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레시피/채식하면 뭐먹고 살아요?

지구를 위한 채식일기(23.10.10.-10.15.)

베푸 2023. 11. 18.

 

풀 좀 베라고 했더니 곰이 풀과 작물 구분없이 다 베어버려서(무도 베어냄) 어쩔 수 없이 강제수확한 딜로 만든 오이딜 샌드위치. 오이샌드위치는 역시 마요네즈를 아주 듬뿍 바른 뒤 허브솔트 솔솔, 딜 왕창 올려야 제맛이고, 질긴 바게트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해마다 이 시기면 어머님이 맛있는 홍로를 박스로 보내주시는데 올해는 기후위기로 수확량도 없고 맛도 좋지 않다고 한다. 시장에서 홍옥 세 알을 비싸게 사왔는데 맛을보니 성에차지 않는다. 아빠가 좋아하는 새콤한 사과였던 홍옥품종을 다시 만난걸로 만족. 나는 식감이 좋은 사과를 좋아하는데~ ㅠ 이러다가 사과도 못먹는 날이 정말 오겠다.

 

곰이 출장가고 없다. 텃밭수확물로 뭘 만들어먹을까 했는데 남은밥과 반찬 찌개로만 차려도 훌륭했다. 매우 편하고 말이지 ㅎㅎ 가지와 오크라가 맛있어서 또 해먹어야겠다. 다만 반찬통을 여러개 비우다보니 설거지가 많이나왔다. 설거지니 곰이 없는데~ ㅠㅠ 흑흑.

밥을 다 먹고는 텃밭에서 가져온 손가락 굵기의 애기 호박 두 개를 부쳐서 혼자 야식으로 먹었다. 곰이 없으니 어딘가 허전하고 이상하네. 독수공방 의 긴긴밤을 밤을 까며 보냈다 ㅋㅋㅋㅋㅋ 밤을 삶지않고 쪘더니 잘 안까진다. 할 일이 잔뜩인데 미뤄둔채로 속으로 스트레스 받으며 이러고 있다. 아~ 나는 참 한결같다.

 


용산가족공원 텃밭 실습 마지막 날이다. 몇가지 수확과 체험 후에 새참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막걸리 안주로 적당한 것을 생각하다가 집에있는 가지를 부치고 부추와 청양고추로 장떡을 만들었다. 사과도 잘라서 밀랍랩에 포장완료! 이거 하느라 점심도 제대로 못먹고 수업에도 조금 늦었다. 가는길에 현주언니랑 사먹은 머핀반쪽이 점심 ㅎ

 

조도 수확하고 목화도 따고 벼도 베고 가을걷이를 한 뒤 말린 보리와 밀을 발로 문질러 탈곡해서 풍구에 날렸다. 키질을 하는것보다 까락이나 짚이 쉽게 날아갔다. 날리는 모습이 예쁘기도 했다. 문경에서 해봤던 전통 탈곡기(와랑)체험도 하고 100년된 소나무를 10년동안 말려서 만든거라는 전통 도정기구 매통도 봤다. 작물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 했던가? 배추랑 무 다 어디갔어요? ㅎㅎ 티가 많이나는 우리 텃밭 ㅋㅋㅋㅋㅋ

 

각자 싸온걸 꺼냈더니 이만큼이나 된다. 하나씩 맛봐도 잔뜩 먹게됐다. 막걸리 잔이랑 젓가락도 챙겨오셔서 쓰레기 없는 만찬을 즐겼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해서 참 좋다. 날도 좋고 즐거웠다.

집에오니 작은빛농원에서 주문한 오크라가 와있다. 오크라를 꼭 구워먹어보고 싶었다. 샐러드에만 조금씩 쓰는 비싼 올리브유에 반가른 오크라 굽고 허브소금만 솔솔뿌렸다.

 

요고요고 밥반찬으로도 좋지만 맥주안주로 아주 훌륭하겠다. 살짝 망쳐서 남겨둔 장떡이랑 계란말이, 엄마의 파김치만 차려서 원플레이트 저녁 먹었다. 내년엔 오크라 심어서 고라니에게 뺏기지 않고 잘 길러봐야겠다.


먹거리위원회 회의날, 회의가 끝나자마자 점심도 못먹은 채로 논으로 향했다. 벼가 쓰러져서 세워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물이 빠지지 않아 한걸음 내딛기도 힘든 논에서 쓰러진 벼를 세워 묶어주고, 흘러들어오는 물이 잘 빠져나갈 수 있도록 논에 물길도 내주었다. 그냥 삽질도 아니고 물을 흠뻑먹은 논흙을 퍼내려니 힘들었지만 여럿이 함께 힘을모아 완성하니 뿌듯했다.

 

점심은 논장화 갈아신으며 김밥 몇 개 집어먹고, 벼세우고 나와서 나머지 먹고 그랬다. 밥이 어디로 들어갔나 모르겠다. 쌀 한톨 내 입에 들어가려면 이렇게 여러 사람의 고된 노동을 거친다. 그 가치와 감사함을 아는일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논일을 마무리하고 이웃돌봄에 쓸 공동텃밭의 무에도 액비를 주었다. 아침부터 회의하고 논에갔다 밭에갔다 정신없다.

 

노동주를 곁들여 하루를 마무리했다. 넓적한 고구마튀김과 마라크림파스타는 저녁겸 안주겸 먹었다. 꽉 찬 하루였다.


