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생초보 도시농부의 텃밭일기

씨앗의 시간(23.9.8.)

베푸 2023. 9. 22.

 

가을 작물을 심은지 2주차, 그 사이 쑥 커진 배추가 있는가 하면 흔적도 없어진 배추, 생장점이 끊긴 배추, 벌레의 공격에 초토화 된 배추까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20포기는 심은것 같은데 1/3은 없어진듯 하다. 아마도 심을때부터 질었던 밭에 자리를 잡기도 전에 비가 내려 녹은 배추도 있었을듯하고 텃밭의 핫템인 배추를 사랑하는 벌레들이 총공격을 펼치기도 했을것 같다.

 

씨를 뿌렸는데 바글바글 올라온 상추는 참 귀여웠다. 달래파도 쪼로록 다 올라와 자리를 잡아서 참 예뻤다.

그 사이 수세미는 달라져있었다. 초록을 잃고 갈색으로 말라갔다. 꼭지도 말라서 시험삼아 따서 껍질을 까보기로 했다.

낫으로 꼭지를 제거한 뒤 길을 살짝 내주었더니 손으로도 큰 힘 들이지 않고 벗길 수 있었다.

짜자잔~!

내가 쓰는 수세미랑 같은 모양이 정말 나왔다. 마르지 않아서 초록초록하고 오이같은 냄새도 나며

씨가 하나 가득 들어있는 수세미

원순님이 줄로 파라솔에 묶어주셔서 황태 말리는 것 같이 말려두었다.

공동텃밭을 둘러보다 노랗게 익은 토종가지를 하나 발견해 그것도 씨앗을 받았다.

반을 갈랐더니 씨가 별로 없어서 더 익었어야 했나? 생각했는데

돌아가면서 가지 속살을 파내니 꽤 많이 나왔다.

고추씨 같기도 하고 토마토씨 같기도 한 가지씨. (가지과라서 다 닮았나?) 씨앗을 발라내며 내년엔 가지가 좀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담았다.

 

원순님이 참깨를 몇개 따 주셨다. 참깨는 너무 익으면 벌어져 바닥에 다 떨어지니 조금 덜 익었을때 수확해 말리는거라고 한다. 이렇게 작은 걸 모아 한봉지를 만들고 기름 한 병을 만들려면 정말 참깨가 많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깨가 왜 비싼지 알겠다. 귀하게 한톨도 남기지 말고 먹어야지. 내년에 심어보려고 가지고 와서 가지씨와 함께 말리고있다.

그날 오전, 집에서 나가는 길에 이웃이신 연봉댁님이 나눔해주신 조선오이와 개구리참외까지 받아서 마치 일부러 정한것 같은 씨앗의 날이 되었다. 조선오이와 개구리참외가 함께 자라는 내년 텃밭의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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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 토종씨앗은 친환경 농사의 대안이 된다. 우리땅에서 오래 적응하며 자랐던 터라 이런 변덕스런 날씨를 그 어느 해엔가 만났을 것이고 생존에 더 유리하다. 또한 계속 DNA에 정보를 저장해 후손에게 남길것이다. 씨앗을 계속 심고 거둬 퍼트리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나는 그 일을 시장과 이익에서 자유로운 도시농부가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종자주권은 종자회사가 아니라 농부에게 있어야하며, 씨앗은 매년 사는것이 아니라 매년 받아서 심는것이 당연해지면 좋겠다.

 

 

피아노 위에 채종해서 말리는 중인 씨앗이 여럿있다. 갈무리해서 냉동시킨 씨앗도 몇 있다. 손바닥 만한 텃밭을 일구며 씨앗을 받고 있다는 것이 참 근사하게 느껴졌다.

 

잘라먹고 던져놨더니 쑥쑥 성장하는 달래파를 관찰하며 식물의 생명력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올봄, 산청에서 얻어와 증식했던 토종홍감자를 심어주고(내년 봄, 씨감자로 쓸 수 있기를~🙏)

 

훌륭하게 자라고 있는 벼도 보고왔더니 맘이 좋았다.

 

가을농사가 무사히 마무리 될 때까지 태풍도 비도 이상기온도 없이 무사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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