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비 없는 삶

고맙지만 사양하고 싶은마음

베푸 2023. 11. 18.

명절이 지나니 또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다는 소식을 심심찮게 듣는다. ‘산’ 이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는건 사진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말 그대로 ‘산’ 이다.

 

선물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보게된다.

왜 이렇게 포장이 심한 선물이 세상에 등장하게 됐을까? 진심으로 ’받는 사람이 좋아했으면~ , 건강했으면, 잘 사용했으면~‘ 하는 마음보다 준 사람의 생색내기에 더 집중해서 그렇지 않을까?

 

제로웨이스트를 한 뒤로 선물세트 선물이 달갑지 않다. 햄세트도, gmo 기름세트도, 샴푸린스 세트도 다 싫다.

 

환경에 관심이 있지 않아도 이런 선물들은 이제 어디서도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 듯하다. 명절즈음 중고시장에 올라오는 물품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기름선물세트를 받았다.

받을때 GMO기름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유기농 제품을 제외한 시중의 카놀라유와 옥수수유, 콩기름은 100% gmo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거절할까 고민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그 정도로 편한 사이는 아니었다) GMO에 대해서라도 말할까? 그러면 상대에게도 좋지 않을까? 생각 했지만 GMO의 유해성에 대해 설명하는건 한 문장으로 할 수 있는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다. 게다가 그 말엔 ‘니가 주는게 그거야’ 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니 더더욱 할 수 없었다. 짧은 시간안에 별 생각이 다 스쳐지났고 결국 내가 한 말은 “아 ~ 올리고당 필요했는데~ “ 였다.

 

올리고당이 필요한건 맞다. 다만 올리고당도 옥수수로 만든 이소말토 올리고당은 먹지 않는다. 결국 전혀 필요가 없는 식용유 선물세트가 집에 생겼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플라스틱에 들어있는 기름과 올리고당, 그 제품이 잘 보이도록 받쳐주는 플라스틱판, 그 판이 들어가는 종이상자와 종이백. 보이기에만 고급진 부직포 쇼핑백까지 … 버려야 할 것이 하나가득 나온다. 잠시 선물을 들고 이동하고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고 500년동안 썩지 않는다. 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사용되는 종이는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단계에서 절대 친환경이 아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몇십년이나 자라는 나무를 잘라 종이를 만들고 무게가 엄청난 펄프나 원목을 옮기고 포장으로 만들어 겨우 한번 쓰고 버리는 일은 더 심각한 위험을 불러들일 수 있다.

 

 

마음이 심란하다.

어떻게 처리해야할까?

 

집에서 GMO를 아무리 피해도 밖에서 먹는것을 100% 차단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섭취하게된다. 내 몸은 온전한 GMO-free 구역이 아니다. 하지만 GMO식품이 몸에 전~ 혀 해가 없다고 가정한다해도, 글리포세이트를 비행기로 들이부어 땅을 파괴하고 다른 생명을 몰살시키며 키운 농작물을 먹고 싶지 않다. 그런일을 하는 기업과 산업의 배를 불려주고 싶지도 않다.

 

누구 주려니 나도 안먹는 걸 다른 사람주는게 마음에 걸린다. 버리자니 이걸 만드는데 들어간 자원과 에너지, 그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가 허무하다.

 

어째야 할까....

 

 

받는 사람이 좋아하지 않으면 이런 류의 선물은 줄어들것이다. 지구를 망가뜨리고 우리 아이들이 쓸 자원을 끌어다 쓰면서 포장에 집중할만큼 우리에겐 시간도 자원도 넉넉하지 않다.

 

나는 이런 선물을 ‘적극적으로’ 싫어해보기로 했다.

 

✔️사은품으로 주면 받지않고 돌려보내고, 왜 돌려보내는지의 이유도 꼭 밝힌다.

✔️과한 포장의 제품은 제조사에 항의한다. 소비자 민원이 별거 아닌것 같아도 같은 의견이 반복되다보면 반영되게 되어있다.

(빨대, 이중포장, 트레이제거 등 사례도 여럿이다)

✔️평소 과한 포장(을 포함한 환경문제들)을 주제로 주변 사람들과 대화하고 실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눈다.

 

☑️내가 선물을 할 때는 물건보단 상품권, 기프티콘등 받는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걸로 한다.

☑️지구를 병들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은 소비다. 지구상에 자꾸 물건을 만들게 하지않고 경험을 선물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대안을 고민한다. (나는 주로 먹을걸 선물한다. 유기농이나 토종 등)

☑️어쩔수없이 쓰레기가 발생했다면 박스의 테이프와 송장은 반드시 깨끗이 제거한 뒤 버린다. 같은 재질의 순수한 재료(종이는 종이만, 비닐은 비닐만 등) 끼리 모아야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다.

☑️명절이 지나고는 스티로폼 쓰레기가 산을 이룬다. 스티로폼박스에 붙은 송장과 테이프 등을 잘 제거한 뒤 시간적 여유를 두고 천천히 배출하면 명절에 발생한 엄청난 쓰레기 산을 처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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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에서 뉴락 이라는 작품을 봤다.

우리가 만들었고 지금도 만들고 있는 달갑지 않은 작품이었다.

 

 

[뉴띵EP.09] ※경고※ 이 돌이 흔해지면 인류 멸망이 가까워집니다 / 스브스뉴스

플라스틱이 강과 바다에 흘러 들어가 돌이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돌이 된 플라스틱 '뉴락'을 수집하는 장한나 작가가 있습니다. 2017년부터 '뉴락'을 모아 온 그는 최근 생물의 서식처가 되기까

news.sbs.co.kr

 

내가 버린 명절포장이, 선물이 들어있던 스티로폼 상자가 뉴락이 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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