아침부터 수업준비 때문에 장보러 갔다. 오픈런까지 했구만 내 앞에서 사과가 끝났다. ㅠㅠ 요즘 사과는 예약도 공급도 안되고 매장에서만 살 수 있다. 작년대비 절반도 안되는 물량과 상태에다 가격은 두 배 이상이라 오픈런해도 구하기 어렵다. 초록마을에서 샀더니 한살림보다 훨씬 비싸다.

전날의 여파로 삭신은 쑤시고 사과 반쪽과 사과대추로 요기했다. 교안회의 하느라 먹은 고구마 라떼와 고구마 하나가 오늘의 점심.

 

곰이 출장갔다 돌아오는 날이다. 제대로 된 집밥을 해주고 싶었지만 현실은 수업준비 신경쓰느라 에너지가 없어서 사다줬다.ㅠㅠ 가까이에 분식점이 생겨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학부모 협동조합에서 운영하시고 제로웨이스트 할인까지 되어 참 좋다.

 


너무너무 예쁜 아이들이랑 오감놀이 수업했다. 각각의 감각에 집중해 맛을 느끼는 놀이를 해보았더니 너무 즐거워했다. 대답도 잘하고 이렇게 예쁜 아이들이 또 있을까 싶었다. 고구마맛탕과 제철과일요거트도 만들어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수업준비할땐 스트레스 받고 힘든데 이렇게 하고나면 참 보람있고 기쁘다. 그래서 계속 하나보다.

 

수업 끝나고 근처에 있는 곤드레 밥집에서 점심먹었다. 밑반찬도 하나하나 다 맛있고 오랜만에 쌈도 싸먹으니 좋았다. 깨끗이 다 먹은 사진을 찍었어야했는데~^^ 완벽 남음제로!!

집에와 낮잠자는 곰 옆에 누워 나도 잤다. 피곤해서 입안이 헐려고한다. 이럴때 약이되는건 건강한 집밥! 곰도 출장 내내 밖에밥 먹었던게 싫은지 김치찌개 먹고싶단다. 현미밥하고 김치찌개끓여 저녁먹었다. 가지와 오크라찜도 곁들였다. 아주 부들부들 달콤하니 맛있다. 별거 없어도 속편한 밥상이 최고당.


남은 오이와 양파 다 넣고 비빔국수 만들었다. 세일할때 사다둔 고구마 만두도 구웠다. 고구마 만두는 재료도 매우 간단하니 아이들이랑 수업할때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달큰하고 고소해서 맛있다.

 

텃밭에 나가 배추에 목초액을 좀 뿌려주고 오려고 했더니 목초액을 다써서 없다. 500배 희석해서 뿌리는건데 다들 열심히 뿌려주셨나보네. 어쩐지 배추가 깨끗하더라니…. 액비를 뿌려주고 남은 쪽파도 좀 심고 벌레도 잡아주었다. 그리고 소영님 덕분에 색바랜 이름표도 예뻐졌다.

 

솎아준 무와 공심채로는 된장국 끓이고 냉장고 속 남은 채소들 썰어 볶음밥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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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김치찌개와 있는 반찬 한 두개만 꺼내 같이 먹었다. 아주 꿀맛이었다. 후식으로 먹은 시원하고 달큰한 멜론도 훌륭했다.


얼마 전 서점에서 만난 지인이 왜이렇게 예뻐졌냐고 물었다. 까맣게 탄 얼굴에 푸석한 피부가 예쁠리 없는데 인사치레인가 싶었더니 생기가 있어보인다고 했다. 자꾸 논으로 밭으로 다니니 그럴만 하다. 집순이에 움직이는걸 싫어하는 나는 운동도 안하고 가만히 책을보거나 종일 누워 있기 십상인데 확실히 달라지긴 했다.

 

자연에 나오면 기분이 좋다. 자라고 있는 작물을

봐도 좋고, 거기 있는 사람도 좋고, 같이 삽질하고는 허리가아파 파스를 붙여주면서도 까르르까르르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세상은 뉴스를 보기 싫을만큼 한숨 쉴 일만 넘쳐나고 이러다 우리나라도 전쟁이 나는건 아닌가 싶을만큼 안보도 위기 상황이지만 자연에 있다보면 왠지 희망도 막 솟구친다.

잘 자리에 책을 보는데 이 구절이 나왔다. 내 맘이 왜 그런지 알것도 같았다.

 

먹을것 입을것 같은 현실문제에 천착하지 말고 들에 핀 꽃들과 하늘을 나는 새를 보라 하신 말씀.

 

나는 그것이 들꽃도 새도 먹이시는데 하물며 인간인 너를 안먹이시겠냐며 걱정하지 말라는 뜻인 줄 알았는데 새가 날고 꽃이 피는 그 섭리를 보라는 뜻이었던것 같다. 그 섭리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게되면 이 글에서 말하는 것처럼 삶이 달라지지 않아도 삶을 대하는 자세가 자꾸 바뀌고 조급함과 조바심도 불안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게 되는듯하다.

 

같이 하는 것의 가치가 좋다.

소중한 것을 발견하고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행동이 좋다.

 

경제적 논리에 따라 세상을 보지않고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이 좋다.

 

나태함과 변덕스러움, 비열함과 잔혹함이 넘치는 세상에 살면서도 우리가 여전히 평화와 생명을 꿈꿀 수 있다면 아주 버림받은 생은 아니다.

‘희망은 발이 없기에 누군가 어깨에 메고 데려와야 한다. 이 궁핍한 시대에 어리석은 십자가의 길을 걷는 이들이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세상의 희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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