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레시피/채식하면 뭐먹고 살아요?

지구를 위한 채식일기(23.8.21.-8.27.)

베푸 2023. 9. 1.

 

도시농업 전문가 과정에서 용산텃밭에 실습가는 날이다. 아침부터 뭐가 그렇게 분주하던지 나갈시간이 임박해 머리말리며 한숟가락씩 입에 넣었다. 안그래도 기운이 없는데 더운데서 몸을 쓰려면 잘 챙겨먹어야하니까 ~ 마침 찬밥이 냉장고에 있어서 다행이었다.

 

텃밭에 어떤작물을 심으면 좋은지, 도시농부로써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등 강의를 듣고, 내 (꿈의)텃밭 지도도 만들고 가을작물인 배추와 무도 심었다. 지난번 활동으로 친해진 동료들이랑 같이하니 재미도 있고 좋았다. 너무 더워서 지칠것 같은 것만 문제였다. 올여름 정말 심각하다. 제비콩, 목화, 염주는 실제로 보긴 처음이라 신기해서 사진 찍었다. 이런 식물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는게 참 기쁘다.

끝나고 우리 도시농부팀, 혜민님이랑 현주언니랑 같이 저녁먹었다. 삼각지에 대구탕 골목이 있다길래 같이가서 탕도먹고 튀김도 먹었다. 나 속 안좋다고 지리로 시켜주는 배려 넘치는 여인들 때문에 따끈한 국물로 속을 달랬다. 텃밭엔 덥고 모기에 물려 힘들었다가 에어컨 바람이 엄청 센 곳에 들어오니 몸이 힘들었다. 급격한 온도변화로 인한 체온조절 피곤하다.


워크샵이 있는날, 내가 좋아하는 대표님 강의가 있다. 신기하게 강의를 통해 그 사람의 마음과 진심 등이 드러난다. 이번에도 매우 좋았는데 미친 시장은 농부에게 수박값으로 11원의 마진을 남기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며, 먹거리를 상품으로 보는 우리(소비자)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쌀값은 몇천원 오르면 살기 힘들다고 큰일나는것처럼 말하면서 200만원에 달하는 스마트폰은 2년에 한번씩 갈아치우며 산다고, 이건 13년치 쌀값이라고 했다. 가치가 전도되어 개사료보다 싼 쌀값을 받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고, 기후위기 = 식량위기 인 시대에 지속가능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는 말에 참 울림이 있었다. 그래서 소비는 투표다. 농부님들이 더욱 정당한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그 가격이 당연하다는 마음을 소비자가 먼저 가져야한다. 그것이 내 아이와 미래를 위한 당장의 투자이다.

 

워크샵 끝나고 다 같이 횟집에 가서 밥 먹었다. 다 어려운 분들만 계셔서 편한 식사자리는 아니었지만 어색함도 즐기며 조용히 밥 먹었다. 남음제로 하려고 밥도 다 먹고 채소반찬도 다 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궁채나물이 나와서 좋았다.

집에 오는길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소식을 들었다. 당당하게 24일부터 방류하겠다는 말을 할 수 있는 뻔뻔함에 놀라고, 그걸 반대하지도 않는 우리정부에 치가떨렸다. 비가 엄청 내렸다. 2차 장마라는데… 정말 요상한 날씨로 변하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다 이게 우리의 과보겠지. 곰은 남은 밥이랑 찌개에 밥주고 나는 남은 감자전 반죽 매운고추 썰어넣어 부치고, 살짝 곰팡이 핀 단호박 손질해 쪄서 먹었다. 단호박이 꿀을 뿌린것처럼 엄청엄청 달았다. 방류를 시작하면 난 이제 비건채식해야겠다. 김이나 다시마 같은 바다나물은 어쩌지? ㅜㅜ 생각만해도 싫다.

 


요즘 바쁘지 않으면 아침밥은 복숭아다. 이제 수확한지가 좀 지나서 쭈글쭈글해졌지만 딱딱하던 복숭아가 후숙돼서 말랑하고 달다. 도시농업 줌 강의 들으며 유기농 복숭아 냠냠.

점심은 누룽지 끓이고 토종가지 두 개로 프리타타같은 가지전 부쳐 먹었다.

