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생초보 도시농부의 텃밭일기

가을농사 시작(23.8.26/28 & 9.2.)

베푸 2023. 9. 22.

 

지난주 곰 혼자 밭을 만든다고 모양도 이상하게 해놓은터라 이번주 다시 같이 밭을 만들었다.

감자캔 후 퇴비를 넣은 흙이 위로 가게 뒤집어야하는데 곰은 애먼 흙을 죄다 파다가 그냥 위에 올려뒀다.

 

기껏 포실하게 만든 땅을 밟아서 다지지를 않나, 땅을 조금만 파도 시루떡처럼 퇴비가 그대로 있어서 맘에 전~~~ 혀 들지 않았지만 텃밭에 나오는걸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가 같이나와 삽질을 열심히 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딸기도 몽땅 뽑아 버리고 씨받으려고 남겨둔 작물들도 다 버렸지만 그것도 이해하기로 한다.. 하하하(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

 

남들은 가지를 심으면 너무 많이나서 다 소비하지 못한다는데 나는 3년동안 그런경험이 한번도 없다. 이 토종가지도 달랑 세 번째 수확. ㅎㅎ 그것도 계란만한 사이즈의 작은가지지만 마지막으로 귀하게 수확하고 뽑았다.

오이만 치우고 그대로 둔 넝쿨작물쪽엔 호박이 아주 크게 자라고 있다. 이건 늙은 호박이 될것인지 계속 커지고 있다. 위에서 보면 삼각김밥 모양이라 모양도 재미있다.

또 하나 열린 단호박은 아직 주먹만한 사이즈이다. 내 텃밭 단호박을 먹어보니 달고 맛있다. 그래서 더욱 신기하다. 해준것도 없는데 ㅎㅎ

 

가을농사 두 번째 강의를 같이 듣고 이번엔 가을작물을 심었다.

 

내가키운 구억배추 모종도 드디어 등판!

 

 

영재님이 나눠주신 토종달래파 씨도 심었다.

쪼로록~~~ ㅎㅎ

 

가을밭 강의 진행하랴 사람들 챙기랴 모기에 물리고 뜯기느라 정신이 없어서 사진은 못찍었지만 배추모종도 다 심고, 남은 자리엔 토종무 씨앗도 뿌리고, 뿔시금치랑 토종상추씨앗도 뿌렸다.

 

영재님이 알려주신대로 주변에 있는 넓은 잎(호박잎, 깻잎, 수세미 잎 등)들로 배추만 살짝 멀칭. 심지어 메리골드 꽃잎으로 덮어준 고급지고 우아한 멀칭도 있었다 ㅎㅎ

 

그 와중에 울곰은 힘으로 텃밭이름표를 뿌셔뿌셔… (거참 마이너스의 손~)


 

(23.8.28.)

그리고 한 주만에 다시 간 용산 가족공원 텃밭

꼭 따라하고 싶은 퇴비화, 순환의 완성.

 

왜인지 지난주에 심은 배추 모종 세 개가 사라지고(누가 먹었나? 곤충? 애벌레?) 과도하다 싶을만큼 줄뿌림한 무 씨앗도 세 개밖에 안나왔다.

그래서 보식해주고, 총각무랑, 쪽파, 갓도 추가로 심어줬다.

 

노동력에 비해 밭이 참 아담하여 남는 시간엔 해설이 있는 텃밭투어를 했다.

 

한 주사이 더 예뻐진듯한 인디언 감자꽃,

 

신기하게 위로 솟아나는 고추

 

예쁜 보라보라 도라지 꽃,

 

예쁜 자태에 놀라고 더덕꽃이라는 사실에 놀라고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또 놀란 더덕꽃

 

남의 텃밭에 주렁주렁 가지, (한 주에 10개는 달린듯)

 

비밀의 문같은 이런 아치 갖고싶다. 거기에 달린 수세미가 예쁘다.

 

매우 신기하지만 살짝 징그럽기도 한 뱀오이

 

키대로 쪼로록, 토종벼 3종세트

 

그새 꽃이 지고 씨가맺힌 목화. 비가와서 젖은솜이 되었네 ㅎㅎ

 

우리 텃밭에도 잔뜩 있는데 이제야 이름을 알게된 왕 바랭이, 이건 퍼머컬쳐에서도 뽑아주랬는데 ㅋㅋㅋ 가서 뽑아줘야겠당. 그리고 청초한 부추꽃.

 

향이 너무너무 좋은 박하

 

꼭 심어보고 싶은 조

 

실물로 보긴 처음인 작두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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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2.)

가을작물을 심은지 일주일 뒤, 다시 밭에 나갔다. 비도왔고 딱히 해 줄것이 없었지만 궁금했다.

얘는 상추던가? 뭔가 잔뜩 뾰롱뾰롱 올라왔다.

씨를 뿌리기 전에도 땅이 젖어있고 뿌리고 나자 또 비가와서 다 떠내려갔을까 걱정했는데 한주만에 이렇게 다 쏙 얼굴을 내밀어주어 고맙다.

당랑권 손가락으로 콕콕찍어 점뿌림한 무도 새싹을 다 올렸다. 튼튼해보여 더욱 사랑스럽다.

쪽파는 어쩜 한줄로 끝까지 쪼로록~~~ 난건지 ~

자리가 넉넉하여 그 옆줄에 한 줄 더 심고 싶었지만 모기가 엄청 달라들어 얼른 도망왔다.

심을때부터 벌레공격을 받았던 배추도 아직은 무사하다. 목초액도 좀 뿌려주고 싶은데 모기때문에 포기. ㅎㅎ 담주에 해줄게 배추야. 좀 버텨봐.

 

배추 본잎이 좀 자랐는데 구억배추스럽다. 모양이 다르다 ㅎㅎ 쑥쑥 잘 커서 이번엔 미니어쳐 김치 말고 김장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그 사이 새가 먹었는지 콕콕 찍힌 자리로 벌레가 잔뜩 먹은 단호박은 썩어있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지난주에 수확할것을 ㅠㅠ 아깝다.

기대주 큰 호박도 무게를 못이겨서인지 바닥에 떨어져있었다. 아까워서 얘도 우선 가져왔다. 집에서 잘라보니 색이나 향이 늙은호박이나 단호박 종류던데 이미 벌레의 공격으로 초토화되어있었다. 올해 호박농사는 … 하하… 그래도 이렇게나 큰 호박을 길러냈다는데에 의의가 있다.

내년에 다시 도전!!

 

 

신기한 식물들이 많고, 만나는 것이 즐거운 텃밭세상 ㅎㅎ

 

가을농사도 화이팅!! 벌레와 태풍등으로부터 무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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