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레시피/채식하면 뭐먹고 살아요?

지구를 위한 채식일기(23.9.18.-24.)

베푸 2023. 11. 18.

남은것, 있는것으로 차린 밥상이지만 근사하다. 때가 조금 늦어 먹은 밥이라 배고파서 더 맛있었나보다. 땅콩죽이 아주 고소해서 더 퍼다 먹었다. 후식으로 먹은 밤고구마도 엄청 달다. 헤헷.

 


할 일이 있으면 미룰때까지 미루면서 계~ 속 신경쓰고 스트레스 받는 스타일이다. 그럼 미리미리 하면 좋으려만 절대 그러지 않는다. 자잘하게 할 일들이 있어 소소하게 처리하면서 쭉~ 신경쓰느라 힘든 하루. 쉬는게 쉬는게 아니다. 삶아서 까먹던 땅콩남은걸로 조림만들어 쉬운밥상 차렸다.

 

뭔가 계속하느라 분주했는데 어느덧 저녁시간이다. 냉털하려고 곰이 나 없을때 사다둔 한살림 닭갈비 꺼내서 양배추랑 떡이랑 깻잎 대파 잔뜩 넣고 양념도 새로 만들어 볶았다. 곰은 닭갈비 나는 떡볶이를 먹은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그리고선 양념에 남은 밥까지 다 볶아드셨다.

나는 배가 좀 덜 차서 초코파이에 포도를 먹으려 씻어왔건만 초코파이를 먹는 사이 포도를 또 다 드셨다. 울곰이. 그리고는 너무 배불러서 산책을 가야겠다나? 나는 밥을 먹었는데 안먹은것같은 뭔가 허전한 느낌적인 느낌의 저녁.


제일 흔하고 만만한 식재료라고 하면 콩나물과 두부가 아닐까 한다. 예전엔 엄마 심부름으로 동네 슈퍼마켓에서 사오던 재료. 콩나물은 볶음으로 만들어 밥위에 얹고 들기름에 구운 고소한 두부만 반찬으로 곁들였다. 심플한데 맛있는 비건한끼.

 

아직 명절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명절끝나면 먹던 전찌개가 먹고싶었다. 동태전이랑 깻잎전만 넣고 육수부어 끓인 찌개. 버섯전이랑 호박전이 들어가야하는데 없으니 대신 버섯과 호박을 생으로 넣었다. ㅎㅎ

어머님이 주신, 아끼고 아껴뒀던 오이지 꺼내 무치고 무말랭이 무침도 올리고 새반찬 새밥해서 차린 저녁. 곰이 너무너무 잘 먹었다.


이사회 회의 중 점심시간, 고기집에 된장찌개도 있다고해서 따라갔는데 할 말이 많은 된장찌개를 먹게되었다. 해물된장이구만 해물은 찾아볼 수 없고 밥도 냄새가 이상했다. 반찬도 음~~ (할많하않) 고기냄새만 온몸에 잔뜩 밴 아쉬운 점심.

 

이사회 회의가 끝나고 텃밭에 나갔다. 주말에 비가와서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했는데 배추는 반 정도 죽었지만 그래도 꽤 많이 자란 녀석들이 있었고, 무도 쑥~ 올라왔다. 쪽파가 쪼로록 나서 제일 신기하고 예쁘다. 상추도 솎아줄만큼 빼곡히 났다. 벌레의 공격을 막으려면 목초액도 좀 뿌려주고 풀도 어릴때 뽑아 덮어주면 좋으련만 옷도 신발도 마땅치 않고 모기에 엄청 뜯겨서 도망쳤다.

 

저녁먹으러 들어간 시골밥상에서 또 된장찌개를 먹었다. 이번엔 우렁 된장찌개. 낮보다 반찬은 괜찮았지만 맛있게 잘 먹었다는 느낌은 아니다.

된장찌개를 맛나게 끓여먹어야겠다. 역시 집밥.

시나몬 설탕이 발려있는 코젤을 기대했는데 그냥 병맥이 나와서 당황했지만 오랜만에 만난 코젤 한 병 마시고 하루를 마무으리~!


나눔과 부엌 평가회의 날, 좋았던 점과 보완하면 좋은점 등을 나누며 맛난거 나눠먹었다. 내 수업때 좋았던 점들을 나눠주시기도 해서 듣고 있자니 아주 뿌듯했다. 이 음식들은 공용이고, 막상 내가 시킨 오일파스타 나왔을땐 먹느라 정신없어서 사진도 못찍었다. 내 파스타가 심플하고 매콤하고 제일 맛있었다 ㅎㅎ

 

어제는 이사회 오늘은 조직과제회의.. 게다가 저녁에 회의가 또 있어서 회의 지옥인가? 했던 날인데 조직과제회의 끝나고 같이 뒷풀이했다. 나는 중간에 보궐된 이사라 이런 자리가 처음이다.