 

계란이 흐물흐물한데 내가 생각해도 좀 잘 뒤집은것 같다 ㅎㅎㅎ 누룽지의 구수함과 가지의 달달 부드러움 그리고 부추김치의 상콤함이 잘 어울렸다.

소화 잘되는 따뜻한 음식을 먹은것까지는 좋은데 금세 배가 고팠다. 내내 줌강의 듣느라 머리를 써서 더 그런가보다. 곰이 퇴근해 올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밥을 먹었다. 냉동실이 터져나갈 것 같아서 생선까스 굽고 양배추채도 곱게 썰어 정식으로 먹었다. 이제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면 이런것도 못먹겠지? 화가나는데 무력하다.

 


곰이 총각김치가 많이 쉬어서 그냥은 못먹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총각무지짐을 만들 수 있다는 뜻!!! 양념을 대충 헹구고 들기름 넉넉히 붓고 이번엔 된장도 좀 풀어 지졌다. 마늘이랑 대파 설탕 약간만 넣어도 어쩜 이런 맛이 나는건지 정말 밥도둑이다. 선물받은 말린톳을 다 넣어 톳밥도 했다. 내 사랑 톳은 늘 제철에만 먹었는데 말린톳 맛도 꽤 괜찮은데다 편해서 좀 사다두어야겠다.

결국 일본이 방류를 시작했다. 일본에겐 지구의 바다를 오염시킬 권리가 없고 생명의 바다는 인간의 것이 아니다. 답답하고 화가나고 참담한데 할 수 있는게 서명 뿐이라 무기력하다. 그래도 살아있으니 살아야 한다는 지인들의 문자를 보며 포기하지 말자 서로를 북돋는다. 나는 해산물을 사랑하고 지속가능한 바다에도 관심이 많지만 이번일을 계기로 더욱 비건지향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두부조림 만들었다.

톳밥이랑 총각무지짐 그리고 김도 곁들여 맛있는 비건 밥상 차렸다. 속도 편하고 맛도있고 소화도 잘됐다. 그런데 마음이 많이 불편하다. 하아~~~

 


어제랑 같은사진 아님주의 ㅎㅎ 남은 밥이랑 반찬으로 쉽게차린 밥상. 연속 두 끼 먹어도 맛있었다. 처서에 가장 맛있다는 복숭아와 포도도 먹었다. 만족스러운 건강한 밥상.

절기살림 소모임에서 같이 가지요리를 했다. 처서엔 복숭아와 애호박 추어탕 등이 절기요리라는데 이상기후로 재료구하기가 쉽지않았다. ㅠㅠ

밭정리하면서 수확해 온 올해 마지막 공심채로 된장찌개 끓이고 만들어 온 가지스테이크로 쉽게 저녁 차렸다.

 

이번에 산 오분도미는 도정이 좀 많이 되어있는것 같다. 맛은 있는데 백미에 가깝다. 아쉽~ ㅠ 가지를 다양하고 맛있게 먹어보려고 가지요리책도 샀다. 일반 가지가 아니고 토박이 쇠뿔가지라 더욱 맛있었다.

 


 

데쳐낼 필요도 없는 맛있는 메밀묵 촵촵썰고 김치통 비우며 체에 받쳐둔 김치국물이랑 동치미 육수 섞어 시원한 김치육수를 준비한다. 들기름과 매실청으로 양념한 김치고명에 노랑노랑 예쁜 계란지단, 빠질 수 없는 김가루 얹으면 메밀묵밥 완성. 선선한 바람이 부는거보면 이제 냉묵밥도 이게 마지막이지 싶다.

메밀은 김치와 궁합이 잘맞지~

반찬도 필요없어서 포도를 올린 주말 점심상.

