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생초보 도시농부의 텃밭일기

구억배추김치(23.11.18-19)

베푸 2023. 12. 20.

첫눈이 내렸다.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며칠째 이어지고 비도왔다. 배추를 수확해야 할 때다.

내 배추는 구억배추인데 토종배추는 개량종과 달리 옆으로 퍼져 자란다. 배추를 묶어주지 않았더니 옆 배추를 이불처럼 덮어줄 정도로 자랐다.

 

배추농사 3년차, 올해 농사가 제일 잘 되었다.

 

작년에 배추를 뽑으며 내내 엉덩방아를 찧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엔 부추낫을 가져가 수월하게 수확했다. 작년만큼 작은 배추부터 사진만큼이나 큰 배추까지~ 다양한 크기의 배추가 있었다.

 

아직 반도 수확 못했는데 이케아 봉투 하나가 가득찼다. 세상에 이런날도 온다 ㅎㅎㅎ 개량종 배추와 다르게 줄기가 가늘고 길며 잎이 부채처럼 크고 키도 큰 구억배추의 특징이 잘 보인다.

차에가서 다른 가방도 가져오고 박스도 가져와 마저 수확했다. 밭에 온 현주언니와 혜민님한테 크지않은 배추 두어개씩 나눠줄 수도 있었다.

풍년이네.

시장에서 배추를 사면 뿌리를 보기 어렵다. 요즘 배추뿌리를 먹어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토종배추 고갱이는 잔뿌리가 많고 인삼같이 생겼다. 인삼같은 향도나고 식감도 독특하다. 엄마 말로는 옛날엔 생으로도 먹고 김치를 담기도 하고 된장국에 넣어서도 먹었다고 한다. 뿌리에 약성이 있다고해서 말려서 차 끓이려고 가져왔다.

 

올가을 비가 자주와서인지 뭐가 모자랐던지 여리여리 키도작고 많이 크지 못했지만 김장에 쓰려고 달래파도 캤다. 하나 남은 수세미(추운날씨에 언것같다.)도 수확! 먹는게 아니니 얼었어도 말려봐야겠다.

 

뿌듯한 수확의 현장!

올해는 이케아 백 기준으로 무도 한 봉지 가득, 배추는 두 봉지 가득 수확했으니 작년의 몇 배인가 싶다.

 

제대로 수확하는 바람에 제대로 김장을 하게 되었다. 미니어쳐 김장이 아닌 레알김장.

엄마집으로 고고싱! 할 때다.

배추를 커다란 스텐믹싱볼 두 개에 나눠담아 절였다. 소금물에 담갔다가 빼서 뿌리 부분에 소금을 더 뿌려두었다.

우리씨앗농장의 구억배추와 비교하니 노란부분이 적었지만 내 배추도 꽤 예쁘고 그럴듯하다.

가늘어서 다듬기 힘든 달래파도 손질하고 찹쌀풀은 심혈을 기울여(파, 북어대가리, 표고버섯, 다시마, 양파 육수에) 끓여뒀다. 물론 다 엄마가 ㅎㅎ

 

 

새벽에도 한번씩 뒤집어주며 절였더니 나른하게 그러나 아삭한 감이 있는 정도로 잘 절여졌다. 구석구석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뺐다. 이것도 엄마가.

 

이제 나의 차례인가??

고춧가루와 풀국을 골고루 잘 섞고 사과, 배, 무, 양파를 갈아 양념에 섞었다. 마늘이랑 생강도 절구에 찧어 넣고 새우젓과 액젓으로 간을 맞췄다. 과일을 충분히 갈아넣어서 괜찮지만 혹시나 단맛이 부족하다면 사과농축액이나 매실청을 조금 넣는다. 구억배추는 배추김치인데 갓처럼 톡 쏘는 맛이난다. 그래서 양념도 갓김치 양념으로 하면 맛있다. 무채나 갓 같은 부재료 없이 쪽파만 넣어준다. 척척 바르면 되는 촉촉한 양념인데 손이 없어서 바르는 사진은 못찍었다.

 

키가 큰 구억배추김치 완성

 

커다란 김장김치통으로 두 통이나 나왔다. 겉잎을 절여 공기가 닿지않게 덮어주면 완성!

비닐 위생봉투보다 안전하고 친환경이며 전통의 방식인 오래된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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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보다도 작은 구억배추 씨앗이 모종으로 자라고

 

밭에 정식해서

 

(우여곡절끝에) 크게 자라

 

수확해서 김치가 되는 전 과정을 내 손으로 직접하다니~~~ 감개가 무량하다.

 

나의 두 번째 구억배추김치.

이번엔 미니어쳐 아니고 큰 배추 김치.

22년 미니 구억배추김치 /23년 구억배추 김치

 

맛있게 익어랏!!!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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