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돋우다

<전국축제자랑>- K스러움의 현재와 희망을 느끼다

베푸 2024. 2. 21.

 

곰이랑 강남교보에 갔을때 너무 웃기다는 리뷰를 보고 이 책을 골랐다.

 

우리는 이 책이 눈에 보일 때마다 의식처럼

“ 전국~ 축제자랑! “

이라고 외치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노래를 불렀다.

“ 딴따따 딴따 따다~ 따라라따라라따따따 따따~ 딩동댕동댕~ 땡~ “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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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큭거리고 낄낄거렸다는 후기와 다르게 나는 읽으면서 별로 웃기지 않았다.

‘창포물 세발공장 컨베이어 벨트’ 나

‘Berry ginger리’ 같이 빵터진 표현도 없지 않았지만 내가 마이너 개그코드를 가지고 있나? 의심이 들 정도였다. 센스있는 표현과 드립력을 갖춘 재미있는 글임엔 분명하나 2-3페이지에 한번씩 빵빵 터지진 않았다.

 

내가 꽂힌건 이책의 개그코드가 아니라 K 스러움의 현실을 짚어낸 부분들이었다.

애국심이나 민족주의 같은 것을 강요할거라 생각했던 의령 의병제전에서 재벌들의 생가(삼성 이병청, LG구인회, 효성 조홍제)를 묶어 만든 ‘부자 기 투어’ , 장화홍련전의 원형이 되는 ‘아랑’ 설화를(성폭행에 저항하다가 피살된 여인 이야기) “죽음으로써 순결의 화신이 된 아랑 낭자의 정순정신” 이라는 이름으로 홍보하는 축제정신이라니… 말문이 막혔다.

 

우리가 자본주의하에 산다고는 하나 많이가지고 지나친 욕심을 내는 일이 천박하게 여겨지지 않는 세태가 싫었다. 미국에도 빌게이츠 관광이나 일론머스크 기받기 체험 같은게 있을까?(있을것도 같아 두렵기도 하다.)

 

아랑 설화 같은 주제를 축제화 할 수 있고, 축제로 삼는것에 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씁쓸했다. 성인지 감수성 뿐만 아니라 얼마나 많은 감수성들이 우리에게 없는 것일까?

 

연어축제에 산천어 축제 등 ‘결국 가둬두고 잡기’ 라는 동물관련 축제에 대한 생각도 나온다. 이들이 거부했던 산천어 축제는 그 지역에서 사는 산천어를 잡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양식이나 수입)산천어를 트럭으로 실어다 붓는다. 축제때 관광객이 많이 잡아 많이먹고 즐거우라고 강에 산천어를 들이붓는 축제라니~

생명경시, 생태 파괴축제가 아닌가? 이런 문화가 있는 나라에서 일본의 고래사냥을 어떻게 비난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요즘 산천어 축제는 동물학대 인식이 확산되어 반대의 움직임이 있는 모양이다.

나는 보이콧! 육식을 하고 하지 않고를 떠나서 생명경시 축제에 반대한다.!!!

 

이 책에서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산청 곶감축제 이야기다. 울 엄마 고향이 상주인데다 곶감 하면 상주만 떠올렸던 나는 산청과 함양도 곶감 축제를 연다는데 놀라고, 곶감을 자기돈 주고 사본 사람이 지극히 적다는 데 또 놀라고, 이 책을 쓴 작가들(부부임)이 평생 곶감을 자기 돈으로 사본적이 없으며 평생 먹은 곶감을 합쳐도 2개 정도 라는 글에 완전 놀랐던 기억이 난다.

 

결혼 전 우리집엔 가을이면 홍시부터 대봉시까지 종류별로 감이 박스로 있었다. 추운겨울까지 익을때를 기다려 하나씩 빼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곶감은 자주 사거나 선물받는 아이템인데다 울엄마 냉동실에 상주하는 돌덩이 중 하나다. 곶감 축제가 열린다는 위의 세 곳과 전혀 상관없는 지역에사시는 울 시어머니도 아파트 베란다에서 직접 말린 곶감을 갈때마다 주시곤 한다.

 

나는 완전 건조된 곶감은 좋아하진 않아도 반건조의 야들함은 사랑한다. 게다가 수정과와 곶감은 찰떡 궁합이라 입짧고 편식이 심하던 어린이 시절에도 명절마다 수정과에 푹 잠긴 곶감을 먹는것은 작은 기쁨이었다.

 

곶감을 어떻게 평생(책에 ‘40평생’이라고 했다)

2개 밖에 안먹을 수 있지?

외국 생활을 오래했나?

곶감축제보다 그게 더 신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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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절에 읽었던터라 다시 축제가 열리면 강릉 단오축제엔 꼭 가봐야지 했었는데 아직 못갔다.

어머님도 뵐 겸 올 봄엔 꼭 축제에 가봐야겠다.

‘창포물 세발공장 컨베이어벨트’에 머리도 한번 맞겨볼까? ㅋㅋ

 

이제 이 책을 비우려 한다.

비우기 전에 이전에 쓰다 말았던 리뷰에 몇 자 더했다.

 

킥킥거리며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니 다시 축제가 열리는 요즘 읽어보면 좋을것 같다.

 

잘가렴~ 즐거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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