배추모종심고 무 씨앗뿌리기 + 월동작물 강의가 있어서 밭에 가는 길, 이번에도 울곰이 혼자서 삽질하며 밭 만드느라 고생했다.(순서도 엉망이고 나중에 보니 땅도 다져져서 물론 맘엔 안들었지만 협조적으로 힘을 써주는것만으로도 고맙) 그동안 열심히 키운 구억배추 모종도 심고, 대표님이 주신 모종도 심고, 달래파랑 조선무, 상추랑 뿔시금치도 심어주고 왔다. 날은 그리 덥지 않았는데 회색 줄무늬 있는 산모기가 어마어마하게 달라들어서 괴로웠다. (곰도 자꾸 짜증내고)

해질때 쯤 마쳤으니 저녁시간을 또 넘겼다. 빨리

집에 안간다며 곰이 입이 댓발나와 짜증을 부리니 좋아하는거 해줘야지 ㅠㅠ 오는길에 곰이 좋아하는 육식 사왔다. 그나마 #용기내 포장으로 쓰레기는 안만들었다. 나는 간만에 잔~ 뜩 구입한 쌈채소와 곰이 만들어준 (좀 싱거운)비빔면 먹었다. 이제 맥주를 마셔도 배가 아프지 않다. ㅎㅎ 헤헷.

 


아침은 원순님이 주신 올리브치아바타와 무화과 빵으로 간단하게(거의 침대위에서) 먹고, 점심은 약속 가는길에 20분 먼저가서 잔치국수 먹었다. 이 집 멸치육수 잔치국수는 정말 일품인데 이것도 이제 맘편히 못먹겠구나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엄마 생일이라 같이 영화보고 저녁먹으려고 코엑스에 갔다. 그노므 <오펜하이머> 드디어 본다. 오픈하자마자 좋은자리 예매했다며 곰은 신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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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도착해 엄마랑 커피 한 잔 하려고 들어간 카페마다 일회용 일색이었다. 커피값이 5-6천원이나 되는 곳에서도 실내에서 버젓이 플라스틱에 주고있었다. 꼴보기 싫어 그대로 나와 텀블러에 주문하고 그나마 나은 종이봉투에 파는 호두과자 사서 계단에서 먹었다. 이노므 정책은 코로나 때 일시 유예라더니 대체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건지 화가났다. 자꾸자꾸 화가난다. 오펜하이머는 끝까지 봐야 재미있다. 초반에 지루하더라도 포기하지 마시길. 생각할 거리들이 매우 많고 연출도 훌륭하다. 역시 놀란이다. 오펜하이머의 마지막 대사는 지금 우리 현실(오염수 방류)에서도 유효하다.

엄마 생일이지만 내 마음대로 비건식당에서 저녁먹었다. 감태크림떡볶이, 튀긴가지야채카레, 모듬버섯강정, 순두부스튜, 다 기본이상은 되는 맛이었다. 무엇보다 특별한 날이면 더욱 고기를 먹게되는데 특별한 날이라 비건식을 함께해서 더 의미있었다. (가족들은 안그렇게 생각할지라도 ㅎㅎ)


 

이번주는 스케줄 없을땐 집밥을 잘 챙겨먹은듯하다. 확실히 제철집밥을 먹으면 소화도 잘되고 속이 편하다. 이번주 도시농업 전문가 과정 강의는 참 좋았다. 작물에 대해서 뿐 아니라 농업을 대하는 마음과 철학도 배울 수 있었다.

강사님이 강의도중 비닐씌운 애호박에 대해 이야기하시며 모양을 위해 호박에 비닐을 씌우는건 사람으로 따지면 전족을 하는것과 다름없고 제 모양대로 자라지 못하는 호박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셨다. 스트레스 받은 작물을 먹는건 곧 스트레스를 먹는것이라고 …. 완전 공감이 갔다.

 

농산물은 상품이 아니다. 생명이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영양분만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이 담고있는 에너지와 주파수도 함께 섭취하는 것이다.

 

생협을 제외하면 유기농 호박이어도 비닐을 씌운다. 오로지 모양을 위해서 말이다. 쭉 뻗은 모양을 장점이라고 한다면, 모양이 예쁘다는 걸 제외하곤 생산비며 노동력이며 영양이며 에너지 등 인큐호박은 장점이 하나도 없다. 오로지 모양을 위해 기후위기 시대에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만든 (결국 미세플라스틱이 될) 비닐을 쓰는것도 옳은 일인가? 생각해보아야한다. 호박전은 공장에서 찍어낸 듯 같은 모양이 아니어도 된다.

무엇이 더 중요할까?

 

어디서 어떻게 생산된 무엇을 구매하는지는 이 시대의 시스템을 바꾸는데 크게 기여한다.

 

소비자가 먼저 바뀌어야 할 부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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