하나, 그 어떤 생명하나와 시간, 공간, 에너지, 정치, 자본, 시스템까지 연결되지 않는 부분이 없다.

 

그래서 내 삶을 잘 세우는 일이, 내가 먹는것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을 잘 해가는 일이 공동체 전체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일이란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바쁘더라도 틈틈이 집밥은 꼭 해먹도록 하고, 외식도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해야겠다.

 

반성이 담긴 이번주 식사일기~^^

 

(그래도 남음제로 하나만은 열심히 했다고 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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