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푸 에세이

생명존중, 신년메세지

베푸 2024. 2. 21.

 

새해가 되면 복 많이 받아라, 건강해라, 하고싶은거 다 이루어지길 바란다는 인사를 하곤 하는데 요즘은 그런 인사가 쉬이 나오지 않는다.

 

복을 짓지도 않고 받기만 하려는 마음이 큰 세상,제 건강 챙기느라 다른 생명의 건강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는게 당연해지고, 욕심많은 자들이 제 하고 싶은걸 이루려면 더 많은 생명들이 희생되고 다치기 때문이다.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대신 복 많이 지으라는 인사를 하려한다. 내 건강을 위한다면 다른이의 건강도 돌보고 넓게는 지구 전체의 건강을 돌보자는 인사를 하려한다. 하고싶은걸 이루는 한 해만이 아니라 하고싶은걸 알 새도 없이 꺼져가는 생명에 대해 생각하는 한 해가 되자고 인사하려 한다.

 

그 인사는 제일먼저 내게 하는 다짐이자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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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생명운동 하시는 여류 이병철 선생님의 새해 메세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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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 글도 참 좋아 많은 사람들과 함께읽고 싶었다.

 

‘아픔을 함께하면서 그러나 누구도 아프게 하지않는 한 해’

 

새해엔 이런 마음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비(悲), 함께 아픔을/

2024년을 위한 서시(序詩)

 

꽃이 아름다운 것은

피면서 지기 때문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살아남았다는 것

 

삶의 매 순간이 절실하고 아릿한 것은

살아가는 것과

죽어가는 것이 함께하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모든 목숨붙이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살고자,

살아남고자 하느니

 

불타고 무너지는 세상

죽임당하는 뭇 생명의 애절한 눈빛 앞에서

지금은 우리 저마다의 아픔으로 서로를 품어 안아야 할 때

 

우리 모두 한목숨으로 이어져 있으니

그렇게 함께 죽어가고 있으니

 

사랑이란 죽어가는 내가

죽어가는 너를 혼신으로 품어 안는 것

 

지금은 함께 아파야 할 때

지극한 아픔 너머에서

새 생명 환하게 태어나는 것이니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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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새해 첫 아침입니다.

옹근히 새로운 한해, 그 눈부신 새 아침입니다.

이 아침, 한 해를 보내고 다시 새해를 맞이하면서 이렇게 지난 한 해를 보내고 다시 또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생에서 얼마나 고맙고 대단한 것인지를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내가 만났던 인연들, 그 다정했던 눈빛과 따뜻했던 손길들을 생각합니다. 가고 머문 곳에서 만났던 여러 풍경과 거기에 깃들어 숨 쉬던 생명붙이들과 존재들도 떠오릅니다.

 

모두에게 고맙습니다. 그 인연, 그 덕분으로 다시 새해를 맞을 수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동시에 지난 일 년 동안 내 곁에서, 그리고 이 지구촌 곳곳에서 아파하다가 사라져간 사람들, 죽임당한 숱한 존재들을 생각합니다. 지구 행성이 태양을 한 바퀴 순환하는 그 시간에 이 땅에서, 이 행성에서 일어났던 아픔과 불행들을 기억합니다. 그 아픔과 비명과 애절한 눈빛이 내게도 아릿한 통증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것이 또한 나하고도 이어져 있음이 느껴집니다.

 

이 때문일까요. 새해, 이 우주에서 새롭게 열리는 2024년, 이 한 해를 품어갈 한 글자를 생각하다가 먼저 떠오른 글자는 ‘비(悲)’였습니다. 자비(慈悲)라고 할 때의 그 ‘비(悲)’입니다.

 

비(悲)의 자전적 뜻은 ‘슬프다, 서럽다. 슬퍼하다, 마음을 아파하다. 슬픔, 비애, 자비’ 등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만 내게는 ‘자식의 고통 그 아픔을 온몸으로 품고 있는 어미의 마음’으로 다가와 있습니다.

이는 불교의 주요한 가르침 가운데 하나라고 하는 ‘모든 중생(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에게 즐거움을 주고 괴로움과 미혹을 없애주는 한없는 네 가지 마음’이라는 사무량심(四無量心)인 자(慈), 비(悲), 희(喜), 사(捨)의 네 가지 무량심 가운데 비무량심(悲無量心)의 의미를 담았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흔히 자무량심(慈無量心)을 자비심으로 중생에게 즐거움을 베풀어 주는 마음가짐이라고 한다면 비무량심(悲無量心)은 중생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괴로움(고통)을 덜어 주려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를 함께 아파하는 마음, 그 아픔을 서로 품고 보듬는 마음으로 새겼으면 합니다.

 

지구 생명계의 대멸종과 무너져내리는 인류문명의 종말적 상황 속에서 가장 우선하는 일은 먼저 서로의 아픔, 그 고통과 두려움을 함께 품는 것이라 싶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비(悲)’는 ‘다른 사람, 다른 생명의 고통이나 어려움을 불쌍하고 가련하게 여기는 마음이라는 ‘연민(憐憫)’ 뜻과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먼저 함께 아파하기, 그 아픔으로 서로를 품어 안을 때 그 온기로 인류문명의 혹한기를 견뎌내고 새봄을 열어갈 수 있으리라 싶습니다. 그것이 내게는 마지막 희망이기도 하고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悲)’를 새해를 품어갈 한 글자로 새기면서 이 ‘비(悲)’라는 글자 속에 담겨 있는 ‘자(慈)’를 함께 봅니다. 자비(慈悲), ‘자(慈)’와 ‘비(悲)’는 따로 떨어져 있을 수 없음을 생각합니다. 함께 아파하며 품는 마음이 곧 자비이며 그것이 자식을 낳고 기르며 함께 아파하며 품어 안는 어머니 사랑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자(慈)’를 어머니 사랑이라고 새기는 것도 이런 까닭이기도 합니다.

 

새해는 함께 아파하면서도 또 환하게 미소 지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픔을 함께하면서 그러나 누군가도 아프게 하지 않는 그런 한해, 새해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당신이 일구는 새해, 가고 머무는 곳마다 아픔을 넘어 환한 기쁨이 열리는 그런 나날 되시기를, 그 길에 함께 하는 모든 이들에게도 깊은 평화가 가득하시길 마음 모읍니다.

 

지난 한 해의 은혜에 감사드리며 새해에도 감사와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24년 1월 1일, 새해 첫 아침을 맞이하며

여류, 정원 모심

 

 

(새해 첫 아침에 남해안에서 동해쪽 바다 위로 돋아 오르는 옹근한 일출을 맞이하며 나와 세상의 모든 생명붙이들에게 깊은 평화가 함께 하기를 마음 모았습니다. 그 해맑고 눈부신 새해 첫 해돋이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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