심각한 안건 논의한 끝에 만난 자리였지만 즐거운 시간. 1차는 치킨집이라 맥주만 마시다 2차때 떡볶이와 이것저것 집어먹으며 저녁(?)을 해결했다ㅎㅎ 참 요즘 인간관계며 정책이며 많은것을 배운다. 인간이 이성적이지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다는 사실도 배운다.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 대화도 설득도 합의도… 고민도 많다. 여튼 불금.


해장엔 콩나물국밥이징~ ㅎㅎ 날도 서늘하고 속도 안좋은데 뜨끈한 국물이 들어가니 좋았다. 살짝 퍼진 밥알도 좋고~^^ 곰은 김이 펄펄나는 국밥을 참 빨리도 다 먹었다. <기후정의행진>에 가야하는데ㅠㅠ 사정이 생겨 가지 못해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생태전환! 시스템 전환이 시급하다. 허공에 대고 외치는 소용없는 일이 아니길 바란다.

컨디션 난조다. 곰이 손으로 착즙해 꿀타준 청귤차 따끈하게 마셨다. 카페에서 비싸게 받아야 할것 같은 훌륭한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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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이 차려준 점심상. 사실 과일 아침상도 차려줬지만 사진을 못찍었다 ㅎㅎ 할 수 있는 국이 콩나물국이랑 미역국 정도였던 곰이 처음으로 감자 북어국을 끓여줬다. 북어국인데 전혀 뽀얗지 않고 비주얼에 향부터 좀 신기한 국을 끓여줬지만 ㅎ 만들어둔 육수자체가 맛있어서 맛도 괜찮았다. 밥도 새로해서 완벽상차림을 해줬다는것이 포인트! 우리곰 고맙곰~!

김치버섯 수제비에 이번엔 감자까지 넣었다. 국물이 더 걸죽해졌다. 아주 시원하고 개운하게 한그릇 먹고 후식으로 멜론 먹었다. 일주일쯤 숙성시켰다가 꼭지가 마르고 나서 잘랐더니 후숙이 잘돼서 그런지 유기농이라서 그런지 향과 맛이 어마어마했다. 한살림 오픈런해서 멜론을 더 사와야겠다.


한국인의 주식은 과연 쌀일까?

쌀소비는 점점 줄어서 이제 1인당 연간 소비량은 55kg 내외다. 그에 반해 육류소비량은 급속도로 성장해 1인당 58kg을 넘어서고있다.

 

곡물이 아닌 동물로 식탁을 채우는 동안 문제도 어마어마하게 성장했다.

 

탄소배출, 삼림벌목, 아마존 파괴, GMO, 수질오염, 기아, 동물학대 등

 

고기 한 점에 지구 한 점을 먹고있는 셈이다.

 

요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채식’ 이슈에 대해 이야기 할 기회들이 생기고 질문도 많이 받는다. 고기를 먹고싶지 않냐거나 그 사이 한번도 먹은적이 없냐거나, 참는것인지 안먹고 싶어지는 것인지 뭐는 먹고 뭐는 안먹는지 등등

 

나는 완벽과는 거리가 먼 페스코 채식주이자이고 평생 먹던 음식들인데 안먹고 싶지도 않다. 누가 먹고있거나 냄새를 맡거나 맛있게 먹는 영화장면이라도 보게된다면 먹고싶은 마음이 굴뚝같고 추억이 서린 어떤 음식들은 그립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알아버렸다.

내가 이 한점을 먹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들을 파괴하고 희생해야 하는지를…. 그래서 어쩌다 먹게 된다 해도 마음편히 기쁘게 먹을 수는 없게되었다. 육류를 먹지 않는 내 몸의 상태를 좋아하게 되었고 그 때의 장점도 몸으로 알게되었다.

 

영화 <수라> 에는 ’아름다움을 본 죄‘ 라는 말이 나온다. 그 지난한 일에 삶을 바치다시피한 사람의 원동력이 아름다움을 본 죄란다. 그렇다면 나의 채식의 원동력은 해악을 알아버린 죄이다.

기후정의 라는 말이 등장한다.

재난은 이 사태에 기여한 바가 거의없는 약자(가난한 사람, 제3세계, 남반구, 동물, 미래세대..)들에게 가장 가혹하게 나타나고 식생활은 기후가열화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내가 먹는 한 끼는 과연 취향의 문제일까? 주식이 육식인 지금의 식생활은 정의로울까?

 

우리가 완벽한 채식을 할 필요는 없다.

오늘 당장 채식을 시작한다고 해서 내가 좋아하는 모든 음식과 영원한 안녕을 고하는 일이 아니다.

 

나의 한끼가 세상에, 다른 존재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줄여가려 애쓰는 태도, 그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내가 좋아하는 두가지 음식 (예를들어 뚝배기 불고기와 순두부) 중 순두부를 선택하는 마음, 그 마음들이 쌓이면 희망의 변화가 있으리라 믿는다.

 

시작이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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