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생초보 도시농부의 텃밭일기

가을농사 준비(23.8.19&21)

베푸 2023. 9. 1.

 

한 주만에 나간 텃밭엔 풀천지였다. 어디가 이랑이고 고랑인지도 분간이 안갔다. 기후위기 때문에 폭염이 심해지면 작물은 위축되고 풀은 기세가 더 세진다고 한다. 그래서 농사짓기 더욱 어려워진다는데… ㅠ 그걸 내 텃밭에서도 느낄 수 있는듯하다.

 

수세미는 그 사이 더 많이 달리고 세력도 확장중이다. 넝쿨작물이라지만 한 주 심었는데 어쩜 이렇게까지 번질 수 있나 싶다. 수세미로 쓰려면 노각처럼 누렇게 될 때까지 놔뒀다가 그 이후에 수확하고 수세미에 구멍을 뚫어 고로쇠 같은 액을 받아보라는데 시도해봐야겠다.

 

수세미는 개미가 수정한다는 걸 알게된 뒤로 애기애기한 수세미에 붙어있는 개미를 보면 ‘열일하고 있구나’ 응원하게된다. 인간의 기준으로 해충과 익충을 나누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텃밭을 통해 배우는 것 중 하나다.

지난주 작게 달려 궁금증을 키웠던 호박은 한 주사이 엄청 커져있었다. 무거워서 버틸 수는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이건 단호박이 아닌것 같다. 토종호박도 샀는데 그럼 늙은호박일까? 수확해서 먹어야했던건 아닌지 모르겠지만 커지는게 예뻐서 더 놔둬보고싶다.

그 옆에 작디작은 아이 하나가 더 달려있어서 좋았다. 식물은 날이 너무 더우면(폭염주의보) 작물이 광합성을 못하고 이미 저장된 에너지를 쓴다고한다. 그럴땐 버티느라 꽃피고 열매맺는 작업을 못한다던데 우리 호박도 가지도 버티고 있었던것 같다. 작년보다 수확량이 적은 이유가 있었다.

사람도 너무 더우면 숨쉬는것조차 버거운데 …

너도 그랬구나!

 

단호박도 하나 더 달려있어서 반가웠다. 이제 달리는것도 시원찮고 누런잎도 많아서 오이는 정리해줬다. 올 여름도 고마웠어 오이야.

뭔가 풀쩍 하길래 보니 개구리가 있었다. 지난번에 봤던 아주 작은 개구리랑은 다른 종인 조금 큰 녀석이었다. 개구리가 오면 뱀도 온다는 얘기를 들은바 있어서 주위를 두리번 거리게 됐다.

전국씨앗도서관 관장님 수업도 듣고 우리 도시농부들과 같이 밭도 만들었다.

 

이번엔 공동텃밭에 무를 심어 가을 노인돌봄 활동에 활용할 것이다. 협업할 안산지역 지역장님과 조합원들도 오셨다. 다들 텃밭은 처음인 분들이라 정글같은 풀의 모습에 놀라고 생각지도 못한 삽질에 온몸도 놀랐을 것이다. 1년농사 중 제일 힘든 작업날에 오셔 고생이다.

 

우리 도시농부들까지 손을 보태주셔서 풀천지이던 곳이 밭답게 변했다. 해질때가 되고 모기도 달라들어 더 이상 작업은 못했지만 땅의 보드라움이 느껴진다. 다음주에 배추모종도 무도 심어야지.

 

내가 수업 진행하고 공동텃밭 작업 하는 동안 울 곰 혼자 우리밭을 만들었다. 무성하던 풀도 베고, 작물도 다 뽑았다. 넝쿨작물과 한창 커지는 중인 콩, 그리고 달랑 두 개밖에 못 먹은 가지 한 주를 제외하고 여름작물을 정리했다. 두둑이 너무 낮아서 다음주에 가서 손을 좀 봐야 할 것 같지만 곰 혼자 수고 많았다.

