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생초보 도시농부의 텃밭일기

배추농사, 비교는 금물(23.9.21 & 10.4,8,15)

베푸 2023. 11. 18.

배추를 심어놓고 텃밭에 잘 나가보지 못하는 사이 내 배추는 매우 모습이 달라졌다.

 

작물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은 정말정말 옳은 소리다. 너무도 티가난다 ㅎㅎ

 

9월 21일

어릴때 벌레의 공격을 당하면 목초액이라도 좀 뿌려줘야 하는건데 아무것도 안해준 내 배추는 그 사이 참 잘 자라있었다. 물론 벌레랑 많이 나눠먹긴 했다 ㅎㅎ

 

그동안 감감 무소식이던 호박이 예쁘게 자라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수세미는 여러개를 수확해 현주언니가 말리고 있다. 예쁘게 잘라 수료식날 비누받침이라도 하나씩 나눠드리고 싶다.

이쁘게 자란 토종상추와 쑥 올라온 달래파가 참 예쁘다.

 

10월 4일

안산 바람개비 농장에 다녀오는길에 오랜만에 들른 텃밭엔 호박이 여러개 달려있었다. 내꺼 하나 수확하고 두 개 더 수확해서 나눔했다. 내 손바닥 텃밭에서도 나눌것이 있어 기뻤다. 게다가 단 하나도 안달리던 호박이라니~ 😍. 여름 내 엄청난 더위에 버티느라 고생하다 이제 살만한 날씨가 되니 열매를 맺나보다. 뭐든 자기의 때가 있다. 닦달하고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텃밭농사를 지으며 자연으로부터 참 많이 배운다.

그 사이 무랑 달래파보다 풀이 더 많이 자란 느낌이다. 추석연휴에 한 번 와봤어야 하는건데~ 돌봐주지 않았던것이 너무 티난다. 색도 좀 연두연두 해졌다. 웃거름도 액비도 안줘서 그런가보다.

배추는 벌레천지다. 조금만 들춰보면 까만벌레 초록 애벌레 달팽이에다 걔들이 싸놓은 똥이 드글드글하다. 역시 배추는 텃밭의 인기쟁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다. 돌봐줘야 하는데 잠깐 들른거라 다음을 기약했다.

소중한 수확물을 들고 고고싱.

 

씨앗도서관 채종포에 들러서 덜익은 목화도 맛보고, 오크라도 얻어왔다. 채종포에 처음가는 혜민님은 신이나서 여기저기 둘러본 뒤 흰당근잎을 솎아 꽃다발처럼 들고 좋아한다.

 

10월 8일

배추는 고대로고 풀만 더 자란 느낌이다. 다른 밭이랑 비교하면 내 배추는 너무 연두색이다.

자주오셔서 액비며 em용액이며 쌀뜨물이며 다 잘 챙겨주시는 원순님 밭이랑 붙어있어서 더더욱 한눈에 비교가 된다.

 

배춧잎 끝까지 깨끗하고 뽑아도 될만큼 크기도 큰 원순님 배추 ㅎㅎ 내 배추와 다르게 색도 초록초록하다.

풀베고 액비도 준 배추와 무밭

 

배추를 심은 뒤로 한달도 더 지나 곰이랑 같이 나가 텃밭을 오래 돌봐주었다. 풀도매고, 액비도 주고 배추에 목초액도 뿌려줬다. 무가 너무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아깝지만 솎아주기도 했다.

귀신나올것 같던 덩굴밭을 정리해주었다. 환삼덩굴도 제거했더니 내가 다 숨쉴 수 있게 된 느낌이었다.

줄기를 정리하며 호박도 수확했다. 여리여리한 호박잎도 따오고~

담장을 넘긴 수세미와 호박은 긴 삽괭이를 이용해 수확했다. 곰이랑 둘이 낚시하듯 하나씩 건져(?)내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한참을 밭에서 있었더니 땀도 많이 나고, 풀을 베느라 먼지랑 까끄라기가 붙어 따갑기도 해서 수원에 있는 온천에 갔다. 목초액도 오줌액비도 줬더니 이상한 냄새가 나는것 같아 엘리베이터에서 조심스러웠다.

