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생초보 도시농부의 텃밭일기

토종무의 맛과 멋(ft. 이천게걸무 23.11.11.)

베푸 2023. 11. 18.

무를 수확했다.

두 종류의 씨앗을 뿌렸는데 하나는 동글동글 귀여운 모습의 이천 게걸무.

 

다른 하나는 무청에 비해 무는 조금 작은듯한 우리씨앗농장의 조선무이다.

전국씨앗도서관 박영재 대표님께 배운 방법대로

당랑권 사마귀같은 손가락포즈로 점을 세 개 찍어 무씨를 하나씩 넣었는데 너무 덥고 모기가 달라들어 빨리 끝내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 (그래서 사진도 없다 ㅋㅋㅋ)

한 주 뒤, 뾰롱뾰롱 올라온 새싹이 얼마나 귀여웠던지~~

쪼꼬미 시절 무와 달래파

 

풀이 더 많아진 무 밭

 

오줌액비와 난각칼슘을 준 뒤로 쑥쑥커진 무와 파

 

그러던 무는 점점 커져서 수확날이 가까워왔다.

배추와 같이 수확하려고 했는데 날이 갑자기 추워졌다. 최저기온이 영하인 날도 5일연속으로 이어지니 무를 수확하기로 했다. 500원 동전만한 호박이 여기저기 달려있더니 얼었던지 잎도 호박도 삶은것처럼 변해있었다.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크게 자란 구억배추는 그냥 두기로 하고 무만 뽑았다.

 

 

토종무의 맛과 멋(ft. 이천게걸무 23.11.11.)

무를 수확했다. 두 종류의 씨앗을 뿌렸는데 하나는 동글동글 귀여운 모습의 이천 게걸무. 다른 하나는 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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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를 뽑는건 너무 재미있다.

머리끄덩이 당기듯 무청을 잡고 당기면 쏙! 뽑히는 것이 무뽑기 알바를 하고 싶을 정도다.

 

영상 찍는 동안 곰이 다 뽑을것 같아서 나머지는 내가 얼른 뽑았다. (양보못해!)

 

얼어버릴것 같은 수세미와 딜, 그리고 달래파까지 수확했더니 이만~~~ 큼.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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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무 하나는 찹찹썰어 저녁에 무생채비빔밥 해먹고,

 

 

나머지 무는 오늘 엄마집에 가져가 김치담갔다.

 

동글동글 단단하고 매운 이천게걸무와 조선무를 따로 다듬어,

 

사과와 배 갈아넣고 마늘 생강 달래파로 양념만들어 상은언니가 준 토종 고춧가루까지 더해주면,

 

양념까지 토종인 이천 게걸무 김치 완성!!

 

게걸무는 순무에 더 가깝고 완전히 익었을때 맛있으며 오래두어도 무르지 않는다고 하니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야겠다. 간보느라 하나 집어먹었는데 아주 맛있었다. 게걸무 무청은 유난히 더 맛있다고 하니 시래기로 먹으려고 잘 손질해뒀다.

 

또한 귀욤 터지는 조선무도 큼지막하게 잘라서 살짝절여 무김치 만들어 두었다.

 

조선무는 지금 당장 먹어도 그다지 맵지않고 아삭하니 맛있었다. 무는 개성이 강하지 않은데도 종류에 따라 다른 맛을 내는것이 너무 신기하다.

식감도 맛도 향도 달라서 각각 적당한 음식도 다르다.

토종 농사지으시는 다른 농부님들 사진을 보니 무의 종류도 엄청 다양한가보다. 위 사진의 속청무는 무의 초록부분이 흰부분보다 많고,

이렇게 색이 예쁜 토종무도 있다.

 

꼭 토종이 아니더라도 생물다양성이 너무 좋다.

각각의 개성이 넘쳐 서로 다른 음식에 어울린다는 사실도, 적당한 조리법을 발견하는 것도 멋지다.

 

내년엔 무도 배추도 종류별로 심어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씨앗이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씨앗을 지키는데 매료되고 바빌로프 연구소 사람들은 목숨까지 바쳐 씨앗을 지켰는지 알것도 같다.

올해는 밭 사정 때문에 채종까지 못했어도 매년 모든작물은 채종으로 마무리 하는 순환을 실현하고싶다.

 

정성으로 키운 작물을 제 때 수확해 바로 갈무리해서 뿌듯하다. ‘다음엔 뭘 해봐야지!’ 하며 하고싶은 것이 계속 생겨서 감사하다.

 

삶에서, 관계에서 그리고 이 세상에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깨달으며 하루하루를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3년 가을 무농사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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