 

가지와 동반작물이라는 생각만 하고 심었던 땅콩은 아쉽게도 뽑아야만했다. 가을에 수확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배추 자리를 남겨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다. 텃밭은 언제 뭘 심고 언제 거두는 계획도 잘 세워야 하는건데~ 시행착오다. 내년엔 한쪽 끝에 심던지 고구마와 같이 따로 공간을 마련해줘야겠다. 안녕~~ 땅콩~~

 

우리 생태도시농부학교 밭이 전체적으로 정리되었다. 노동력이 무섭다 ㅎㅎ 이제 곧 배추와 무로 초록초록해질 것이다. 영재님이 토종배추 모종도 나눠주신다고 했으니 우리 밭엔 또 씨앗받는 토종이 자라겠지?

 

내 배추도 밭에 나갈 준비하며 나름 잘 자라고 있다. 배추씨는 거의 발아율 100%인데 올해는 좀 다른것 같다. 두 번이나 심었는데도 안나는 씨앗도 있다 ㅠㅠ 먹을만큼만 심었는데~ㅠ 나도 영재님 토종배추 좀 얻어다 심어야지.


도시농업전문가 양성과정을 듣는다. 실습으로 용산 가족공원 텃밭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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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토종을 심는 분들이 많았다. 제비콩은 콩으로만 보고도 신기해 했었구만 꽃도 보라색이고 콩꼬투리도 보라색이었다. 신기신기.

진한 보라색의 제비콩, 키도 엄청 컸다.

 

그 옆에있는 처음보는 식물은 염주였다. 염주팔찌를 만들때의 그 염주 ㅎㅎ 염주는 벼과 식물이라 분얼을 한다고 한다. 정말 벼꽃같은 꽃도 피고 쌀알같은 알갱이도 달리고 잎도 벼 같아 신기했다. 우리 토종씨앗 관찰키트에 있는데 하나 심어보고 싶어졌다 ㅋㅋ

 

이 여리여리하고 예쁜 꽃은 목화꽃이라고 했다. 꽃이 지면 여기에 씨앗과 함께 나는 것이 목화란다. 한 나무에 신기하게 두가지 색 꽃이 피었다고 했더니 하얀꽃이다가 질때가 되면 분홍색으로 변한단다. 꺄아~ 핑크핑크하게 지는 꽃이라니~

너무 매력적이다~~ ^^

 

인디언 감자꽃도 보았다. 작년 제주여행때 먹어보았는데 토란 맛이났던 인디언감자는 꽃이 이렇게나 아름다웠다. 꽃이 지금 피는걸보면 수확도 아직인가보다. 넝쿨처럼 타고 오르는것도 신기하고…

 

새로운 식물들을 알아가는게 참 좋다.

너무너무 신기하고 어떤 지평이 열린 느낌이다. 숲도 공부하고 식물과 곤충도 더 많이 알고싶다.

 

아주 넉넉한 노동력이 한뼘 텃밭에서 무와 배추를 심었다.

배추 모종을 심고 주변의 풀들을 잘라 멀칭으로 덮어주었다.

 

이 풀들은 말라 갈색이 될 것이고 자연멀칭으로 에너지를 받은 배추는 무럭무럭 잘 자라겠지?

 

수업 중에 28점 무당벌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이 무당 벌레는 우리와 먹는것이(식성) 같다고 해서 (채식하는 무당벌레 ㅎㅎ 감자잎을 좋아한다) 과연 해충이고 죽여야 한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던져졌다. 동기 한명이 ‘농사가 아니라 철학이네요~! ’ 라고 대답했다.

 

그렇다. 농사는 철학이고 농사를 가장한 혁명이다. 순환과 연결, 생태를 생각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시간은 참 배울점도 많고 느끼는 바도 많아 마음이 따뜻해진다.

 

생태전환!

더불어 사는 삶, 생명을 중시하는 삶에 대해 더 고민하고 실천하며 사는것이 우리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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