일하기 좋은 온도에 밭에서 햇빛받으며 일하다가 뜨끈한 물에 몸 담가 씻고나오니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었다. 맛있는 저녁까지 먹고 즐거운 주말을 마무리했다.

 

10월 15일

액비를 준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쑥 커지고 좀 튼튼해진 느낌이다.

이번에도 오줌액비를 주고 무도 좀 솎아줬다.

 

또 예쁜 호박이 커져있어서 이번엔 정아님께 나눔했다. 500원 동전만하게 커진 호박 몇개를 보았으니 자라면 다른 분들께도 하나씩 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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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님이 예쁜 국화를 선물해줘서 밭 입구에 심어주고 왔다. 꽃이 있으니 벌과 나비도 찾아와 먹길 바란다.

 

 

배추농사, 비교는 금물(23.9.21 & 10.4,8,15)

배추를 심어놓고 텃밭에 잘 나가보지 못하는 사이 내 배추는 매우 모습이 달라졌다. 작물은 농부의 발걸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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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씨앗농장에선 배추를 묶어주셨다고 한다.

여기보다 추운 괴산이라 먼저 심었으니 더 큰 걸 감안하더라도 내 배추랑 같은 씨앗이 맞나 싶다 ㅎㅎㅎ

 

그래도 비교하지 않기로 한다.

내 배추는 내가 해 준만큼, 그리고 그 땅에 맞는 만큼 자랐겠지. 벌레를 많이 먹었으니 벌레먹을 때 식물이 내뿜는다는 맛있는 맛이 많이 날것이다. 작으면 작은대로 감사히 먹으면 된다. 농약을 뿌리면 벌레없이 키울 수 있고 화학비료를 뿌리면 크~게 키울 수 있다. 하지만 농약과 화학비료가 끼치는 그 외의 영향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그 일에 반하여 친환경 도시농업을 하는것이 아닌가?

내 배추는 이웃과 더불어 나눠먹으며 평화롭게 자랐다. 배추벌레는 배추를 먹지만 자라서 나비가되면 작물의 수분을 돕는다. 나처럼 게으른 농부 덕분에 배추와 무를 편하게 먹은 곤충과 벌레들은 행복했을것이다 ㅎㅎ 애벌레도 몇마리는 무사히 나비가 되겠지? 전업농이 아닌 도시농부니 더욱 가능한 일이다.

 

부지런히 와서 돌봐주시는 우리 (생태)텃밭의 다른 배추들이랑도 비교하지 말아야지. 그분들의 부지런함과 애정만 배워야지. 비교하지 않고 내 배추에만 집중해 돌봐줘야지. 초록색이 아닌건 칼슘이 부족해서일 가능성이 있다고하니 난각칼슘을 좀 뿌려주고 상태를 봐야겠다.

 

 

작년의 미니어쳐 구억배추김치도 너무너무 맛있었다. 올해는 구멍뽕뽕 구억배추김치가 되어도 감사히 먹으면 된다.

 

 

도시농업 전문가 과정 중 자연농 하시는 샘이 강의 중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자연농을 하면 비교와 억울함이 일상이 된다고 말이다 ㅋㅋㅋㅋㅋ

 

하지만 감정의 변화 뒤엔 철학자가 된 농부의 모습이 있다. 나도 before/after의 after 마음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 ㅎㅎ

 


덧,

또박이 팀이 귀신같던 공용텃밭을 일궈 밭을 만들었다. 꽂아둘 이쁜 이름표를 꾸미고 계시길래 곰이 뿌셔서 텃밭 한쪽 구석에 기대있던 이름표를 염치없이 디밀었다. 소영님의 손을 거쳐 예뻐진 내 이름표는 집에와서 수리해줬다. 못 하나 박는데 둘이서 생쇼를 했지만 이러면서 생활의기술이 느는거라 믿는다 ㅎㅎ 1년동안 비맞고 바람맞고 다시 마르며 변한 나무색이 멋스럽게 느껴진다. 내년에도 새로 만들지 말고 그대로 또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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